신성욱 교수
(Photo : ) 신성욱 교수

[1] 시카고 트리니티 신학교에서 유학할 때 일이었다. 어느 날, 코리아타운이라고 불리는 ‘로렌스’(Lawrence) 길에 유대인 서점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호기심을 가지고 그 서점에 들어섰다. 우선 책 가격이 영어책보다 더 비싸서 놀랐다. 더 놀란 것은 거기 꽂혀 있는 책들의 제목이 아주 실제적이었다는 점이다. 그중 이런 제목의 책도 있었다.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호기심을 가지고 꺼내서 읽어보았다.

[2] 유대인들에겐 '기독교 이단 방지'에 관한 책인 셈이었다.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기독교 선교사들이 있기에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쓴 내용이다. 내용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 곧바로 이방인으로 태어난 것을 하나님께 감사했다. 이유는 내가 유대인으로 태어났다면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한 번도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3] 왜 그들이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지 않고, 신약을 성경으로 받아들이지 않는지에 관해서 그들 입장이 되어보지 않았음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들은 유일신 야훼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다.
신 6:4절은 이렇게 말씀했다.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사 45:5절은 이렇게 말씀했다. “나는 여호와라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나니 나밖에 신이 없느니라.”

[4] 그들은 태어나서부터 ‘하나님은 하나밖에 없는 분이시고, 그분 외에는 다른 신이 없다’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고 산 사람들이다. 그런데 예수님도 성령님도 하나님이라고 하니 그렇게 신성모독적이고 터무니없는 말은 없었던 것이다. 우리 같은 이방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아요 창조주 중의 한 분으로 믿는 '삼위일체 신앙'으로 기독교인이 되는 거지만, 만일 유대인으로 태어났다면 선조들이 믿어온 '유일신 신앙'을 그대로 전수받았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5] 유대 땅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예수님을 메시아와 하나님 중 한 분으로 믿을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내 친할머니는 생전에 점쟁이로 사시다가 가셨다. 전도사 시절, 할머니의 임종이 가까웠을 때 찾아뵙고 처음으로 전도란 걸 했다. 길게 복음을 전하자, 할머니는 누우신 채로 그동안 당신의 살아오신 인생 여정을 처음으로 털어놓으셨다.

[6] 할머니는 사꾸라 점쟁이가 아니셨다. 삼각산에서 백일기도 하시다가 북두칠성에서 별이 떨어져 가슴에 점이 생겼다시며, 그 점을 내게 보여주셨다. 체험이 있는 점쟁이임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할머니의 얘기를 다 들은 후 다시 복음을 전했다. ‘죄의 삯은 사망이기에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으면 지옥에 가셔야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나도 완전한 의인은 아니지만, 지옥에 떨어져서 영원히 지글지글 탈 만큼 악한 죄를 짓진 않았다.”

[7] “그래서 너희는 예수 믿으니 천당 가고, 나는 부처님 믿으니 극락 간다.” 그 말씀에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허탈했다. 할머니의 말씀에 일리가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죄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사람을 수십 명 살해한 악인만큼 큰 죄를 지은 건 아니기에 지옥에 떨어져서 영원히 고통당할 일은 없다는 생각이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란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8] 좀 더 완벽한 성경적이고 설득력 있는 답을 갖춰야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며칠 전, ‘예수님의 십자가에 대한 한 대학생의 질문’이라는 제하의 짧은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다. 미국의 한 목사가 대학교에서 ‘속죄’에 관한 설교를 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그 질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사람이 십자가에서 몇 시간 고통당하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을 영원한 심판에서 구할 수 있습니까?”

[9] 어릴 때부터 성경과 관련해서 궁금증과 질문이 아주 많았던 나도 한번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이었다. 충격이었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논리에 맞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따지고 질문하기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이 모태 신앙인이 아니었다면 반드시 던졌을 법한 질문이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기독교인이 아닌 유대인과 점쟁이 할머니와 불신자와 같은 입장이 아니다 보니, 그들 편에선 너무나 자연스러운 의문과 질문들에 대해서 생각조차 못 해본 것이다.

[10] 그런데 이 영상에 나오는 목사의 논리적이고도 충격적인 답변을 들으면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한 대학생의 날카롭고도 똑똑한 질문에 눈물을 흘리면서 다음과 같은 대답을 했다. “예수라는 한 사람이 몇 시간 동안 나무에 매달려 죽은 일이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을 영원한 지옥 형벌로부터 구할 수 있냐고요? 왜냐하면 그 한 분은 인류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귀하시기 때문입니다.”

[11] “산과 언덕, 귀뚜라미와 광대들을 다 모으고, 모든 행성, 모든 별,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다 가져다 놓아도, 노래하는 모든 것, 기쁨을 주는 모든 것을 다 모아서 그것들을 다 저울 한쪽에 올려놓고, 그 반대편에 그리스도를 올려놓으면 그 저울은 그리스도 쪽으로 기웁니다. 세상 모든 것을 합쳐도 그리스도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형제들이여, 우리가 좇는 분은 바로 이런 분이십니다!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그 안에 잠기십시오.

[12] 옆 사람보다 더 똑똑해지기 위해서가 아닌, 그분의 영광을 바라보기 위해 말씀을 공부하십시오! 여러분의 마음이 찢어지기까지 그분을 바라보십시오! 주님이 여러분을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셔서, 복음 전파자로 만드실 때까지 말입니다.”
너무나 명쾌했고 감동적이었고 충격적이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눈물을 흘리면서 전심을 다해 그리스도가 얼마나 고귀하고 높은 분이신지를 전하는 모습에 눈물이 솟구쳤다.

[13] 그렇다.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 그리스도는 온 우주 만물보다 더 높고 귀하시고 소중하신 분이시다. 그러신 분이 죄인들을 위해서 대신 십자가에 달려 피 흘리고 돌아가셨다면, 그 어떤 죄 많은 인간이나 무수한 죄인들의 죄라도 다 덮고도 남을 수 있어야 마땅하다. 그렇다. 그분은 그러신 분이시다. 그런 분의 사랑을 받아 오늘 우리가 천국 백성이 된 것이다. 남은 생, 그분을 위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깊이 생각해 보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