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보수 신학자들과 한국교회 지도급 목회자가 교계와 사회에서 일고 있는 맹목적 통일지상주의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난달 말 개최된 한국복음주의신학회(KETS, 회장 정규남, 이하 한복신) 제44차 정기논문발표회의 설교를 맡은 박종순 목사(충신교회)가 '짝사랑으로는 통일이 안된다'며 현재 통일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세력에 대한 비판을 가한 것이다. '북한은 가만히 있는데 우리만 열심을 낸다고 통일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북한이 가만히 있다'라는 명제에 대해서 진보적 인사들은 쉽게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북한도 '나름대로' 화해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미국과 한국사회내 보수세력들이 화해의 움직임에 '방해공작'을 펼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것이다.

이제 복음주의 진영의 지도자들과 학자들은 맹목적 통일운동을 주도하는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과의 '말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안타까움의 감정이 잘못된 것임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 수위를 넘어선 통일지상주의에 제동을 걸고 통일논의와 통일운동을 복음주의적 시각을 가지고 재편해 나가야 한다.

당일 학회서 김병로 교수가 중요한 지적을 했다. 통일과 북한복음화를 준비함에 있어 한국교회에 통일과 선교에 대한 성경적 해석과 논의가 극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복음주의자'를 자처했던 지도자들과 학자들이 되새겨야 할 지적이다. 그들이 역사를 외면했기에 통일운동은 사회과학적 분석에 치우친 진보주의자들의 전유물로 간주되었고 좌향좌 운동이 통일운동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북한주민들의 인권은 지금 이시간에서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학회에 참석한 교수들은 북한주민들의 인권유린문제가 통일논의에서 도외시 되고 있다는데 입을 모았다. 이승진 교수(천안대, 실천신학) 교수는 특히“지난 8월 15일 한기총이 KNCC 및 조그련과 공동개최한‘평화통일 남북공동기도주일 연합예배’와 같은 일들이 남북교회간 교류를 활성화시킨다고 하지만 거시적인 입장에서 볼 때 남북통일 이후 지하교회의 정당한 자리매김에 걸림돌로 오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내의 인권문제와 아울러 지하교회의 존재를 인정하고 기독교에 대한 탄압을 중지할 것을 조그련에게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시청앞의 기도회로 북한을 바라보는 한국교회 성도들의 정서와 여론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이제는 차분히 변론할 때이다. 보편주의에 근거하여 왜곡된 통일지상주의의 허점을 지적하고 여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복음주의 진영이 통일운동의 주도권을 갖고 대사회적인 여론을 수렴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