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기독일보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미주 각 지역에서 성실히 목회하고 있는 교회들을 돌아보고 한인 목회자들의 고군분투기를 기록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한인밀집 지역이 아닌 도시에서 열정을 쏟고 있는 목회자들을 우선적으로 만나 보도한다. 두번째 순서로 라스베가스 중앙교회 임인철 목사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라스베가스 중앙교회(담임 임인철 목사)의 한 켠에는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대조되는 ‘신토불이’ 장독대가 늘 자리하고 있다. 이 장독 안에는 성도들이나 새 가족에게 나눠줄 고추장과 된장이 항상 대기 중이다. 이민교회 중에서도 특별한 환경의 라스베가스, 이 곳에서 사람들을 보다 쉽게 만나고 복음을 더욱 잘 전하기 위한 매개체 중 하나로 생각한 것이 바로 이 장독대였다. 교회가 된장, 고추장 등을 만드는 한국전통음식 클래스를 열어 자연스럽게 지역의 한인들과 교류하면서 한국의 문화도 이민자들에게 전하고 복음도 전하는 일석이조의 사역인 셈이다.

“마침 우리 교회에 된장과 고추장을 국보급으로 잘 담그는 권사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다른 클래스들도 많지만 특히나 된장과 고추장 클래스는 열 때마다 큰 인기입니다. 한국의 전통 장들을 아주 쉽게 담글 수 있는 비법을 전수해주니 다들 감사해 하는 분위기이고 이제는 지역의 젊은 엄마들에게도 소문이 옮겨가고 있어 이런 인기를 힘입어 이젠 클래스별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릴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임인철 목사가 라스베가스에서 목회를 하면서 주목했던 것은 바로 ‘문화’라는 키워드였다. 많은 한인들이 한국의 문화를 그리워하고, 이민자들의 자녀 또한 한국의 문화와 단절돼 크게 멀어져 가는 상황에서 이들이 필요한 부분을 교회가 제공해줄 수 있고, 또 세대간에도 문화를 통해 서로 연합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임 목사는 생각했다. 임 목사는 자신의 목회에 대해 거창한 목회철학은 없다면서도 “하나님이 그 때 그 때 주시는 길을 따라가며 목회를 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 클래스를 통해 교회 사역이 활성화된 것 또한 필요에 따라서 시작한 것이 하나님의 인도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밝혔다.

라스베가스 중앙교회에서 고추장 클래스가 한창 진행 중이다.
(Photo : 라스베가스 중앙교회) 라스베가스 중앙교회에서 고추장 클래스가 한창 진행 중이다.

라스베가스 중앙교회는 현재 거의 매일 교회에서 다양한 문화 클래스를 열고 있다. 월요일 동양화 클래스를 비롯해 엑셀 등을 가르치는 컴퓨터 클래스, 꽃꽂이 클래스, 골프 클래스까지 그 분야가 넓다. 그 중 단연 인기 있는 클래스는 젊은 엄마들 사이에 소문이 난 된장, 고추장 클래스다. 때로는 이 클래스를 통해 청국장이나 곶감을 만들어져 판매되기도 한다. 가을만 되면 교회 한 켠에는 곶감이 주렁주렁 매달린다. 쌀쌀한 겨울에는 붕어빵도 큰 인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음식이 하나의 중요한 교회사역이 됐다.

“우리 교회에 온 아이들이 처음에는 된장도 안 먹으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음식을 젊은 엄마들이나 그 자녀들이 잊게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음식을 최대한 맛있게 만들어서 친교를 나눴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게장을 입에 물고 다닐 정도로 토양이 바뀌어졌습니다. 한국학교도 이런 문화의 중요성을 생각해서 시작한 것입니다. 컴퓨터 코딩이나, 기타를 배우는 시간도 있지만 연극을 통해서 흥부전을 연습하기도 하고 한국음식도 같이 만들어 보는 등 최대한 한국의 문화를 다음 세대들에게 알리고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임인철 목사가 라스베가스 중앙교회에서 담임목회를 맡은 때는 2017년이다. 한국에서도 목회를 했었고, 남가주에서도 부목사로 두 교회에서 사역한 바 있는 그였지만 라스베가스는 이전의 두 곳과는 또 다른 환경의 목회지였다. 많은 고민도 됐지만 무엇보다 그를 라스베가스 목회로 이끌었던 것은 처음 이 교회에서 설교를 전했을 때 하나님이 주신 강한 확신이었다. 청빙을 위한 설교를 전하면서 하나님의 강력한 이끌림을 느꼈다는 것이 임 목사의 설명이다. 목회지를 남가주에서 라스베가스로 옮긴다는 것은 가정에 있어서도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사모와 자녀들은 선뜻 라스베가스로 옮기는 것에 동의하지 못했다. 자녀들의 경우 이미 남가주의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로 다 이야기가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임 목사는 이 때 하나님이 가정에 주신 말씀인 “사막에 강을 내리니”라는 이사야 43장19절을 들어 하나님이 부르신 곳에 응답해서 가는 것이 목회자의 길임을 강조했다. 그렇게 라스베가스로 사역지를 옮겨 온 이후 두 자녀는 신앙 안에서 더욱 크게 성장해서 이제는 교회사역을 함께하는 든든한 동반자로 컸다.

