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사귀 훌훌 벗어던진
저 나무
게슴츠레한 눈망울로
해마다 하나씩 또 하나씩 늘어나는
세월의 줄을 속내 두르고
옹이져 칼칼해진 몸뚱이로도
잔뜩 골이 난 초겨울 바람
되려 토닥거리며 푸근하게 어른다

눈시울 붉어진 노을을
지긋한 눈망울로 바라보다
지는 것은
결코, 끝이 아니라네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이라네
새로운 생명에로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희망을 꿈꾸는 세상에서
서릿발처럼 허연 냉기조차 껴안는다

사라지는 것은 오히려
찬란한 아름다움이라고
희망의 날은 언제나
깊어진 어둠 속에서 꿈틀거린다고
속삭이듯이
드넓은 세상 곳곳에 휘몰아치는
차디찬 바람에게 마저
잔잔히 다가올 생의 봄을 가르치며
오랜 인고의 세월 스스로 깨우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