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길 목사(감사한인교회 원로 목사)
김영길 목사(감사한인교회 원로 목사)

마태복음 2장에는 동방에서 예수님을 찾아온 박사들의 이야기, 예수님의 부모님이 아기를 데리고 애굽으로 피난하는 이야기, 그리고 나사렛으로 돌아와서 정착해 사는 이야기들을 모아 놓았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은 별을 연구하는 현자(賢者)들이다. 어느 날 그들은 왕의 출생을 의미하는 별을 발견하고 그 별을 따라 예루살렘에 이르게 된다. 그들은 사람들을 붙들고 물었다.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냐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노라.”

당시에 헤롯이 로마 원로원으로부터 왕의 칭호를 하사받고 유대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다. 그는 자기의 왕위를 노리고 있다는 의심 때문에 큰아들과 조강지처까지 죽인 사람이다. 헤롯은 말할 것도 없고 온 예루살렘이 이 소식을 듣고 소동하기 시작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의심 많은 헤롯의 광기(狂氣)로 인하여 불어닥칠 피바람이요, 다른 하나는 유대인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아에 대한 흥분 때문이었다. 음흉한 얼굴을 하고 헤롯 왕이 유대교 지도자들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리스도가 어디서 나겠느냐?”

헤롯의 질문에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이 대답했다.

“유대 베들레헴이오니.”

근거는 미가 5장 2절이다.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라. 그의 근본은 상고(시작)에, 영원에 있느니라.”

왕궁을 나서니 박사들을 인도해 오던 별이 베들레헴 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들은 베들레헴의 마구간에서 갓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을 만났다.

2017년 성탄절 이브에 우리 부부는 은퇴를 앞두고 베들레헴을 방문했다. 그날은 온종일 차가운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높은 인공장벽으로 둘러싸인 베들레헴은 그 주간에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이 한껏 고조되어 있었다. 대대적인 민중봉기가 일어날 것이라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베들레헴의 성탄절 이브는 한적했고 을씨년스러웠다. 우리는 자기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예수님을 묵상했다. 예수님이 나시던 밤에도 비가 왔을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날 밤, 어둠 속의 베들레헴에도 적막과 고요가 흐르고 있었을 것이다.

아기 예수를 찾아온 동방박사들
아기 예수를 찾아온 동방박사들

박사들은 황금과 유향과 몰약, 세 가지의 예물을 예수님께 드렸다. 이 예물들은 신앙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달리 이해할 길이 없다. 황금은 그렇다 치더라도 유향과 몰약은 왕에게 드릴 만한 예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예물들은 그들이 예수님을 어떤 분으로 만났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황금은 예수님의 왕권을 상징한다. 고대의 모든 왕들은 황금으로 그들의 권위를 표현했다. 마태는 예수님께서 왕으로 오셨음을 처음부터 분명히 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을 왕으로 만나야 한다. 보이는 권세 앞에 복종하는 일도 쉽지 않다. 기독교 신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절대 권세자 예수님께 자기를 드리고 전심으로 복종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 그러나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면 우 리는 기뻐하며 순례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유향은 왕의 제사장권을 상징한다. 유향은 제사장들이 제사를 드릴 때에 사용하는 물품이다. 제사장은 하나님과 백성들 사이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하나님을 향해서는 백성의 대표자로 제사를 드리고, 백성을 향해서는 하나님의 대언자로 말씀을 선포했다. 히브리서기자는 예수님을 우리의 대제사장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큰 대제사장이 계시니 승천하신 이 곧 하나님의 아들 예수시라. 우리가 믿는 도리를 굳게 잡을지어다.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으시니라. 그러므로 우리는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 (히 4:14-16).

히브리서 기자의 말은 ‘우리가 예수님에 대하여 똑바로 믿자!’는 뜻이다.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예수님이 우리를 위하여 대제사장이 되셨음을 믿자는 말이다. 대제사장은 천사가 아니고 사람이다. 그래서 사람의 연약함을 긍휼히 여기실 수 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는 설 수 없는 우리의 연약함을 아신다. 우리를 은혜의 보좌 앞으로 인도해 가신다. 그 보좌 앞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긍휼히 여기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도우시는 은혜를 받게 된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한 대제사장이 되셨다. 이 축복이 느껴지는가?

몰약은 왕의 죽음을 상징한다. 몰약은 시신의 부패를 늦출 목적으로 넣는 약품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죄로부터 구원하셨다. 훗날 사도 요한은 이렇게 편지했다. “나의 자녀들아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씀은 너희로 죄를 범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 만일 누가 죄를 범하여도 아버지 앞에서 우리에게 대언자가 있으니 곧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시라. 그는 우리 죄를 위한 화목제물이니 우리만 위할 뿐 아니요 온 세상의 죄를 위하심이라”(요일 2:1-2).

마태는 동방박사들의 선물을 통하여 우리가 예수님을 어떤 분으로 만나야 하는가를 가르치고 있다. 그의 가르침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가슴으로 읽는 성경 (1) 마태복음의 조감도(鳥瞰圖)

가슴으로 읽는 성경 (2) 마태복음 - 왕의 탄생

가슴으로 읽는 성경 (3) 예수님의 계보에 나타난 네 여인들

가슴으로 읽는 성경 (4)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하는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