“아이들이 한번은 지역에서 진행되는 연합집회에서 크게 은혜를 받은 이후 성령을 소멸치 말자면서 매주 금요일마다 우리교회에서 집회를 시작해 현재까지도 두 아들이 모두 예배자로 모임을 잘 이끌고 있습니다. 어른들도 같이 기도하며 이 모임을 돕고 있습니다. 모두 하나님의 인도하심입니다”

라스베가스 중앙교회에서 한국전통장 클래스를 시작하면서 임인철 목사가 기도하고 있다.
(Photo : 라스베가스 중앙교회) 라스베가스 중앙교회에서 한국전통장 클래스를 시작하면서 임인철 목사가 기도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 클래스만이 라스베가스 중앙교회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성도들의 영적 성장은 철저한 말씀 교육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 커피 브레이크와 어? 성경이 읽어지네! 두 프로그램을 통해 양육을 하는데 훈련에 참여하는 성도들의 자세가 사뭇 진지하다. 이렇게 성실히 말씀을 가르치고 또 성도들의 성장이 눈에 보이게 됐을 때 임 목사는 ‘하나님께서 이렇게 사막에 강을 내기 원하셨구나’하는 것을 더욱 느끼게 됐다고. 특히 일주일의 많은 사역 중 2부로 나눠 드리는 주일예배에 보다 많은 집중을 하고 있다. “예배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이 임 목사의 말이다. 지난 팬데믹 기간에도 오히려 교회가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 팬데믹이 끝난 이후 현재 성도수가 2개 가량으로 늘었고 재정 또한 더욱 안정적이 됐다. 현재 라스베가스는 한인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팬데믹 기간 중에는 최대한 예배에 대한 긴장을 놓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능한 성도들이 예배에 나오게 했고, 혹여 예배에 나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유튜브, 카톡, 줌 등을 활용해 말씀을 계속 나누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밖에 잘 나오지 못하는 노약자들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섬기는 일에는 뜻하지 않게 오래되지 않은 젊은 성도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도 했는데 그런 어려운 과정이나 섬기는 과정들을 지나면서 성도들이 더욱 교회의 사역에 집중한 것이 참으로 감사합니다”

라스베가스 목회환경은 주변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점차 바뀌고 있다는 것이 임 목사의 설명이다. 7년 전만해도 호텔과 카지노 등에 관련된 직종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라스베가스가 가족들의 휴양지로서 서서히 탈바꿈하고 있고 그 사이 풋볼, 야구, 농구, 하키 등의 프로스포츠팀들이 생기면서 전반적인 산업에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라스베가스 중앙교회 또한 예전보다 더욱 다양한 직종의 전문직 성도들이 늘었다.

2023년 5월 야외예배 모인 라스베가스 중앙교회 성도들
(Photo : 라스베가스 중앙교회) 2023년 5월 야외예배 모인 라스베가스 중앙교회 성도들

현재 임인철 목사는 라스베가스교회협의회 회장을 맡아 섬기고 있기도 하다. 목회자들간의 연합과 친목을 다지는 자리를 많이 마련하고, 부활절 연합새벽예배와 연합부흥성회, 유스연합수련회 등의 전통적인 사업들과 함께 올해는 특별히 목회자 사모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잘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한달에 한번씩 언어가 다르더라도 2세들과 함께 하는 기도회를 갖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 라스베가스의 한인들의 수가 적게는 2만 명, 많게는 4만 명 까지도 보고 있습니다. 한인교회들이 수가 40여 개인데 성도들을 다 합쳐도 전체 한인들 숫자의 10%가 안됩니다. 교회를 떠난 한인들을 어떻게 돌아오게 할 것이고 한국교회가 이들을 위해 어떻게 잘 섬길 것인가가 라스베가스 한인교회들이 당면한 숙제입니다”

이런 상황 가운데서 라스베가스 중앙교회는 또 한번의 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9월 보다 넓은 지역으로 교회의 장소를 옮길 계획이다. 새로운 장소에는 데이케어와 미션스쿨이 가까이 위치해 있어 다음세대를 준비하라는 하나님의 뜻으로 임 목사는 받아들이고 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장소로의 이전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올해의 우선적 목회의 목표입니다. 교회를 옮기고 새롭게 짓는 과정에서 피로감이 오거나 상처받고 떨어지는 성도들이 있기 마련인데 저는 헌금을 굳이 교인들에게 이야기 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만일 하나님께서 이 일을 하신다면 성도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렇게도 교회가 되어지는 것이구나 하는 하나의 롤모델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