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 새해가 동터옵니다. 희망찬 새해에 하나님의 은총이 기독일보 독자들과 온누리에 풍성하기를 기원합니다.

산의 정상까지 3시간, 하산하는데 2시간, 산 정상에서 머문 시간 30분. 가장 행복한 시간은 산 정상에서 머문 30분. 나머지 시간은 행복을 향한 우리의 시간 여정입니다. 인생 정상에서 행복을 느끼며 잠시 머무는 시간보다 그 순간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준비하는 시간도 그 자체로 즐겁습니다. 산기슭에 있든 정상에 있든 참사람만이 시간의 보폭을 따라 복된 여정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움직이고 흐릅니다. 바람은 어디론가 불고 강물은 흐르고 바다는 출렁입니다. 차고 이지러지는 달도, 지고 뜨는 태양도 살아 있음에 그러기를 반복합니다. 인간의 삶도 그러합니다. 태어나고 죽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삶의 흔적을 역사로 남깁니다. 그러기에 역사는 삶의 흔적에 관한 기록입니다. 즉 살아있는 참사람만이 과거를 반추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냅니다. 새로운 역사는 하나님 비전의 사람이 써내려 가는 역사입니다.

우리는 기계적인 물리적 시간과 상대적인 정서적 시간 사이를 살아갑니다.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빠르게 느껴지고 우리에게 더욱 가치 있는 것이 되어갑니다. 우리는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습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성장 과정 속 시간의 상대성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가 어렸을 때 시간은 기어갔다. 청년으로 꿈꾸고 있을 때 시간은 걸어갔다. 장년으로 성장할 때 시간은 달음질쳐 갔다. 늙어서는 시간이 날아갔다. 내가 먼 나라의 그 길에 들어섰을 때 시간은 영원히 가버렸다. 내가 시간을 버렸더니 이제는 시간이 나를 버렸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과거를 부단히 반추해야 하고 희망찬 미래를 살기 위해 하나님의 지혜와 비전으로 전망하며 나아가야 합니다. 참사람은 하나님의 지혜와 비전을 따라 사는 사람입니다.

묵시는 비전의 다른 이름입니다. 묵시를 잃은 이는 현실에 안주할 뿐, 위를 보는 안목이 없습니다.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하거니와 율법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느니라”(잠 29:18). 신앙이 타락하면 하나님의 길을 떠나 자신의 길로 행합니다. 이 때 나타나는 것이 바로 묵시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믿음이 변질이 되면 하나님 중심에서 떠나 자기중심적인 거짓 생활을 합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의 길을 따라 살지 않고 자기 방법과 자기 뜻대로 삽니다. 이 모두가 묵시가 없을 때 일어납니다. 비전은 개인적인 포부와 다짐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비전입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만이 우리 삶에 대한 해답을 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비전은 역경과 고난의 현장에서 더욱 빛납니다.

노련한 뱃사공은 험난한 파도 속에서 탄생합니다. 잔잔한 바다는 노련한 뱃사공을 길러 낼 수 없습니다. 시련과 역경을 극복한 사람만이 아름다운 영성의 무늬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더욱 치열한 전쟁은 외부로 드러난 전쟁이 아니라 매일 우리 마음속에서 날마다 일어나는 내밀한 전쟁입니다. 유혹 없는 진공 상태에서 안일하게 살려는 자세와 매서운 겨울 폭풍과도 같은 신앙의 시련을 피하려고만 하는 태도로 살아가는 자에게는 믿음은 자라지 않는 법입니다. 그 믿음이 도전받을 때, 우리가 묵시적 영성에 눈 뜨는 시간입니다. 믿음의 눈이 멀지 않도록 하나님의 비전을 견지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일상과 역사의 참된 주인임을 일깨우는 비전을 잃어버릴 때, 우리는 허무주의나 패배주의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됩니다. 묵시적 영성으로 수놓은 신앙은 우리가 평온한 일상 속에서 영적 무기력증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나 혹독한 시련의 시간 속에서 부릅뜬 영안으로 역사를 이끄시는 하나님의 의로우신 손길을 보기 위해서 필히 간직해야 할 신앙입니다.

바울 사도는 하나님의 작품인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말씀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작품입니다. 선한 일을 하게 하시려고,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우리를 만드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미리 준비하신 것은, 우리가 선한 일을 하며 살아가게 하시려는 것입니다”(엡 2:10, 새번역). 2024년이 끝날 때쯤, 돌아보아 하나님 비전을 따라 산 한해였다고 우리 모두 고백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