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교역자의 지위와 사역계약서
교회 부교역자인 부목사와 전도사가 사역자인지 근로자인지를 둘러싸고 많은 소송이 제기되고 있는데, 법원의 판단 기준은 첫째, 부교역자가 하는 사역이 담임목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종속적 관계에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신앙에 따라 헌신하는지, 둘째 부교역자에게 지급되는 사례비가 생활보조비인지 아니면 사역의 대가로 받는 임금에 해당하는지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 법원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보다는 사역의 실질을 중요시 하지만 계약서는 부교역자의 지위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교회에서 부교역자 채용(청빙)시에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부교역자를 채용(청빙)함에 있어 교회와 부교역자간에 체결하는 계약에 따라 부교역자의 지위와 적용법이 달라지게 된다. 민법상 위임계약의 성격인 사역계약을 체결하면 부교역자는 사역에 넓은 재량이 부여되며,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근무시간, 사례비, 해임 등이 자유롭다. 그러나 고용계약(근로계약)을 체결하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어 근무시간, 임금, 해고제한 등 엄격한 규제를 받고 이를 위반할 경우 담임목사는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부교역자를 어떤 지위로 채용(청빙)할지는 교회의 재정상태나 부교역자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부목사나 전도사는 하나님께 대한 헌신을 다짐하고 교인의 영적 지도자인 목회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근로자가 아닌 사역자로 채용(청빙)하고 대우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법상 위임계약의 하나인 '사역계약서', 또는 '청빙계약서' 형식의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 계약서에는 부교역자가 담임목사를 보좌하고 협력하여 목회활동을 주로 한다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사)한국교회법학회는 2019년 초교파적으로 원용되는 '한국교회표준정관'을 만들어 널리 보급한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한국교회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될 '표준사역계약서(부목사)'를 마련하여 이를 제32회 학술세미나(2023.11.23. 개최)에서 발표하였다. 이는 표준계약서식이므로 각 교단과 교회는 자신의 정치원리와 교단헌법, 교회정관을 고려하여 일부 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 또는 보완할 수 있다. 전임전도사의 경우에도 이에 준하면 된다.
표준사역계약서는 제1조(목적과 정의), 제2조(당사자의 의무), 제3조(시무기간), 제4조(사역기간), 제5조(사례비), 제6조(후일 및 휴가), 제7조(계약해지), 제8조(분쟁해결), 제9조(기타)의 9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표준사역계약서가 부교역자의 사역에 합당한 지위와 역할을 보장하고 분쟁을 예방하여 한국교회의 화평에 쓰임 받기를 소망하면서 각 조항의 내용과 간단한 해설을 소개한다.
◈ 계약서의 명칭과 계약당사자
계약서의 명칭은 '사역계약서'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계약이 민법상 위임계약임을 나타내는 용어이며 이외에도 '청빙계약서' 또는 '위임계약서' 등의 명칭도 가능하다.
계약서 제일 위에는 "OO교회(대표자 OOO담임목사)와 OOO목사("부목사")는 다음과 같이 사역계약을 체결한다"라고 표기한다.
계약의 당사자는 '00교회'와 '000부목사'이다. 담임목사는 00교회를 대표해서 계약서에 서명은 하지만 계약당사자로서 권리의무를 부담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00교회이다. 비록 담임목사가 부목사 채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담임목사와 부목사간의 관계가 주로 문제가 되지만 계약의 주체와 교회의 대표자로서의 담임목사는 구별해야 한다.
◆ 제1조 목적과 정의
계약당사자는 '00교회'와 '부목사'이다. 교회는 법적으로는 비법인사단이며 계약당사자로서 권리의무의 주체로 인정된다.
① 본계약은 부목사가 OO교회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청빙 받은 사역자로서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OO교단 총회헌법과 OO교회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계약당사자의 권리의무를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계약당사자는 '00교회'와 '부목사'이다. 교회는 법적으로는 비법인사단이며 계약당사자로서 권리의무의 주체로 인정된다.
② 본계약에서 '담임목사'라 함은 OO교회 당회장으로서 OO교회를 대표하는 목사이다.
교단에 따라서는 담임목사와 위임목사를 구분하는 경우도 있으나 여기에서 '담임목사'는 노회의 위임을 받아 시무하는 항존직 목사를 의미한다.
