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 이명진(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이명진(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운영위원장,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김문수 후보를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2019년 10월 1일 수잔 솔티(Suzanne Scholte, 자유북한연합 대표:NKFC) 여사의 북한 인권에 대한 강연장이었다. 깡마르고 왜소한 체구에 까만 안경, 그리고 살아있는 눈빛을 가진 온화하지만 강렬한 김 후보의 인상이 남아있다. 당시 그는 기울어가는 대한민국을 위해 동의한다는 말만 하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고, 행동해야 한다는 짧지만 단호한 메시지를 남겼다.  

6년이 지난 그가 갖은 역경을 뚫고 대통령 후보로 추대되었다. 이 사람이라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될 자질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평소 생각하고 있던 지도자의 덕목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신독(愼獨)을 아는 사람이다 

크든 작든 단체를 이끌 지도자는 그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신뢰는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바람을 타고 생긴 인기를 얻은 사람은 쉽게 변질하고 실수하게 된다. 빛난다고 다 금이 아니듯이 아무리 화려한 정책을 내세운다고 해도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실망과 큰 피해를 입힌다. 반면 신뢰는 오랜 시간 변함이 없는 삶의 발자취와 모습을 통해 형성된다. 그 사람의 행적을 보면 신뢰를 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국민을 배신할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지도자로서 최고의 평가는 일괄된 진정성(Integrity)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사서삼경 중 '대학'과 '중용'에 나오는 신독(愼獨) 사상이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즉 혼자 있을 때 스스로 삼간다는 뜻이다. C.S. 루이스(Lewis)는 신독을 인테그리티로 표현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에도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독의 덕목을 가진 리더는 등댓불이다. 망망대해에서 외로이 서 있지만 어둠 속에서 묵묵히 빛을 비춘다. 항해자가 믿고 따라갈 길을 알려준다. 김문수 후보는 삶을 통해 신독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바른 길을 제시하고, 올바름을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타협하거나 무릎 꿇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고독(孤獨)을 즐기는 사람이다 

지도자는 바쁘고 힘들수록 고독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지도자는 큰 실수를 저지른다. 항상 자신을 돌아보고 깊이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깊은 고독의 시간을 통해 국민을 감동시키는 명언을 만들어 낸다. 영혼을 울리는 지도자의 한 마디는 국민에게 힘과 용기를 준다. 

2차 대전 당시 처칠은 영국 국민에게 '나는 피와 수고, 눈물 그리고 땀밖에 달리 드릴 것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짧지만 진한 감동과 강한 힘이 있어 두고두고 많은 지도자가 인용하는 명문(名文)이다. 이런 처칠의 멘트는 고독한 성찰의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한 마디에 영국 국민은 전쟁에서 승리하기까지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김문수 후보와 페이스북 친구이기에 수년 동안 그의 행적을 보아왔다. 그가 등산하는 사진을 종종 보았다. 그는 등산을 통해 고독한 성찰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근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같은 말이지만 다른 사람과 달리 김 후보가 하는 이 말에 감동이 왔다. 저 사람이라면 믿고 따라갈 만하다는 확신이 든다. 

겸손(謙遜)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악수할 때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느낄 수 있다. 손가락을 쥐지 않고 손바닥을 펴고 악수하는 사람은 왠지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어 다시 보게 된다. 그와 악수할 때 밝은 미소와 함께 내민 손에는 상대를 존중하는 힘이 들어가 있었고, 고개를 숙이는 그의 모습에서 전해지는 겸손을 느꼈었다. 

수일 전 필자의 지인이 김 후보를 만난 소회를 보내온 메시지를 전해왔다. 그분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저는 수류탄처럼 무리의 가운데로 뛰어들었습니다. 경호원조차 밀치고 김문수와 똑바로 눈을 맞추며, 뜨겁게, 힘 가득, 온 마음을 실어 김문수와 악수를 했습니다. 김문수, 김문수를 연호하면서 무리를 따라 걸으며 두 번, 세 번 악수를 청했습니다. 저는 김문수 후보를 몇 차례 만났는데, 매번 겸손하고, 단아하며, 청아하고 맑은 성품을 느낍니다. 선비적 풍모의 전형적인 외유내강을 봅니다. 우리나라에 김문수 같은 정치인이 있다는 자체가 진흙탕 속 연꽃 같았습니다." 

지나친 겸손은 위장된 교만이라고 한다. 하지만 김 후보는 교만하지 않다. 그는 약자나 강한 자나 모두에게 한결같이 겸손했고 그들을 존중했다. 겸손이 삶 속에 체화된 사람이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겸손한 사람은 정직하다. 남을 배려하기에 자신의 정직하지 못한 행동을 극도로 싫어한다. 

강단(剛斷)이 있는 사람이다 

현재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문제(친북, 친중 성향 정치인의 문제, 거대 야당의 의회 횡포 문제, 권력형 비리 문제, 의료농단 문제,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통찰력과 이를 해결할 강단을 가지고 있다. 문제를 해결할 개혁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죽은 물고기는 물에 떠내려 가지만, 살아있는 물고기는 거친 물살을 헤치고 나아간다. 그에게는 불의에 항거하고, 힘이 들어도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마다하지 않는 용기와 강단이 있다. 

진정한 지도자는 자신의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강하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실수를 시인할 줄 아는 모습을 보며 저 사람은 "지배자가 아닌 지도자가 될 사람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의를 위해 대척점에 서 있던 사람까지도 함께 품고 가려는 그의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3주 후,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더 낮은 곳에서 더 뜨겁게 일하는 대통령이 되어 있길 바란다. 고독을 즐기고, 신독하며, 무례하거나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며, 무엇보다도 돈 문제에 청렴한 삶을 살아온 그에게 좋은 결과를 기원한다. 

이명진(성산생명윤리연구소 전 소장, 의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