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주 주보에 목회 칼럼을 싣고 있습니다. "로체스터 흙내음"이란 제목으로, 제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일기 쓰듯 적고 있지요. 신외 교회(제 첫 목회지입니다)에서 "신외마을 이야기"란 제목으로 쓰기 시작한 목회칼럼이 어느덧 13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신학교 시절, 글 못쓰기로 "찍혔던" 학생이었습니다. 제 모교회 부담임 목사님이셨던 분들이, 늘 제 문체를 보시며 지적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글쓰기를 두려워했던 저였지요.

그러던 제가 스물여섯의 나이에 목회를 시작하면서, 전도용으로 주보에 글을 실어 마을 주민들에게 나눠줄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글에 소질이 없던 저는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감신대 선배중 한희철 목사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목회 칼럼인 "단강마을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짧은 글이었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는 한 목사님의 글을 읽으면서, 부족하지만 나도 글로써 전도를 해야겠다는 용기를 내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13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문득 그때 썼던 글들이 생각나, 컴퓨터에 저장해 놓은 옛날 글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 중 한 이야기가 내 마음을 붙잡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제 기억으로 당시(1999년) 저는 서울의 한 연구원의 계절 학기를 참석 중이었습니다. 히브리어 과목을 듣고 있었는데, 서울까지 오가야 했기에, 학교를 다녀오면 아이들이 모두 잠들어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조금 여유가 생겼습니다. 아빠랑 놀 기회가 없었던 지혜가, 아빠가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자,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간해서 아빠와 떨어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말씀을 준비하는데, 제 책상에 올라와서 놀겠다고 애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허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숨을 "휴우"하고 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물어보았지요.

"지혜야, 왜 한숨을 쉬니?"

"아빠를 너무너무 사랑해서요!"

".....!!!!!!"

이제 2년 7개월이 된 아기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것입니다. 순간 너무나 깜짝 놀랐습니다.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지만, 잠시 모든 것을 놓고 지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혜의 그 한 마디가 저로 하여금 지혜를 바라보게끔 한 것입니다. 흐뭇했습니다. 너무 이뻤습니다. 그저 지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동시에 '우리 하나님 아버지의 심정도 이렇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고백 한마디가 아버지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우리를 바라보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정말입니다. 때로는 말씀대로 살지 못했고, 기도도 꾸준히 하지 못할 때도 있는 저이지만, 하나님은 지혜를 통해 다시 한 번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십니다. "나 주님의 기쁨 되기만을 원합니다!" 같은 죄를 반복하며 사는 우리에게 하나님은 여전히 사랑의 주파를 던지고 계십니다. 순간 더 이상 아버지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물밀 듯이 밀려왔습니다.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하나님 아버지를 사랑했던 초심을 회복해야만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린아이 같은 마음! 그저 순수하게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 자식의 "유치한" 사랑의 표현을 보면서 기뻐하는 부모의 모습! 하나님 아버지는 자녀된 우리와 이런 관계를 원하신답니다. "작고 보잘 것 없는 몸짓" 같아 보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표현을 받길 원하시는 아버지! 그저 아빠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그 사랑을 표현할 길이 없어 한숨 쉬는 지혜의 모습에 제가 반했던 것처럼, 하나님 역시 우리가 어린아이 같은 모습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길 원하신답니다.

부쩍 커버린 아이들을 보면서, 옛날을 그리워해 봅니다. 지금은 아빠와 엄마를 사랑하는 방법이 그때와는 달라졌음을 알지만, 때때로 어렸을 때 아빠와 엄마밖에는 없다고 생각하며 매달렸던 아이들의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하나님도 그러신 모양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사랑을 처음 깨달았던 그 순간의 감격, 첫사랑의 감격을 하나님도 그리워하신 답니다. 우리 이제 그 첫 사랑을 회복합시다. 하나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말과 행동으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우리가 되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11/18/2007)

눅18:17 가라사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하시니라.

▲이진국 목사와 딸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