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아침 7시 30분경 한인 타운으로 출근합니다. 남행 고속도로 동편 능선에 잠시 햇빛이 비쳤다가 사라진 후, 주위의 모든 산봉우리와 저 멀리 시내의 고층빌딩도 구름에 가렸습니다. 2024년이 어두움 속에 비명을 지르며 지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국제관계도 소용돌이 속에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속된 전쟁이 더욱 곤혹스러운 이유는, 같은 민족인 북한군이 들어가 사상자를 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먹구름이 끼인 국제정치 상황과 탄핵이 거듭되는 고국 상황을 볼 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합당할까’ 고민하게 되고 약간의 좌절감도 생깁니다. 물론 스피노자의 말처럼 “내일 세상의 종말이 와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으리라” 생각하며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을사늑약이 체결됨을 보며 생명을 끊기로 작심한 충무공 민영환 선생(1861-1905)이나 경술국치를 보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하직한 매천 황현 선생(1855-1910)의 선택은 극심한 좌절의 결과였으리라 미루어 짐작하게 됩니다.

우리보다 훨씬 더 절망스러운 상황을 살아낸 사람들의 70년 전 모습을 그려봅니다. 너덜거리는 낡은 책, 위르겐 몰트만(1926-2024)의 『희망의 신학』(1965)을 다시 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 포로가 되었다가 풀려났고, 전쟁 이후에 희망을 이야기한 몰트만의 마음을 다시 더듬어 보게 됩니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1972)에서 한국 독자를 향해 말하기를 “만일 그리스도가 부활하셨다고 하면 나는 어떤 곳에서도 체념해서는 안 되며 아무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라” 말합니다. 왜냐하면 죽었다가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 희망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말씀으로 서문을 맺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나님을 찬송하리로다 그의 많으신 긍휼대로 예수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게 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를 거듭나게 하사 산 소망이 있게 하셨음이라”(벧전 1:3).

고국과 세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거꾸로 우리는 희망을 보아야 합니다. 무균 상태가 사람을 건강하게 하지 않고, 면역력이 강한 사람이 병마를 이깁니다. 하나님은 절대로 손해 보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이 어려움을 통해서 교회가 정화되어 하나님을 굳게 붙들면, 하나님은 반드시 우리를 회복시키고 복을 주실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망국의 고난을 겪으며,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애 3:22-23)라고 노래합니다.

선지자들은 세상의 죄와 타락을 보면서 깊이 우려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선지자적 비관주의”(prophetic pessimism)라고 합니다. 그러나 결국 하나님의 승리를 바라보는 선지자에게는 궁극적인 낙관, 즉 “선지자적 낙관주의”(prophetic optimism)가 있었습니다. 이는 하나님은 궁극적으로 선으로 악을 이기신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죄로 고통당하던 호세아가 슬픔을 넘어 환희의 찬가로 호세아서의 마지막을 마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아모스가 이스라엘의 타락과 파멸을 선포하다가 다윗의 장막이 회복되는 즐거움으로 책을 마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2024년에 겪는 고난은 그러므로 2025년에 올 축복의 전야 곧 환희의 서곡이라 믿으시면 좋습니다. 어두운 시대의 마지막 새벽에 겪는 고난은 족히 비교할 수 없는 영광의 여명으로 이어진다고 소망하시기 바랍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회개하며 마음을 낮추기만 하면, 시대의 고난은 하나도 버릴 것 없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희망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박사, 98세로 별세

세계 신학계의 거성 위르겐 몰트만 교수님 소천하시다!

위르겐 몰트만 "고난당하시는 하나님, 나에게 희망을 보게 했다"

'희망의 신학자'가 말하는 '독특한 기쁨의 기독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