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화요일 새벽 묵상을 하며 고국에 계엄령이 선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너무도 놀라운 일이라, 걱정이 앞섰습니다. 대학을 마치던 때에 10.26과 12.12사태를 겪었고, 상무대 훈련 장교로서 전라도 광주에 있으면서 비극을 겪었던 저로서는 유혈사태와 투옥, 구금을 생각하며 불안감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국회의 의결로 군이 철수하고 계엄을 해제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사상자가 없이 계엄이 마쳐진 것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정치가 중단되는 군사력의 동원이 있었다가 황급히 사라진 정황이 매우 의아했습니다.

이후 며칠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신속히 흘러갔습니다. 그렇게 허술하고 무력한 것처럼 보인 계엄군의 국회 진입이 일차적 목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목적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 관련 기관이라는 것, 이에 약 300명의 조직적인 계엄군 투입이 있었다는 사실을 추측하며 의혹이 약간 해결되었습니다. 선거에 대한 의문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중요 선거 정보의 수집을 위한 “기만 작전”(sting operation)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대통령이 탄핵과 그 인용까지 이르게 될 것인가? 대통령의 장악력을 유지하면서 부정선거의 엄중한 증거, 또는 계엄 선포문에서 적시한 반국가세력을 밝힐 것인가? 중국과 북한의 개입과 부정을 드러낼 수 있는가? 대통령이 국가 운영의 중차대한 해결책으로 국민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까? 계엄령의 선포가 정의를 위한 구국의 결단으로 이루어진 최후수단이었는지, 혹은 반대로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재촉한 정략적 술수로 끝날지 미래를 확언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국 시민들의 평화와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결국은 하나님의 공의(츠다카)와 실정법적 정의(미슈파트)가 이루어지기를 간구합니다.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선거 부정’이 우리나라에서부터 먼저 정의롭게 해결되는 영광스러운 역사의 새 출발이 있게 하소서” 기도합시다. 민주주의가 꽃피워진 미국도 아직 부정선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는데, 여기 미국에서도 공평이 강물처럼 흐르기를 소망합니다.

이 어려운 시절에, 정치를 통해서 드러내시는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고국의 시민들 사이로 “가깝게 하나님이 지나쳐 가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드러내시며 역사를 통과하며 지나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시기를 바랍니다. 고국의 사건과 현실 정치를 인도하시는 하나님께서 오직 이루시려는 참된 정치, 즉 메타폴리틱스(meta-politics) 곧 현실 정치 위에 있는 하나님의 정치, 그의 신정(神政, theocracy)이 성취되기를 기다립니다.

성경에는 많은 정변과 내란이 있었지만, 어떤 사건은 분명히 혁명이라고 해석됩니다. 남조 유다에서 여왕으로 행세했던 아달랴를 처단하고 요아스를 왕으로 세운 제사장 여호야다의 구데타는 “여호야다의 궁정 혁명”으로 평가됩니다. 북조 이스라엘에서 아합왕의 아들 요람을 죽이고 왕의 어머니 이사벨과 왕자를 모두 죽인 예후 장군의 반역은 내란 대신 “예후의 혁명”으로 부릅니다.

사람이 자기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길을 인도하시는 분은 여호와이심을 믿습니다.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에 긍휼을 베푸사, 이번의 우려스러운 사건으로 오히려 하나님의 공공선이 이루어지고, 정상적인 정치과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불의가 척결되고, 의로움의 정착되며, 오직 여호와의 공의가 온 땅에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종말에 선교의 마지막 주자로서 달려갈 이 민족이 이번 기회를 통하여 더욱 정치에서도 자랑감이 되기를 간구합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목사, KCMUSA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