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박욱주 박사님께서 특별히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美 상하원 의회 합동 연설의 의미와 의의 등을 분석해 주셨습니다. -편집자 주 

윤 대통령, 국가 행정수반으로서
흠잡을 데 없는 역사인식 보여줘
美 정가 속 누적 불신, 불식 기여
국민들, 과거 진보정권 인사들의
비현실적·공상적 역사 인식 기반
메시지에 지쳐 이번 연설에 환영

윤석열 대통령이 미 현지시각 기준 4월 27일, 오전 11시부터 약 40여 분 동안 미국 국회의사당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진행했다. 영문으로 진행된 이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역사적 기원과 그 성과, 그리고 현재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함께 마주하고 있는 여러 도전과 희망에 대해 거론했다.

이 연설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한미동맹의 역사적 기원과 근거를 재확인한 점이다.

여기에는 19세기 말엽 미국 선교사들이 무너져가는 조선 땅에서 베푼 헌신과 그들의 선교열정, 계몽과 인권신장 노력이 언급되고 있다. 

또 1950년부터 3년간 이어진 한국전쟁에서 178만여 명의 미군 병력이 참전해 3만 7천여 명의 미국 장병들이 목숨을 바쳤고, 그 덕분에 한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수호된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와 함께 1960년대 이래 본격적으로 발동된 한국 경제발전 드라이브가 한미 양국 간 적극적이고 호혜적인 경제협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 연설에서 눈여겨 볼 두 번째 사안은 바로 한미동맹과 자유 수호를 향한 두 나라의 노력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지목한 점이다.

북한의 핵무기 위협과 처참한 인권상황, 기독교인 박해 현실을 지적하고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의 패권적 행태를 지탄했다. 그리고 특별히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고 있으며, 이를 주도하는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경고했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은 한미동맹의 성과가 인류 보편의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미국의 외교안보 및 인권정책, 그리고 합리적 대화와 상호존중, 그리고 기독교 윤리에 바탕을 둔 미국의 교육제도 및 문화전파 노력의 모범적 성공사례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실제 우리 한국인들이 지난 140여년간 미국인들과 교류하고 그들의 문물을 수용하면서 몸소 체험한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미 의회에서 연설하는 윤석열 대통령. ⓒKTV 캡쳐
▲미 의회에서 연설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구한말 초기 선교사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 ⓒKTV 캡쳐

그동안 한미동맹의 역사에 고난스럽거나 어두운 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상대적으로 훨씬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 가운데서도 기독교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안은 구한말 암울한 조선 땅에 미국 선교사들이 건너와 근대적 교육·의료·인권사상의 주춧돌을 놓았다는 점, 그리고 한국전쟁과 그 직후 미국 기독교계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가교로 삼아 한반도 복음화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점이다.

현대 한국의 정치·경제·문화 발전의 역사적 기반들 중 상당수가 한국과 미국의 협력적 관계에 의해 확립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명시한 점 하나만으로도,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은 의미가 깊다. 이는 폐쇄적 민족주의를 지향하던 이전 진보정권 수뇌부 인사들이 공석에서 언급조차 하기 꺼리던 사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관계, 한미동맹의 굳건한 성과를 재확인한 것은 한국과 미국 정가 상호간에 누적된 불신을 불식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이전 진보정권 인사들이 지난 5년간 명백한 친북, 친중 스탠스를 고수한 탓에 미 정계는 한국 국민들의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한미동맹 유지 의지에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행정수반으로서 미국의 정계를 이끌어가는 이들에게 반드시 전해야 할 메시지를 적시에 전달하여 그가 이번 방미 일정 중 감당해야 할 외교적 책무를 충실하게 수행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연설을 영어로 진행한 것, 그리고 연설 전일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 특별공연에서 미국의 1970년대 빌보드 히트곡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를 한 소절 부른 것 또한 이런 외교적 업무 수행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 이벤트는 백악관 측에서 미리 한국 대통령실에 윤석열 대통령의 애창곡을 알려 달라고 요청해서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이런 백악관 측의 준비에 화답하기 위해 이 사소한 이벤트까지 미리 예상하고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 정가의 친밀감을 다시 회복시키려는 의지를 보이려는,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제스처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정확하고 정당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역사인식에 바탕을 둔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연설이 다수 국민들의 마음에 크게 와닿는 이유는 우리 국민들이 그동안 비현실적이고 공상적인 역사인식에 바탕을 둔 진보정권 수뇌부 인사들의 메시지에 정신적으로 심히 지쳐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윤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의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미 의회에서 의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한미동맹이 우리 한민족에게 부여한 수많은 혜택과 기회들을 애써 부정하고, 그 모든 성과 전체를 미일 제국주의에 예속된 증거로 매도하던 진보정권 인사들의 발언들은 나름 사회의 엘리트라고 인정받는 그들의 지능과 현실인식 능력을 심히 의심케 만드는 요인이었다. 

