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슴 깊이 파고드는 노래가 있습니다. 김광석씨가 부른 “서른 즈음에”란 노래입니다. 특별히 다가온 노래 가사가 있습니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점점 더 멀어져 갑니다.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닙니다.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조금씩 잊혀져 갑니다. 떠나가고 멀어져 가는 청춘을 애도하는 노래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모두에게 울림을 주는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에게만 울림을 주는 노래가 아닙니다. 청춘을 뽐내는 젊은이들에게도 울림을 주는 노래입니다. 그 이유는 붙잡아 두고 싶은 청춘이 속히 지나가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제 주위에 나이가 깊어져 가는 어른들을 만납니다. 모두 할 수만 있으면 젊음을 간직하고 싶어 하십니다. 그런 노력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할 수만 있으면 가꾸고 고치면서 사십시오. 옛날에는 인생 2막을 꿈꾸며 살았습니다. 지금은 인생 3막을 넘어선 시대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한기채목사님은 인생 삼모작이 아니라 “인생 다모작 시대“가 되었다고 말씀합니다(한기채, 『사도행전, 삶으로 읽다』, 토기장이, 29쪽). 인생 다모작 시대를 사는 우리는 가능한 가꾸어야 합니다. 지적, 관계적, 영적, 그리고 육체적으로 건강하길 힘써야 합니다. 한국인의 평균 연령이 84세입니다. 평균 연령이 84세라는 말은 건강을 잘 관리하면 90세 이상을 살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유한한 존재입니다. 아무리 가꾸며 살아도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젊음을 간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까닭에 젊음을 간직하는 것을 넘어서 깊이 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젊음을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낸 깊이에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깊이 있는 삶이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견디고, 무엇을 깨닫고, 어떻게 사랑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위대한 것입니다. 고통 중에도 고통을 껴안고 살아낸다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것입니다.
인생 여정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문제를 껴안고 살 줄 아는 것이 삶의 예술입니다. 고통을 모두 피할 수 없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기쁨과 슬픔의 경계선에 사는 것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평강과 고통의 경계선에 사는 것입니다. 산다는 것은 수고와 슬픔이며 고통을 동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고통을 피할 수 있는 곳은 무덤뿐입니다. 그런 까닭에 사는 동안에는 어느 정도의 고통과, 친구가 되어 살 줄 알아야 합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느끼는 어느 정도의 고통을, 친한 친구로 여기며 살 줄 아는 것이 지혜입니다.
사도 바울에게는 육체의 가시가 있었습니다. 하나님께 세 번이나 육체의 가시를 제거해 달라고 간구했습니다. 하나님은 그의 기도에 거절하심으로 응답하셨습니다. 자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육체의 가시 때문에 그는 교만하지 않고 겸손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의 연약함 위에 그리스도의 능력이 머무는 은혜를 받아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는 육체의 가시와 연약함과 더불어 살면서 더욱 깊어지고 지혜로워졌습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공감할 줄 아는 영적 리더가 되었습니다.
깊이 있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기쁨과 슬픔을 모두 통과한 성숙한 감정을 가꾸며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깊이 있게 산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밝음과 어두움을 모두 품을 줄 아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내면에 그림자가 있습니다. 자신의 그림자를 이해하고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그림자를 수용할 수 있습니다. 칼 융은 ”자신의 어두움을 아는 것이 타인의 어두움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칼 융은 어둠 속에 감춰진 빛을 보았습니다. 그것을 ”어둠의 빛“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철환작가는 ”밤은 낮보다 아름다운 색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합니다(이철환, 『흔들리는 날들의 기도』, 생명의 말씀사, 112쪽).
깊이 있게 산다는 것은 실패와 배신을 견디며 키워낸 회복력과 통찰력을 의미합니다. 깊이 있게 산다는 것은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온 우정의 아름다움을 의미합니다. 깊이 있게 산다는 것은 내면세계를 가꾸는 중에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지혜를 나누며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공을 넘어 섬김으로, 성취를 넘어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 깊이 있는 삶입니다. 깊이 있게 산다는 것은 품격 있게 사는 것입니다. 품격이란 말과 행동에서 고운 마음과 존중할만한 태도가 드러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품격이란 말과 행동에 예의와 배려가 스며 있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점점 멀어져 가는 청춘 때문에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나이듦의 아름다움을 기뻐하십시오. 점점 더 무르익어가는 것을 기뻐하십시오. 어른들의 주름 속에 새겨진 기도와 눈물은 찬란한 아름다움입니다. 어른들 안에만 담겨 있는 찬란한 아름다움 속에 살아가시길 빕니다. 모국 집회를 위한 성도님들의 중보 기도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모국에서 강준민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