③ 본계약에서 '부목사'라 함은 OO교단 총회헌법과 OO교회정관이 정하는 목사의 자격을 취득한 자로서 담임목사를 보좌하여 협력하는 목사이다.
대부분 교단헌법은 부목사를 '담임목사를 보좌하는' 목사로 규정하고 있다. '보좌'라는 용어가 부목사의 종속성을 나태내는 뜻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으므로 '보좌하며 협력'하는 목사로 신축성 있게 정의하였다. 교단헌법상 부목사도 담임목사와 동일한 자격을 구비한 목사이지만 교회에서 담당하는 사역을 구분하기 위해 '부목사'로 정의한다. 그러나 일선 교회에서는 부목사라는 명칭은 사용하지 않고 '000목사'로 지칭한다.
◆ 제2조 당사자의 의무
① OO교회와 담임목사는 부목사를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부목사가 OO교회를 섬기는데 필요한 지원을 한다. 부목사는 목회자로서의 신의와 성실로 맡은 바 사역을 감당한다.
부목사의 사역이 담임목사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의 신앙적 결단에 따라 헌신한다는 것을 명확히 한다. 부목사는 민법상 위임계약의 수임인으로서 선관의무가 있다.
② 부목사는 OO교회 담임목사의 목회방침에 따라 설교·교육·심방·성례식 등의 목회활동과 교회행정업무를 담당한다.
부목사의 주된 업무가 목회활동이며 필요한 경우 교회행정업무를 담담할 수 있음을 명시한다. 법원판결 중에서는 부목사가 전혀 목회에 참여하지 않고 담임목사의 설교준비와 녹화, 편집 기타 행정업무만을 전담한 경우 근로자로 판단한 사례가 있다.
③ 부목사는 OO교회의 사역 구분에 따라 목회활동의 특정 부분을 전담할 수 있다.
④ 부목사는 OO교회에서 정하는 예배 출석과 사역을 담당한다.
◆ 제3조 시무기간
① 부목사의 시무기간은 시무 시작일로부터 ( )년을 원칙으로 한다.
교회에서 부목사는 통상 3년 정도의 기간으로 청빙하지만 교단헌법은 1년 단위로 노회의 승인을 받아 재청빙 하도록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부목사가 한번 교회에 부임하면 다년간 근무하는 교회 현실에 맞지 않고 부목사의 지위를 불안하게 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법원은 1년 단위 재청빙을 근거로 부목사를 임시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부 교단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감안해서 부목사 시무기간을 3년으로 정하고 있다. 교회의 형편에 따라 시무기간을 정하여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② OO교단 총회헌법에서 부목사를 1년마다 재청빙하도록 정한 경우에는 OO교회는 그 기간만료 전에 소속 노회에 부목사의 연임 청원을 한다.
부목사의 시무기간을 1년 이상으로 정한 경우에는 교회는 교단헌법상 청빙기간인 1년이 만료하기 전에 재청빙절차를 이행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이다.
③ 시무기간 만료 1개월 전까지 계속 청빙에 대한 협의가 없으면 1차에 한하여 ( )년의 시무기간이 연장되는 것으로 본다.
교회의 일반적인 관행에 따라 재청빙 여부에 대한 명시적 협의 없이 부목사의 시무기간이 종료하면 계약이 1차에 한하여 연장된 것으로 간주한다.
◆ 제4조 사역시간
① 부목사의 사역시간은 화요일부터 주일까지로 한다. 다만 사정에 따라 사역시간을 연장하거나 단축 또는 변경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1일 8시간으로 정하고 주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나 민법상 위임계약의 수임인에는 그러한 제한이 없다. 예를 들면 회사의 임원(이사)들에게는 근무시간 제한이 없으므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 직원들보다 훨씬 장시간 근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위임계약의 수임인 지위에 있는 부목사의 경우에도 새벽기도, 철야기도 기타 전인적 헌신이 요구되는 점을 감안하면 계약서에 사역시간을 명시적으로 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사역시간을 정한다면 합의로 연장 또는 단축할 수 있도록 하고, 사례비에는 연장근무에 대한 수당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음을 명기하여 자발적 결정에 의한 헌신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② OO교회는 부목사에게 하루 1시간 이상 휴게시간과 휴게장소를 제공한다.<계속>
서헌제(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1600-9830, 스마트폰앱 '처치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