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Photo : ) 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두 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 (마태복음 18:20)

 관광객들이 L.A.에 오면 꼭 들리는 명소 몇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즈니랜드를 비롯해서 영화 촬영을 어떻게 하는지 보여 주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그리고 크리스찬들이면 꼭 가봐야 할 곳이 Orange County, Garden Grove 시에 있는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입니다.

 수정교회는 유명한 설교가인 Robert Schuller 목사가 1955년에 설립했으며, 현재의 유리 건물은 1977년부터 1980년에 걸쳐 건축가 Philip Johnson이 설계하고 건축했습니다. 이 예배당은 10,000개 이상의 직사각형 유리 창문으로 이루어진 건물로 건축 비용이 1,7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약 3,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예배당입니다. 건물은 LA 지역에 자주 일어나는 지진에 대비해서 8.0 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耐震)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파이프 오르간이 있고, 밖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드라이브인 대형 스크린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교회 내부는 기둥이 전혀 없고, 철근 구조로 건축되었으며, 1만 개의 유리창이 수정(水晶:Crystal)인 것이 특징입니다. 이 예배당은 많은 한인들도 결혼식을 올리고 음악회를 열기도 하며, 여러 행사에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교회는 Schuller 목사가 세상을 떠난 후 그 아들이 이어 목회를 했으나, 신통치 않아 물러가고, Schuller 목사의 딸이 목회를 했지만, 결국 재정난에 부딪혀 예배당을 매물로 내어 놓았습니다. 가톨릭교회 오렌지 교구가 2012년에 5,770만 달러에 수정교회를 구입해서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개신교회가 재정난으로 예배당을 팔 수 밖에 없게 된 것은 개신교 쪽에서 보면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명한 목사님이 목회할 때에는 사람들이 차고 넘쳤고, 헌금이 많이 나와 재정적 여유가 있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 자식들이 유명 목사의 뒤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교인들의 숫자는 줄고 헌금도 따라서 줄어 교회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가톨릭교회가 이 예배당을 인수해서 성전으로 사용하면서 여전히 하나님께 미사를 드릴 수 있게 된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무슬림들이 그들의 엄청난 재력으로 수정교회 예배당을 구매한 후, 십자가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그들의 상징인 초승달을 붙이고, 금요일에 그들의 예배를 드린다면 우리 기독교회의 상실감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도 많은 예배당 건물들이 매물로 계속 나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영국을 비롯한 구라파 여러 지역의 성당이나 교회에 교인들이 없어, 예배당이나 성당들이 매물로 나와 무슬림들이 이 예배당을 구매해서, 십자가를 떼어내고 초승달을 달아 놓고, 주일날 교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금요일 날 무슬림들이 모여 알라신에게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억해야 하는 것은 솔로몬의 그 찬란하고 아름답던 성전도 결국 바벨론에 의해서 소멸되었고, 예수님 당시에 있었던 헤롯왕이 건축한 거대한 예루살렘 성전도 주후 70년 로마의 Titus 장군에 의해 불에 전소되었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예배당들이 화재로 불탔고, 지진으로 무너졌으며, 심지어 십자가의 첨탑에 벼락이 떨어져 예배당이 무너졌다는 소식도 듣고 있습니다.

 주님의 머리와 몸인 교회는 세상이 끝 날 때까지 없어지지 아니하고 선교 사역을 계속할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들이 세운 예배당은 언젠가 낡아서, 지진으로, 태풍으로, 홍수로, 기타 자연재해와 인재(人災)로 소멸될 것입니다. 예배당 건축에 많은 돈을 드리지 말고, 소박한 건물을 짓고, 남은 돈으로 선교와 구제에 힘 써야 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교회는 영원하지만 예배당은 유한(有限)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은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교회 회중들이지, 아름답고 찬란한 예배당 건물이 아닙니다. 역사가 보여주는 교회와 교회 건물의 사적(史蹟)을 되새겨 볼 시점입니다. 주님께서는 “두 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 18:20)고 말씀 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찬란한 예배당에 계시지 않고, 주님의 이름으로 모이는 교인들 중에 계십니다.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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