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티누스의 <제1 변증서>는 155년에 있었던 폴리갑 감독의 순교 사건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유스티누스는 <제1변증서>에서 당시 로마 안토니누스 피우스 황제에게 담대하고 강경한 어조로 기독교를 소개한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악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유스티누스는 그리스도인들의 윤리와 도덕이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더 높다고 강조한다. 이런 주장이 헛된 주장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인 복음서 말씀을 소개한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을 공정하게 대우해 달라고 요청한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박해를 받는 상황이었다. 누군가가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발하면,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재판도 없이 즉결 처형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항변했다. “만일 우리에게서 사악한 죄가 입증되지 않는 한, 우리는 어떠한 부당한 학대도 받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당신이 우리를 죽일 수 있다 해도 우리를 해치지는 말아주시오”라고 요청했다.
유스티누스는 황제에게 그리스도인을 합법적 절차 없이 사형하는 현실을 바꿔줄 것을 간청했다. 교회 전통에 의하면, 실제로 로마 정부는 이 편지 후에 법적 절차를 통해 그리스도인들을 처리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났었다. 당시 교회에서는 유스티누스의 용기 있는 행동에 고무되었다.
유스티누스는 162년 로마 권력자들에 의해 사형을 당했다. 그러나 그의 사형 이유는 잘 모른다. 체포 과정은 알려졌지만, 그가 사형 당한 죄목은 밝혀지지 않았다. 아마 유스티누스가 황제에게 보낸 기독교 변증 서신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진노를 샀고, 그 때문에 사형을 당한 듯하다.
유스티누스는 로마의 당국자들에게 끊임없이 그리스도교를 변호하고 항변하는 서한들을 보냈다. 그런데 그 서한들을 로마 황제와 당직자들이 읽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는 공개적으로나 비공개적으로도 그리스도교를 변증하는 활동을 계속했다. 그는 암울한 시대에도 당당한 목소리를 내며 복음을 증거하는 신앙인의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유스티누스의 <제1변증서>는 수신자를 분명하게 밝히며 시작한다. 수신자의 폭이 넓다. 위로는 황제부터 왕자, 원로원 그리고 전 로마 백성이 수신자다. 수신자의 설명도 길지만, 발신자의 설명도 길다. 각국에서 부당하게 미움받고 매도당하는 사람들을 대신하여 보내는 편지라고 밝히면서 자신도 부당하게 미움받고 매도당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라고 밝힌다.
이 변증서신을 보내는 이유는 그리스도인에게 공정하고 공평한 재판을 부탁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인이라고 고발을 당하면 아무런 재판조차 없이 처벌을 당하는 상황이었다. 유스티누스는 이런 현실의 부당함을 설명하며 이런 현실을 고쳐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한다. 엄밀하고 정확한 조사에 따라서 판결을 내리시길 요청한다(2절).
유스티누스는 그리스도인들이 고발을 당했을 때 조사를 해 달라고 거듭 요청한다. 조사를 면밀하게 한 다음 혹시 그 비난(고발내용)이 사실로 판명이 나면 상응하는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밝힌다. 근거 없는 사악한 소문 때문에 무죄한 자를 처벌하고 위해를 가하는 것은 로마가 자랑하는 공정한 소송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소송의 부당성을 지적하던 유스티누스는 그리스도인의 공의로움과 자비로움을 강변한다. 그는 “저희는 매우 자비로운 사람입니다. 그러나 만약 저희가 범죄자들인 것으로 판명이 나면 저희는 그리스도 이름으로 용서를 비는 것이 옳지 않은 것으로 생각합니다.”라며 공정한 재판을 부탁한다.
그리스도인이라는 혐의로 고발을 당한 사람이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말하면 석방하는 허점을 지적한다. 양심적인 그리스도인들은 순순히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하는 데, 그들이 양심적이기에 처벌을 당하고 위선적인 자들이 벌을 받지 않는 것의 부당성을 지적한다. 그러니까 그리스도인이 거짓말하기를 원하지 않아서 그리스도인이라고 밝히는 것을 미워하지도 말고 무조건 처벌하지 말라고 간청한다.
다음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나라(Kingdom of God)를 기대한다는 것이 로마 제국에 대한 저항으로 오해받는 것을 변명한다. 그리스도인이 바라는 왕국은 세상 왕국이 아니라고 밝힌다. “저희는 소망을 현세에 두고 있지 않고, 사형에 처해져도 괴로워하지 않습니다.”라고 그리스도인의 건강한 천국 소망을 소개했다.
유스티누스는 로마 황실이 그리스도인을 신뢰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그리스도를 닮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늘에 계신 하나님을 의식하기 때문에 로마 정부가 두려워하는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집단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스티누스는 로마 황실이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는 것이 사탄의 공작이라고 주장한다. 먼저 사탄이 그리스도인들을 오해하는 것이니 조심하라고 권한다. 로마 황실과 로마 관료가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는 것이 사탄의 노예와 종노릇하는 일이니 주의하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을 악하게 보는 것이 사탄의 속임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유스티누스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설명하는 것이 궤변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성경구절을 인용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소개하려고 복음서의 여러 구절을 인용한다. 산상보훈의 말씀을 인용하는데 주로 그리스도인의 황금률을 소개하면서 그리스도인의 우월한 윤리를 소개한다. 그리스도인들의 윤리가 건전함으로 오해도 핍박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유스티누스는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께 순종하는 것처럼 로마 정부에게도 순종할 것이라 말한다. 여기서도 복음서 주님 말씀(카이사의 것은 카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는 말씀)을 인용한다. 그리스도인들이 납세 등 로마 정부 시책에 잘 따를 것이며 모범 시민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메시지다. 요컨대 그리스도인들을 의심하지 말고 핍박하지 말라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