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Photo : ) 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음에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디모데전서 6: 7-8)

 우리는 가끔 보도를 통해 어떤 회사의 기밀을 담당했던 직원이 회사의 기밀을 몰래 빼돌려 경쟁 회사에 팔아넘겼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한국에 있는 경쟁 회사에 팔아넘긴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정보를 다른 나라에 팔아넘겨, 그 회사에 치명상을 입히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심지어 회사의 기밀 정보를 모두 빼돌려 가지고, 엄청난 보수를 받고 아예 외국으로 건너가 그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매국노(賣國奴)들도 있습니다. 이 수전노(守錢奴)는 회사를 배반한 것뿐만 아니라, 국가와 민족을 배반한 이완용 같은 인간입니다.

 신라 문무왕(文武王:주후 626-681) 때인 669년은 신라가 당나라의 도움을 받아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키고 삼국을 통일한 때였습니다. 원군(援軍)을 보내 준 당나라 사신의 태도는 방자(放恣)하여, 왕도 무시하고 전횡(專橫)을 부렸습니다. 이때 당나라 사신이 신라를 떠날 때, 신라에 있는 여러 가지 소중한 물품들을 챙겼는데, 사신은 신라의 활을 보고 몹시 욕심을 냈습니다.

 신라의 활살이 1,000보(步)를 날아가는 것을 보고 탐이 나서, 그 활을 만든 장인을 당나라로 데려가겠다고 요구했습니다. 그 장인(匠人)은 구진천(仇珍川)이었는데, 문무왕은 당 나라 사신의 요구를 거절할 수가 없어서, 구진천으로 하여금 당나라로 가도록 어명을 내렸습니다.

 당나라 황제 태종은 구진천을 보고, 몹시 기뻐하면서, 좋은 활 재료를 주면서 신라에서 만들었던 활과 똑같은 활을 만들라고 명령했습니다. 얼마 후, 구진천이 완성한 활을 쏘았더니 겨우 300보 밖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당 태종은 신라에서 만든 활이 1,000보를 간다는데, 왜 300보밖에 날아가지 못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구진천은 당 나라 재료는 신라의 재료와 질이 달라서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당 태종은 사신을 신라에 다시 보내, 활 재료를 가져오도록 명령했습니다. 신라에서 가져온 재료로 구인천이 활을 만들었는데, 이 활은 겨우 600보 밖에 날지 못했습니다.

 당 태종은 도대체 같은 재료로 활을 만드는데, 왜 600보밖에 날아가지 않느냐고 따져 묻자, 구진천은 재료를 배로 운송해 오는 동안에 재료에 습기가 차서 약간 변질됐기 때문에 멀리 나가지 못한다고 대답 했습니다.

 당 태종은 구진천이 일부러 팔 만드는 비법을 숨기고, 1,000보 나갈 수 있는 활을 만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구인천에게 신라의 활과 꼭 같은 활을 만들지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겁박(劫迫) 했습니다. 그러나 구진천은 끝까지 1,000보를 날아갈 수 있는 비법을 가르쳐 주지 않아, 결국 죽임을 당했습니다.

 구진천은 신라에서와 같이 1,000보를 날아가는 활을 만들어 주면 당나라와 신라가 전쟁을 하게 되면, 많은 동족들이 그 활로 생명을 잃을 것을 생각해서 비법을 결코 전해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신라의 하급 기술 관리가 활 만드는 비법을 가르쳐 주지 않고 생명을 버린 것은 오직 민족과 국가를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천민(賤民) 자본주의가 들어와 배달겨레를 수전노(守錢奴)로 만들고 있습니다. 자기가 봉직하고 있는 회사의 기밀을 도둑질해서 경쟁회사에, 더 나아가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참으로 개탄(慨嘆)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바울 선생은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음에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딤전 6:7-10)고 경고하셨습니다.

 오늘 구진천 같은 애국자를 어디서 찾아 볼 수 있을까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돈의 탐욕을 버리고, 가진 것을 족한 줄로 알고 살아가는 비결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가는 것이 없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공수래(空手來) 공수거(空手去)가 인생의 시종(始終)입니다.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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