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최초의 기적을 가나의 혼인잔치 집에서 행하셨습니다. 잔치 집에 꼭 있어야 할 음료수인 포도주가 떨어져 낭패를 만나 도움을 청할 때, 예수님은 "내 때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나이다" 하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손님으로 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마리아가 종들에게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고 하시며, 주인이 하는 말을 순종하듯 예수님께 순종하라고 당부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하인들을 시험하시듯 먼저 밖에 있는 허드레 물 담는 돌 항아리 6개에 "물을 채우라"고 하시니 그대로 순종을 합니다. 사실 이건 기적의 일이 아니었지만 하인들이 다 순종하니까 이제 기적을 일으키시는 말씀, "이제는 떠서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고 하십니다. 허드렛물을 떠다주는 종들의 입장에서는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명령입니다. 하지만 종들은 예수님을 주인으로 여기고 순종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는 놀라운 첫 기적으로 잔치는 기쁨이 넘쳐나게 되었고, 물 떠온 하인들은 다 감격과 감동으로 예수님을 알게 되었었습니다.
예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분이신데, 지금의 나에게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것 같은 삶의 변화가 안 일어난다면 아직 예수님이 내 삶에 손님으로 계시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고 영접하면 가나의 혼인잔치 집에 예수님이 계신 것처럼 내 안에도 들어와 계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예수님이 손님으로 계시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남미에서 사역할 때 볼티모어에 집회를 왔는데 한 집사님의 2층집에서 3일을 머문 적이 있었습니다. 새로 구입한 크고 훌륭한 집에서 강사인 저를 머물게 하면서 '목사님 집처럼 여기고 지내세요!' 하는데, 3일 내내 내 집처럼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낮 시간에는 부인 집사님과 어머니가 아래층에 계시고, 저녁이면 남편 집사님과 아이들까지 있는데, 부엌과 냉장고, 전화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고, 내 집처럼 마음대로 이방 저 방, 문을 열고 다닐 수도 없었습니다. 지금 주님께서도 내 안에 그렇게 계시는 것은 아닙니까? 과연 예수님은 나의 주인이 되어 마음대로 하실 수 있습니까? 이스라엘은 모세와 여호수아 이후 사사시대에도 하나님을 모시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삿17:6) 하나님은 손님일 뿐 주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그 때가 이스라엘의 가장 깊은 영적 암흑기가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위대한 사도였던 바울은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2:20)고 예수님의 주인되심을 고백합니다. "만일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으면 또한 그와 함께 살 줄을 믿노니"(롬6:8) 말씀처럼 그리스도와 함께 옛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주인으로 사신다는 것입니다. 우리들도 내 안에 계신 예수님이 손님이 아니라 주인으로 사시는 믿음이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