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Photo : ) 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게 이르노니 일곱 번 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할지니라.” (마태복음 18:22)

 주기도문 가운데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옵시고...”가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살면서 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잘못을 하지만, 다른 사람이 나에게 잘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아침에 깨끗하게 닦아 신고 나간 구두를 밟은 사람을 용서하는 것과 절친한 친구가 많은 돈을 빌려간 다음에 종적을 감추어, 살던 집이 은행에 넘어가서 온 가족이 지하 단칸방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 친구를 용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지요.

 주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일곱 번 뿐만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끝없는 용서를 말씀 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구두를 밟은 사람을 용서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사기를 친 배신자 친구까지도 용서해야 한다는 데, 우리의 고민이 있습니다.

 어떤 한국 기독교 여론 조사 기관에서 한국인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용서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습니다. 한국 영화 ‘밀양’에, 주인공은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인 후, 아들을 죽인 살인범을 용서하기로 마음먹는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질문자들에게 이런 일이 실제로 나에게 벌어진다면 기독교인인 나는 가해자를 과연 용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9%가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응답이,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11%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많은 개신교인이 용서할 수 없다는 행위로는 성희롱 76%(여성 응답자 기준), 사기 75%, 물리적 폭력 75%, 모욕감을 준 사람 63%, 직장 내 갑 질 61%, 거짓말 40% 등을 주로 꼽았습니다.

 용서해 줘야 된다고 답한 사람들(58%)은 나도 다른 사람에게 의도치 않게 잘못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용서를 했고, 46%는 상대방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이 그리스도인다운 삶이라고 생각해서 용서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응답자 63%는 타인과 갈등이 생겼을 때 기도하면 용서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성서공회(ABS:American Bible Society)가 2023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성인 2,598명을 대상으로 성경 읽기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에서 92%의 응답자가 성경 속 메시지가 내 삶을 변화시켰다는데 동의했습니다.

 성경을 읽은 후, 가장 큰 변화는 타인에 대한 용서였습니다.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면 평생 증오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불행한 삶을 살게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증오가 심화되면 병이 나기도 하는데, 성경을 통해 남을 용서하면 삶의 변화가 오고 영육 간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말씀을 묵상하며 실천하는 것을 생활화하는 성경 중심적 교인 중 93%는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타인이 용서를 구하는 것과 상관없이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었다는데 동의했고, 이중 47%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용서는 우리 집의 바늘 하나를 도둑질한 사람을 용서하는 것과 농가에 절대로 필요하고, 또 그 집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소를 도둑질해 간 사람을 용서하는 것은 결코 동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바늘 도둑뿐만 아니라 소도둑까지 용서해 줘야 된다고 요구합니다. ‘사랑의 성자’ 손양원 목사님은 동인과 동신 두 아들을 죽인 공산당 강재선을 용서했을 뿐만 아니라, 그를 양아들로 삼았던 사실은 기독교 용서의 극치를 보여 준 실례(實例)입니다.

 예수님께서 나의 죄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대신 죽으셨다는 사실을 진실로 믿는다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납치해서 죽인 납치범들을 용서해 주어야 하고, 또 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기독교인들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무거운 십자가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절대 명령이기 때문에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용서해 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책무입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용서할 수 있습니다. 이 일은 우리가 지고 가야 하는 십자가이기도 합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만납시다.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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