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갑 시스코프 대표
(Photo : 기독일보) 여인갑 시스코프 대표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주일, 어버이주일,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정과 관련된 절기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가정은 지금 건강하게 서 있는지? ‘가정이 무너진다’는 말이 낯설지 않을 만큼, 현대 사회는 가정 해체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때야말로 우리는 다시금 성경적 가정, 특히 말씀 안에서 자녀를 세우는 ‘신앙의 가정공동체’를 회복해야 할 때이다.

하나님은 가정을 단순한 혈연공동체가 아닌 믿음의 공동체, 곧 ‘작은 교회’로 세우셨다. 부모는 제사장이며, 자녀는 제자이다. 그 역할의 핵심은 바로 신앙의 대물림, 곧 ‘믿음의 유산’을 이어주는 것이다.

1. 자녀교육은 교회보다 가정이 먼저다
신명기 6장 6-7절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다.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길을 갈 때든지 누워 있을 때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하나님의 말씀은 자녀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하며, 그 출발점은 가정이다. 교회학교도 중요하지만, 자녀의 신앙은 가정에서의 본과 말씀훈련을 통해 형성된다. 부모가 경건하게 살며 말씀을 전하는 가정은 자녀에게 신앙의 뿌리를 깊이 내리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에서 아무리 가르쳐도, 자녀는 세상의 가치관 속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2. 히스기야 가정과 디모데 가정의 교차점
성경에는 자녀교육의 빛과 그림자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두 가정이 있다. 하나는 유다의 선한 왕 히스기야, 또 하나는 바울의 제자 디모데의 가정이다.

1) 히스기야 가정 – 믿음은 있었지만 전수에 실패한 사례
히스기야는 성경이 ‘다윗의 모든 행위대로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히 행한 자’(왕하 18:3)라 평가할 만큼 훌륭한 왕이었다. 그는 산당을 제거하고, 유월절을 회복했으며, 기도로 앗수르의 대군을 물리친 신앙의 용장이었다.

하지만 그의 아들 므낫세는 정반대의 길을 갔다. 성전 안에 우상을 세우고, 무죄한 피를 성 안에 가득하게 했으며,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악한 왕으로 기록되고 있다(왕하 21:1-6). 히스기야 개인의 믿음은 강했지만, 그 신앙을 아들에게 물려주지는 못했다. 믿음이 가문을 넘어 세대로 계승되지 못할 때 얼마나 참담한 결과가 오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2) 디모데 가정 – 외조모와 어머니의 교육이 만든 신앙의 계승
반면 디모데는 외조모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에게서 어릴 때부터 “성경을 알았다”(딤후 3:15)고 기록되어 있다. 바울은 “그 안에 거짓이 없는 믿음이 네 외조모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에게도 있더니, 네게도 있는 줄을 안다”(딤후 1:5)며, 신앙의 3대 계승을 강조한다.

디모데는 이 믿음 위에 자라나 바울의 동역자가 되었고, 교회의 중요한 리더로 쓰임 받았다. 이는 가정이 신앙의 학교 역할을 잘 감당할 때 일어나는 은혜의 결과이다.

3. 오늘날 우리가 실천할 성경적 가족공동체의 5가지 모습
히스기야와 디모데의 가정이 주는 교훈은 오늘 우리 가정에 실천 가능한 모델을 제시해 주고 있다.

(1) 가정예배를 회복하라
하루 10분이라도 가족이 모여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자. 자녀는 무엇보다 반복과 리듬 속에서 말씀을 내면화한다. 가정예배는 신앙이 삶이 되는 첫걸음이다.

(2) 부모가 먼저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라
자녀는 말이 아니라 삶을 보고 자란다. 성경을 펼쳐놓고 “이렇게 살아라” 말하는 것보다, 부모가 진실하게 하나님 앞에 사는 모습을 통해 자녀는 신앙의 실재성을 체험하는 것이다.

(3) 교회와 협력하라
신앙교육은 가정과 교회가 함께할 때 더 큰 효과를 낸다. 교회학교, 주일 설교, 공동체 모임 등과 연계하여, 자녀의 신앙을 다면적으로 세워야 한다. 교회는 가정의 신앙을 지지하는 든든한 울타리이다.

(4) 말씀과 감사가 흐르는 가정문화를 만들라
TV, 스마트폰, 유튜브보다 더 자주 등장하는 것이 감사와 찬양, 말씀 나눔이어야 한다. 자녀의 뇌와 마음은 반복되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신앙의 색을 입는다.

(5) 가정을 하나님 나라의 대사관으로 보라
가정은 단순히 생존의 공간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거점이다. 자녀는 이 거점에서 훈련 받아 세상으로 나아가는 ‘하나님의 사자’가 되어야 한다. 부모는 이 사명을 감당하는 거룩한 교사요 제사장이다.

4. 마무리: 가정이 살아야 다음 세대가 산다
우리는 지금 믿음의 세대 단절 위기 앞에 서 있다. 부모가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어도, 자녀에게 신앙이 전수되지 않으면 그 신앙은 1세대에서 멈추고 만다. 히스기야처럼 개인의 신앙은 좋았지만, 자녀에게 신앙이 끊어진다면 그 위대함은 다음 세대에게는 무의미한 것이 된다. 반면 디모데처럼 어릴 때부터 성경을 배우고, 기도의 본을 보고 자란 자녀는 신앙의 계승자가 되고,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서게 된다.

가정의 달 5월, 이제 우리의 가정을 말씀의 울타리로, 자녀를 말씀의 제자로, 부모를 거룩한 본으로 세우는 결단의 계절로 삼아야 한다. 믿음은 물려주지 않으면, 끊긴다. 믿음은 심고 길러야, 다음 세대에서 꽃피울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가정’이라는 하나님의 창조질서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