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의 수요일

지난 주일(3월 2일)로 주현절 후 여덟 번째 주일이 끝나고, 3월 5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된다.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생각하는 절기다.

사순절은 주일을 제외한 40일간의 기간이다. 사순절은 항상 수요일부터 시작되는데, 그날을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혹은 '참회 수요일'이라 부른다. 이때부터 교회의 스톨(전례색)도 흰색에서 보라색으로 바꿔 사용한다.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사순절 기간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고기를 먹지 않았다. 그래서 매년 사순절 직전 일정 기간 동안 고기를 실컷 먹는 축제를 벌여 왔는데, 그것이 카니발(사육제: 고기를 감사하는 축제)이다. 삼바 축제로 유명한 브라질 리우 카니발도, 가면 축제로 유명한 베네치아 카니발도 다 그 시기에 행해진다. 그래서 사순절 직전에 모두 축제의 막을 내린다.

사순절 시작일에 이마에 재를 발랐던 의식은 10세기 경부터 시작됐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한동안 잊힌 의식이었다가, 요즘처럼 다시 일반화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재의 수요일 예배에서 목회자는 종려나무 가지를 태워서 만든 재를 성도들의 이마에 물에 적신 재로 십자 성호를 그으면서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임을 기억하라(창 3:19)"고 말한다. 인간의 죄와 유한성, 인생의 무상함을 되새기면서 하나님의 용서와 도우심을 구하면서 살아갈 것을 깨우치는 것이다.

성도들은 이 재를 머리에 뿌리거나 이마에 바를 때 자신이 지은 죄를 고백했다. 자신이 지은 죄가 재만큼 많고, 지워지지 않고, 가릴 수 없는 수치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행위였다.

일부에서는 사순절이 개신교에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하는 목사, 신학자, 성도들이 있다. 하긴 평상시 교회력을 따라 예배하는 교회가 아니라면, 부활절이나 성탄절 외 교회절기들이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들에게는 종종 평상시 하지 않던 특별 새벽기도회, 묵상, 성경 필사 같은 행사를 연상시키는 사순절은 그저 목사들이 벌이는 교회 성장 프로그램의 하나로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1년 내내 예수 그리스도 생애 중심의 교회력을 따르는 교회의 성도들에게는 8주간 주현절기가 끝나고 이어지는 약 7주간 사순절(주일 포함), 그 후 이어지는 7주간 부활절기는 매주, 아니 매일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 사순절

1) 의미

사순절(四旬節, Lent)이란 부활절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의 기간(부활절로부터 46일 전)을 말한다. 사순절은 부활절을 기다리면서 신앙 성장과 회개를 통한 영적 훈련의 시기이며, 자신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에 달려 고난당하신 예수님의 죽음을 묵상하는 시기다.

사순절은 초대교회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찢기신 살과 흘리신 피를 기념하는 성찬식을 준비하며, 주님이 겪은 수난에 동참한다는 의미를 가진 금식을 행하던 것으로부터 유래되었다.

2) 시기

사순절은 재의 수요일(또는 참회의 수요일, Ash Wednesday)부터 시작되는데, 부활절 날짜에 따라 결정되는 이 날은 2월 4일부터 3월 11일 사이에 온다. 2025년 '재의 수요일'은 3월 5일이다. 사순절을 시작하는 날로서 재의 수요일이 확정된 것은 주후 6세기 그레고리 1세(Gregory Magnus, 640년) 교황 때부터다.

사순절은 처음 1세기에는 단 40시간만 지켰는데, 이는 예수님께서 무덤 속에서 40시간 동안 있었던 것과 일치시키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3세기에 이르러 부활주일 전 한 주간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지키다 나중에 30일간으로 연장됐다.

마침내 주후 325년 니케아 공회의(Council of Nicea)에서 처음 '40일'로 정했다. 이에 대한 기록은 주후 330년 아타나시우스(Athanasius)의 편지와 주후 348년 예루살렘 시릴(Cyril)의 <교리문답 강의(Catechetical Lectures of Cyril of Jerusalem)>에 나타나 있다. 그러나 니케아 공회의 후에도 얼마 동안은 오늘날과 같은 40일간 절기로 지키지 않았다.

동방 교회에서는 600년경부터 7주간 지켰는데, 토요일과 주일을 제외하고 성지주일을 포함해 36일간으로 정했다. 서방 교회에서는 6주간으로, 주일을 제외하고 26일을 지켰다. 예루살렘 교회에서는 4세기 때처럼 40일을 지켰으며 8주간 중 5일만 단식했다. 그 후 7세기 무렵 서방 교회가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절 첫 주일까지의 4일을 포함하면서 오늘날과 동일한 40일간 지키게 됐다.

3) 행사

사순절 기간 지켰던 대표 행사는 자신의 죄와 그리스도의 대속을 생각하며 금식하는 것이다. 사순절 금식은 수 세기 동안 매우 엄격하게 지켜졌다.

사순절 식사로는 저녁 전 한 끼 식사만 허용됐으며, 물고기와 고기 등의 육류는 물론 우유와 달걀로 만든 음식까지도 금지됐다. 그러나 8세기 이후 규정이 많이 완화되기 시작해 14세기에는 금식 기도 대신 절식 기도가 진행됐으며, 15세기에는 정오 식사가 일반적 종교 관습이 됐으며, 저녁 시간에도 간단한 식사인 '콜레이션(collation)'이 허용됐다.

그러나 사순절 기간 연극, 무용, 연애 소설 읽기와 같은 오락 행위는 여전히 금지되었으며, 화려한 옷을 입는 것, 좋은 음식을 먹는 것 등 호화 생활 등도 자제됐다. 대신 자선과 예배 참석, 기도 등이 권장됐다.

어떤 곳에서는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 3일 정도 '사육제(carnival)'가 거행됐다. 사육제는 원래 '육이여(carni)', '안녕(vale)'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이교 영향을 받은 이 축제 기간 금식하는 사순절과는 대조적으로 술과 고기를 먹었으며, 가장행렬 등 인간의 쾌락 본능을 자극하는 행사들도 행해졌다.

그러다 1517년 종교개혁 이후 종교개혁자들은 형식적이며 지나치게 많은 교회의 의식 철차들을 폐지했는데, 이때 사순절에 관계된 많은 의식들도 간소화 내지 폐지됐다. 그러나 회개의 시기로 지켰던 중세 교회의 사상은 받아들여, 공동기도문 중 사순절 기도문 주제를 회개로 삼는 등 계속 사순절을 기념하고 있다.

-재의 수요일: 사순절을 시작하는 첫 번째 날
-고난주간: 부활절 전 한 주간
-종려주일: 고난주간을 시작하는 주일
-세족 목요일: 그리스도께서 최후의 만찬을 드신 목요일
-성 금요일: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금요일

▲김창환 위원장.
▲김창환 위원장. 

김창환 목사

서울 강서교회
기장 동성애·동성혼 반대대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