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젊은 부부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정제훈/정승희 성도네는 이번 여름 늦자락에 우리교회에 처음으로 발걸음을 한 부부입니다. 뉴욕시티 쪽에 있다가 Webster로 이사를 온 것입니다. 귀여운 두 자녀(하은, 율)를 둔 이들 부부는 사랑목장에 속하게 되어, 지금 열심히 교회에 다니고 있답니다.

지난 8월 마지막 주로 기억됩니다. 사랑목장 식구들과 함께 야외 목장 모임을 가졌습니다. 온타리오 호수에 위치한 공원에서 예배를 드리고 고기를 구워먹은 후, 인근 호숫가로 수영을 하러 갔습니다. 물이 차서 수영을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지만, 호숫가에서 모래집을 지으며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아이들은 꽤 있었습니다.

모두들 수영을 하려고 옷을 갈아입고 왔는데, 선뜻 물속에 들어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때 제훈 형제와 승희 자매가 물속에 들어가더군요. 그러다 창훈 형제도 들어가게 되었고……. 추운 것을 싫어하는 저는 물 밖에서 그냥 그들의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창훈 형제와 제훈 형제는 서로 물에 빠지고 빠뜨리더니, 어느새 맘이 맞았던지 함께 온 사람들(아내와 아이들)을 한 사람 두 사람씩 물에 빠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이제 돌을 지난 기쁨이를 꼭 안고 있었지요.

저쪽에서 서로 무엇인가를 의논하던 이들 둘이 마침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목사님, 애기를 내려놓으시지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면서도, 기쁨이를 꼭 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집요한 눈빛에 결국 스스로 기쁨이를 내려놓고 물로 향했습니다. 수영을 즐기는 저는 사람들을 물에 빠뜨리는 쪽이지, 누군가에 의해 물에 빠지는 쪽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굳은 '신념'때문에, 결국 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두 사람이 달려드는데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교회 처음 나온 성도가,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것도 교회 담임 목사를 들어서 물에 빠뜨리는 교회는 아마 우리 교회 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좋았습니다. 별로 말이 없던 창훈 형제도 함께 웃었고, 새신자 제훈 형제도 함박웃음을 지었으며, 물에 빠진 저도 기분 좋게 웃었습니다. 함께 온 사랑목장 아내들도 모두 함께 웃었습니다. 좋았습니다. 제훈 형제를 알게 되어 좋았고, 이제 함께 신앙생활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좋았습니다. 담임 목사를 물에 빠뜨렸다는 사실은 적어도 제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뜻이라 생각되어 좋았습니다.

제훈 형제는 이제 막 교회 생활을 시작한 초신자입니다. 믿음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아내와 아이들이 다니는 교회에 함께 나오는 쪽입니다. 하지만 믿음은 그러다 생기는 법이랍니다. 그렇게 우리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제훈 형제 덕분으로, 여러 가지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전에 잠시 음악계에 몸담은 적이 있는 제훈 형제의 덕분으로 교회 마이크와 와이어를 잘 구입할 수 있었고, 또한 찬양단을 위한 베이스 기타와 베이스 앰프를 reasonable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무엇보다 지난주에는 제훈 형제의 '대단한' 결심으로 주일 찬양이 '풍성'해졌답니다. 영준 형제가 메릴랜드로 한 학기동안 내려가 있는 동안, 주인을 잃고 있던 드럼이 제 주인을 찾게 된 것입니다. 여러 가지 악기에 조회가 깊은 제훈 형제가 드럼도 이렇게 잘 치는 줄 몰랐습니다. 그것도 주일 예배때 찬양단 멤버로 함께 서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난주일, 예배시간보다 일찍 와서 함께 찬양단 셋업을 하면서, 제훈 형제가 말합니다. "목사님, 저 일찍 나왔죠? 목사님, 머리 잘 쓰셨네요." 그동안 예배 시간에 늦었던 자신이 드럼 때문에 일찍 나오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적어도 드럼주자로서 일찍 나와야 하겠기에, 목사의 '계획'이 '훌륭'했다는 말입니다. 물론 제훈 형제를 주일 예배에 일찍 나오게 하기 위해 일부러 드럼을 맡긴 것은 아닙니다. 그저 함께 예배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부탁을 한 것입니다. 찬양을 통해 제훈 형제에게도 하나님의 뜨거운 만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부탁을 한 것입니다. 그 응답이 일주일 만에 왔으니, 하나님이 아마도 제훈 형제 가정을 많이 사랑하나봅니다.

제훈 형제가 드럼을 치는데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영준)가 없는 동안에만 하겠습니다. 전 땜빵입니다. 그 친구가 오면 그가 다시 드럼을 맡고, 저는 그저 땜빵용으로만 드럼을 맡겠습니다." 땜빵이면 어떻습니까! 함께 찬양 드리고, 함께 예배드릴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아빠를 따라 교회에 일찍 온 어린 하은이가 셋업을 하고 있는 아빠에게 손을 흔들며 말합니다. "아빠 사랑해!" 아마도 함께 찬양대에 서는 아빠의 모습이 자랑스러웠나 봅니다. 아빠의 미소가 귀에까지 걸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제 제훈 형제의 모습을 통해서도, 하나님 아버지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게 되길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