세계화와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전 세계적 흐름을 무시하고, 과거 신미양요 시절 쇄국정책을 연상시키는 시대착오적 '민족자주' 이념에 집착하는 그들의 행태는 또 다른 망국의 전조를 보였다.

이런 고리타분한 이념이 대체 조선시대 성리학 교조주의자들의 '소중화' 이념이나 북한의 '주체' 이념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은 사실상 진보계열 정치인들의 '진보'라는 이념과도 완전하게 대치되는 것이다.

사회주의 계열 진보정치 노선을 신뢰하고 지지하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역사적 변증법을 신봉한다. 이 변증법의 출발점은 고대로 올라가면 소크라테스, 플라톤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이들의 변증법은 이른바 '영혼의 정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현대 사회주의 유물론자들의 변증법과는 방법론적으로만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을 뿐 내용적으로는 크게 다르다.

오늘날 사회주의 계열 진보정치 진영에서 신봉하는 역사적 변증법의 직접적 기원은 헤겔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 무신론과 좌익 마르크스주의는 1830-1840년대 청년 헤겔주의로부터 출발했다. 헤겔의 변증법적 정신이해를 무신론과 유물론 입장에서 재구성한 이 사상은 이후 여러 사회주의, 공산주의 지도자들을 통해 각양각색으로 변용되었다.

좌익·진보 계열 사상가들의 역사적 변증법은 기본적으로 하나님께 의존하지 않고, 또 전통에 의존하지 않고 인간이 지닌 평등과 정의를 향한 열의로 그들 스스로의 역사를 개척해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이론에 따르면 역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반드시 기존 전통과 가치관 속 모순이 발견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순을 혁파하려는 새로운 정신사조가 탄생하면서 양측의 충돌과 투쟁 가운데 양측의 단점을 모두 보완하는 새로운 단계의 사회적, 문화적 이념이 탄생하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 의회 의원들의 기립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미 의회 의원들의 기립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대통령실

기독교적 관점으로 보면 이 역사적 변증법은 인간이 가진 원초적 죄성이라는 면을 간과하고, 인류의 궁극적 자력구제가 이루어질 것을 맹신한다는 점에서 쉽게 동의하기 어렵지만, 분명 인류 문명에 발전적으로 기여한 부분도 많이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현대적 '복지사회' 개념을 정립한 점에 있어 기여한 바가 크다. 

그런데 한국의 이전 진보정권 수뇌부 인사들의 발언과 정책에는 그나마 좌익 계열 인사들에게서 기대할 만한 이런 발전적인 정치철학이나 인간이해도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그들이 주장한 것은 대부분 그 개념조차 모호하고 쇠퇴해가는 '민족'의 '자주'였으며, 이를 위해 미국·일본과의 굳건한 동맹과 호혜적 관계를 크게 약화시키면서 중국·북한 전체주의 정권을 모범삼아 그들의 국수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체제를 옹호하고 지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허위선동과 거짓정보"를 산출하고 이용하는 "전체주의 세력"에는 이처럼 허황된 행태를 보이던 이전 정권 지도층 인사들 역시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미 의회 연설은 전 정권의 어그러진 외교적 실패를 바로잡고 우리 한국 국민들이 더 나은 대외관계 속에서 더 나은 삶의 여건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열겠다는 행정수반의 의지를 확인시켜준다.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그리고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번 연설에서 확인된 윤석열 대통령의 정확하고 온당한 역사인식과 현실인식에 안도감과 기대감을 느낀다. 

제17회 교회법 세미나
▲박욱주 박사.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박욱주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