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삼위일체. 이는 기독교 신앙의 심장이라 불릴 만한 교리임에도, 수세기 동안 성도들에게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로 남아 있다.
'한 분이시되 셋이시며, 셋이시되 한 분이시다'라는 진술은 언어 너머의 진리를 말하려는 고백에 가깝다. 이 교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우리의 고전적 직관—특히 뉴턴식 세계관—은 한계를 드러낸다. 그러나, 양자물리학은 이 난해한 신비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창문을 열어준다.
2. 고전 물리학의 한계
분리된 개체의 세계
고전물리학, 특히 데카르트적 이원론은 모든 존재를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구분짓는다. 이는 곧 삼위일체를 설명할 때, "하나님은 아버지인가? 아니면 아들인가?" 혹은 "성령은 독립된 인격인가? 단지 영향력인가?"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로 흘러가게 만든다. 이러한 접근은 삼위일체의 본질—서로 안에 거하며, 서로를 정의하고, 동시에 하나인 존재의 동시성—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3.양자 중첩
둘이 아닌 동시에 존재하는 하나
양자물리학에서 하나의 입자는 둘 이상의 상태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이를 중첩 상태(superposition)라 부른다. 예컨대, 전자는 동시에 여러 위치에 있을 수 있고, 빛은 파동이면서 입자이기도 하다. 이 패러독스는 삼위일체 교리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하나님은 ‘아버지’, ‘아들’, ‘성령’이라는 서로 구분되는 위격(persona)을 가지시지만, 본질적으로 ‘하나’이시다. 이는 각 위격이 물리적으로 나뉘어진 세 개체라는 의미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중첩된 상태, 즉 동시에 존재하며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실재로 존재하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리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삼위일체 하나님은 고전적 입자 개념이 아니라, 양자장(field)의 존재에 더 가깝다. 이는 개체가 아니라 존재의 진동과 상호작용으로 구성된 실재이다.
4. 얽힘(Entanglement)
분리될 수 없는 관계성
또 하나 주목할 개념은 양자 얽힘(Entanglement)이다. 이는 두 입자가 공간적으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입자에 가해진 변화가 즉각적으로 다른 입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현상이다. 이는 물리적 거리와 무관한 관계의 동시성을 보여준다.
삼위일체 간의 관계는 단순히 세 위격이 ‘서로 협력한다’는 정도를 넘는다. 그것은 서로를 완전히 내포하며, 각 위격 안에 나머지 두 위격이 내재되어 있는, 존재적 얽힘이다. 요한복음 14장에서 예수께서 “아버지가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고 하신 말씀이 바로 이것을 가리킨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존재론적 진술이며, 현대 양자물리학의 ‘비국소적 실재성(non-local reality)’과 깊은 울림을 가진다.
5. 측정과 드러남
삼위일체의 계시 방식
양자물리학에서는 관측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입자의 상태는 중첩되어 있다가, 관측자가 측정하는 순간 특정 상태로 '붕괴'한다. 이때 우리가 관찰하는 것은 전체 가능성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이, 삼위일체 하나님도 역사 속에서는 각기 다른 위격으로 ‘드러나신다’. 구약에서는 주로 ‘아버지’로, 복음서에서는 ‘아들’로, 오순절 이후에는 ‘성령’으로 역사하신다. 이는 세 분이 교대로 나타나신다는 의미가 아니라, 하나님 본질의 다양한 차원이 시간과 공간 안에서 측정되고 드러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하나님을 경험하는 방식이 다를 뿐,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마치 파동과 입자가 관측 방식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듯 말이다.
삼위일체의 과학적 은유, 그러나 완전한 이 칼럼은 절대 진리가 아니다. 따라서, 삼위일체를 양자물리학으로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하나님은 피조계의 법칙 너머에 계신 존재이시며, 그분의 본질은 인간 이성이나 과학으로 완전히 해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양자물리학은 우리가 하나님의 삼위일체적 존재를 현대 과학의 언어로 가늠해볼 수 있는 유의미한 은유와 구조를 제공해 준다. 그것은 신앙의 교리와 과학적 사유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삼위일체는 이해의 대상이기보다, 경외 속에 받아들이는 신비다. 그러나 물리학자로서 나는 이 신비가 허공 속의 환상이 아니라, 실재와 구조를 가진 거룩한 질서임을 정리해 본다. 양자물리학은 그것을 증명하지 않지만, 그 실재를 가리키는 손가락이 될 수는 있다.
신은 우리에게 세상과 과학, 그리고 말씀을 주셨다. 우리는 이 셋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그 조화 속에서, 삼위일체의 영광은 지적 이해를 넘어 존재의 떨림으로 다가온다. 이것이 삼위일체의 신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