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밝혀지고 있는 바이지만, LGBT 사람들에게 자폐증(autism)이 많다고 한다. 자폐증은 과거에는 전반적 발달장애라 했는데, 그 이유는 소아 발달기에 학습장애, 언어장애, 운동장애, 산술장애, 행동장애, 등등이 모두 함께 나타난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자폐증을 자폐증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이하 ASD)이라 한다.
ASD의 핵심 증상은, ① 사회적 기술 결핍으로, 예를 들어 정상적인 주고받기의 대화를 잘 하지 못하고, 사회적 접근이 서툴고 부적절하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며, 혼자 지내려 한다. 관심사의 범위가 좁고 고착되어 있어, 다른 사람들과 관심사, 감정, 혹은 애착을 공유하는 수가 적다. 즉 공감능력이 부족하다. 새로운 환경이나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작은 변화에도 매우 스트레스를 받는다. ② 행동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같은 태도를 유지하려 하고 같은 것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즉 융통성이나 다양성이 부족하다. ③ 감각적인 둔감성 또는 예민성으로, 대체로 환경의 자극에 둔감하기는 하지만, 특정 감각적 자극에 대해서는 과도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소리나 장면이나 감촉을 과도하게 혐오하거나, 또는 그에만 과도하게 매혹되거나 하는 것이다. 사물을 파악하기 위해 냄새를 맡거나 만지는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특정 관심사에 대해 고도 집중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아닌 특정한 장난감 같은 대상(물건)에 집착한다. ④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작스런 기분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⑤ 전반적 발달에 지연이 있지만, 단순 암기, 계산, 음악, 그림 등 특정 분야에서 놀랄 만한 재능을 보이기도 한다.
한편 ASD 환자들의 성 행동에 대한 연구들이 간간히 있어 왔다. Sullivan 등(2008)은 ASD 환자들에게 성욕이 적다는 주장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며, 그들 중에 동성애와 양성애가 많다고 하였다. Gilmour 등(2014)은 ASD 환자들에게 무성애를 포함하여 비이성애자가 많다고 하였다. Schöttle 등(2017)은 ASD 환자들에게 보통 이외의(above-average), 비규범적(nonnormative)인 성적 행동-즉 성도착적 행동-이 많다고 하였다. Turner 등(2017)은 ASD집단에 비이성애 말고도 공개장소에서의 자위, 도착적 성행동 등 비정상적 성적 행동도 많이 한다고 하였다. George 등(2018)에 의하면 309명의 ASD 환자를 조사한 결과 69.7%가 비이성애자라고 한다.
2020년대 이후 ASD를 가진 사람들에게 비이성애자가 많다는 연구들이 많이 나왔다. Pecora 등(2020)의 review 논문은 ASD 환자들도 성적 관심이 있으며, 다양한 성행동을 하지만, 그들의 기본적 장애 때문에 건강한 성과 인간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지식과 기술을 획득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그 결과 부적절한 성행동을 하거나 성적 피해자가 될 위험성이 크다고 하였다. Joyal 등(2021)은 젊은 62명의 남녀 ASD 환자와 104명의 비ASD사람들을 대상으로 성적 관점과 욕망에서 비교한 결과, ASD 환자군(특히 남자)에서 다양한 성행동이 적었고, 여자 ASD 환자에서는 성적 피해를 당한 경우가 많았다. 그들 모두는 성교육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았고, 성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부족하였다. Weir 등(2021)은 성인 ASD 환자(1,183명)와 자폐증이 없는 대조군(1,20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비교하였을 때, ASD 환자군에 무성애자와 동성애자가 더 많았으며, 특히 젊은 ASD 환자에서 동성애자가 더 많았다. Pecora 등(2021)의 review는 ASD 여성에 비자폐증 여성보다 양성애자가 4배 많았다고 하였다. 종합적으로 Maggio 등(2022)의 11개 논문의 review에 의하면 ASD를 가진 사람들에서 성행동이 있었지만, 성적 자각은 적었고, 비이성애(동성애, 양성애 및 무성애)와 젠더불쾌증(트랜스젠더)과 부적절하고 위험한 성행위들이 많다.
