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은 오직 하나님만이 우리의 생명에 있어서 근원이요, 원천이며, 샘물이라고 하였다. 그리스도는 삼위일체의 두 번째 위격으로서, 이 생명을 우리와 나눠주시는데, 그의 성육신의 미덕으로 인해서 하나님으로부터 나오는 생명을 우리에게로 전달해 주신다. 이것을 묶어주는 끈은 성령이시다. 성령이 우리를 그리스도와 연결시키며, 그리스도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로 전달해 주어서 소유하게 하신다. 이 생명을 물에 비유해서 설명하면서, 칼빈은 하나님은 샘물이요, 근원이며, 성육신하신 그리스도는 솟아 올라와서 표면까지 넘치는 물이요, 우리가 다가갈 수 있으며, 성령은 그 어느 곳에 떨어져 있더라도 우리에게로 가져오는 연결통로이다.
성만찬은 바로 이러한 세 가지 차원의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우리에게 가져다 준다. 특히, 칼빈은 신비적 연합과 영적인 교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았다. 여기서 주목하게 되는 것이 버미글리가 자주 강조한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성만찬의 중심 개념이라고 규정한 부분이다.
훗날 출판된 버미글리의 주석에는 세 종류의 연합개념이 그대로 나오는데, 칼빈이 제시한 내용들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버미글리는 칼빈의 편지에 담긴 두 번 째와 세 번 째 내용을 순서만 바꿔놓았다. 버미글리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설명하면서, 첫째는 그리스도가 사람의 몸을 입고 오시면서, 성육신에서 연합이 실현되었다. 둘째는 성도가 그리스도와 점진적으로 교제하여 나가는 성화의 전과정에서 일어난다. 성령은 거룩한 열심을 지속적으로 불어넣어 주시고, 성도는 영적으로 변화한다. 셋째가 성례에서 일어나는 “신비적인 교통”인데, 그리스도의 몸에 영적으로 참여하는 가장 친밀한 관계라고 설명했다.
2. 성령의 열매
성령에 의해서 성도가 그리스도와 연합을 이루게 되면, 그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열매를 맺는다. 성령의 열매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으로 인해서 주어지는 혜택이자, 유익이다. 성도들은 자신들의 덕성에서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연합체 안에서 생명을 살려주시는 영적인 은혜가 공급되어져서 열매를 맺도록 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요한복음 15장에서 포도나무와 가지가 연합하여 하나됨을 이룬다는 가르침을 주셨다.
예수 그리스도에게 연합된 자들을 통해서 성령의 열매가 맺힌다. 갈라디아서 5장 22절과 23절에서, 사도 바울은 성령의 열매를 설명했는데,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의 열매를 성도가 생산해 낸다. 여기서 사용된 “열매”(the fruit)라는 단어가 헬라어 “단수형”으로 사용되었다. 이것들은 성도가 드러내야 할 아름다운 인격의 총체를 언급한 것으로서, 우리들 자신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야만 한다. 이 열매는 주 예수 그리스도가 뿌리이며, 근원이자, 원천이다. 그래서 복수형 명사가 아니라 단수형 명사, “열매”가 사용되었다. 성령이 우리 안에 임재하시는 가운데서 그리스도와 연합됨을 이루게 하시고, 그리스도와 같은 인품과 인격을 드러내게 하신다.
성령의 열매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성품이 우리 성도들을 통해서 밖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드러나게 된다. 하나님 자신의 성품 가운데서 우리 인간들과 교통하는 성격의 것들을 우리 안에서 재창출하시는 것이다.
사랑: 하나님의 성품에서 가장 본질적인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요일 4:8).
희락: 하나님은 우리가 즐거워하는 모든 궁극적인 희락의 원천이시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 앞에 있는 즐거움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셨다” (히 12:2). “너의 하나님이 즐거움의 기름을 네게 부어 네 동류들보다 승하게 하셨도다” (히 1:9).
화평: 하나님의 평화,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을 하나로 만드셨도다” (엡 2:14),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빌 4:7).
오래참음: “여호와로라 여호와로라 자비롭고 은혜롭고 노하기를 더디하고 인자와 진실이 많은 하나님이로다” (출 34:6).
자비: “주는 지선하시므로 그 인자하심이 이스라엘에게 영원하시도다” (스 3:11).
양선: 선하신 하나님은 모든 자에게 선을 베푸신다 (대하 30:18). “그는 선하시며, 그의 자비는 영원하시도다” (시 106:1).
충성: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히 12:2).
온유: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에 누구든지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러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마 11:28-30)
절제: 하나님께서는 교회가 합당한 방법으로 합당한 시기에 질서 있게 운영되기를 원하신다 (고전 14:40).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