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Photo : ) 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그의 누이가 바로의 딸에게 이르되 내가 가서 당신을 위하여 히브리 여인 중에서 유모를 불러다가 이 아기에게 젖을 먹이게 하리이까” (출애굽기 2:7)

 우리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민간 소설 가운데 <심청전:沈淸傳>이 있습니다. 심봉사 아내가 딸을 낳자, 이름을 청(淸)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러나 심봉사 아내가 청을 낳은 후 바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청은 엄마의 젖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심봉사는 갓 난 청을 엎고, 이집 저집을 돌아다니면서, 젖을 먹이는 엄마들을 만나면, “우리 청이에게 젖 한 번만 빨게 해 주세요.”라며 간청을 하였습니다. 젖 먹이는 엄마들은 청을 가엽게 여겨, 젖을 빠는 자기 아기를 잠시 내려놓고, 청에게 젖을 빨게 했습니다. 이것을 ‘젖동냥’이라고 합니다.

 인류가 아이들에게 모유 대신 우유를 먹이기 시작한 것은 1725년으로 올라갑니다. 미국 뉴햄프셔주의 엘리자베스 핸슨(1684-1737)은 와바나키 원주민에게 납치됐는데, 원주민들이 견과류와 옥수수가루(콘밀)를 섞어 만든 분유를 아기에게 먹이는 것을 보았고, 자신도 그 조제법을 배웠다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자기 자식이 아닌 영유아에게 젖을 먹이는 유모(乳母)의 역사는 주전 2000년부터 최근 20세기까지 약 4천 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구약 출애굽기 2장에 보면 모세가 나일강에서 바로왕의 딸에게 발견되어, 입궁하게 되었을 때, 모세의 누이 미리암이 공주에게 아이의 유모를 소개하겠다면서 자기 어머니 요게벳을 데려다 준 기록이 나옵니다.

 모유나 유모의 젖을 먹지 못하는 아기들에게는 소, 염소, 당나귀, 낙타, 돼지, 말 등의 젖을 모유 대신 사용하였습니다. 아이에게 대체유(代替乳)을 먹이기 위하여 젖병이 고안되었는데, 젖병을 만드는 재료로 도기, 주석, 금속 등으로 계속 발전하였습니다. 고무젖꼭지의 발명은 동물의 젖이 인간 모유 대체유로 활용하는 길을 넓혀 주었습니다.

 1840년대 고무의 발명 이후, 뉴욕에 살던 일라이자 플랫은 인도 고무젖꼭지의 특허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고무가 부드럽기는 하지만 악취, 약한 내구성 등의 단점 때문에 20세기에 접어들어서 고무의 품질이 개선될 때까지 고무는 크게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조제분유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67년이었습니다. 이때부터 한국에서도 아이는 출산했지만 아이에게 젖을 먹일 수 없는 상황에 처하거나, 젖이 충분히 나오지 않은 산모들을 위해 우유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우유의 등장으로 이제 젖동냥을 하던 시절은 끝났습니다.

 젖은 엄마가 먹이는 것인데, 분유를 먹이는 집안에서는 엄마가 아기에게 “아빠더러 젖 달라고 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심청이 처럼 아기를 출산한 후에 세상을 떠난 엄마들이나, 엄마는 건강하지만 젖을 먹일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산모들을 위해 우유는 대체유(代替乳)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모유에는 강력한 면역력이 포함되어 있어, 생 후 6개월까지 엄마 젖을 먹은 아이들의 사망률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낮다는 통계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세상의 모든 포유(哺乳:어미가 제 젖으로 새끼를 기름) 동물들은 자기가 낳은 새끼에게 젖을 먹입니다.

 그런데 유독 사람만은 이런저런 이유로 젖이 잘 나오는 대도 아기에게 젖을 먹이지 않고 분유를 먹이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어기는 일입니다. 물론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고 싶지만, 경제적 상황이나, 기타 이유로 모유를 먹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생각해 보면, 돈 보다 아기가 모유를 먹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 하지 않을까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사람들과 달리 하나님이 만들어 놓으신 법칙을 따라야 합니다. 모유를 먹일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유를 먹여서 일생 건강하게 살아가게 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부모가 진 제일의 책임이며, 또한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따르는 길입니다. 우리 모두 이 문제를 잠시 묵상해 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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