한편 비이성애자들 중에 자폐증이 많다고도 한다. Attanasio 등(2121)에 의하면, ASD 환자들은 비이성애자일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무성애자는 자폐증스펙트럼장애라는 진단을 받는 수가 많다. Alison 등(2021)에 의하면 무성애자 7-8%가 자폐증 진단을 받는데, 이는 일반인에 비해 4배라고 한다.
이렇게 ASD가 LGB라는 두 가지 상태는 서로 분리된 독립적 범주임에도 이들이 상호 관련된다는 것은 인간 정체성의 복잡성을 반영한다. 당연히 그 교차성(intersection)의 기제는 무엇일까하는 학술적 관심이 생겨난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양하다, 동성애가 자폐증의 원인일 수도 있고, 자폐증이 비정상적인 성행동의 원인일 수도 있다. 또는 ASD가 동성애와 우연히 동반되기도 할 것이다. 그 매개 요인으로 자폐증 자체의 특징, 산전 호르몬 노출, 유전, 등등이 제안되고 있다. Ronis등(2021)이 ASD 환자 332명를 조사하였을 때, 그들 중 17명(5.1%)이 무성애자였는데, 그 무성애의 원인에 대해 저자들은 성적 끌림이 없다기보다, 자폐증의 비사회성에 따른 욕구부족 및 기술부족 때문이라 하였다. 즉 자폐증적 증상이 비이성애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Lewis 등(2021)은 67명의 자폐증환자이면서 성소수자인 사람들을 온라인 면담을 통해 자신들의 경험을 기술하라고 요청하였다. 그 결과 6개의 주제가 도출되었다. ① 자기를 받아들임은 (고통스런 긴) 여정이었다; ② 자폐증적 특성들은 성지남에 관련하여 자기-정체성을 혼란시킨다; ③ 사회적 및 감각적 스트레스가 성적 표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④ 이해받지 못하고 고립된 느낌으로 고통받는다: ⑤ 상호 만족하는 대인관계를 발견하기 어렵다; ⑥ 성적 욕구를 인지하고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내용은, 자폐증적 특성 때문에 성숙한 이성애적 성적 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동성애자나 무성애자가 되어 간다는 것임을 시사한다.
최근 ASD의 원인이 신경발달장애(neurodevelopmental disorders)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신경발달장애란 소아기(대개 학령기전) 뇌의 발달이 느리고 미숙하다는 의미인데, 이로서 이후 성인이 되어서까지 개인적, 사회적, 학업적, 및 직업적 등 삶의 중요 영역에서의 기능에 장애가 나타난다. 이런 신경발달장애에 속한 장애에는 ASD 이외 지적발달장애(저능아), ADHD, 의사소통장애, 특정 학습장애, 신경발달운동장애(틱장애, 투렛장애)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신경발달에서의 장애이기 때문에 당연히 서로 공존(comorbid)하는 수가 많다.
신경발달이 장애되는 원인도 다양하다. 즉 사회적-가정적 경험 결핍, 유전적 영향, 면역장애, 감염병, 대사장애, 영양부족, 신체적 외상, 태아기 뇌발달 장애 등이다. 이들은 서로 연관되어 자라는 어린이의 뇌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침으로 ASD가 발생한다.
ASD 환자중 비이성애자가 많다는 것은, 비이성애 역시 신경발달 장애 때문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같은 의미에서 신경발달장애의 하나인 뚜렛장애를 가진 환자들의 30.3%도 비이성애자라고 한다. 따라서 비이성애자의 소아기 신경발달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 동성애자들에게 자폐증적 특성들이 있다면, 비규범적 성행동과 정체성 혼란과 상처받기 쉬운 성관계로 빠지기 쉬우며, 따라서 우울증, 불안, 및 자살시도의 위험도 커진다.
ASD 환자들은 정신장애자들로서 사회의 소수자이다. 따라서 자폐증을 가진 LGBTQ 사람들은 이중 소수자이다. 이중 소수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관심과 성교육이 필요하다. 우리 크리스천은 동성애자들을 돕기 위해 그들의 잠재적 자폐증적 특성들을 염두에 두고 공감을 기반으로 하는 도움을 베풀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