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초대교회 김인집 담임목사
(Photo : 탬파초대교회 김인집 담임목사)

어렸을 때, 오직 흑백 텔레비전 한대만 거실에 있던 시절에.... 만화영화도 아닌데, 정말 집중해서 보았던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산가족찾기 방송이었다. 그 때 전국민 유행어가 "맞다... 맞다..." 였다. 한국전쟁 통에 가족과 헤어진 채 전쟁고아로 따로 살다가 30여년만에 전화로 목소리를 들으면서 "너 왼쪽 귀 뒤에 점 있지? 오른팔에 화상자국있지? 그 날이 화요일이었는데, 대전역 앞에서.... " "맞다... 맞다...오쁘아~~~~" 하면서 눈물이 터지면 어린 마음에 감정이 격동하여 따라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30년이 지나도 작은 점 하나의 위치도 기억하고, 헤어졌던 날 기차역 앞의 모습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는게 참 신기했다. 나는 그 당시에 갓난쟁이들이었던 내 여동생들을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헤어지고 30년 지나면 저만큼 기억나려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몇 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우리 집에도 칼라 텔레비젼이 생겼다. 나도 중학생이 되었다. 그 무렵 텔레비전에서 몇 년전처럼 만화영화도 아닌것이 중학생 남자아이를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당기는 흡입력이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5공 청문회였다. 그저 딱지치기나 구슬치기가 재미있었던 중학생이었는데, 정치라는 세계(?)에 대해서 처음으로 관심있게 들여다 보았던 특별한 경험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분들이 다 모여있는 것 같았다. 국회의원님들, 대기업 사장님들, 장군님들이 나와서 계속 묻고 답하고 하는 장면이었는데, 질문을 상당히 날카롭게 잘 해서 인상깊었던 분도 있었는데,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국회의원님이 열심히 질문했는데 계속해서 “잘 모릅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라는 대답만 계속 하는 것이었다. 참 이상했다. 저만큼 똑똑하고 유명하신 분들이면 저 정도는 기억할 수 있는 질문들일 것 같은데 어린 내가 생각해도 어른들이 모르는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기억력이 안 좋은데 어떻게 사장이 되었지?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대한민국은 대선정국에 있다. 향후 5년간 국정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많은 질문과 대답이 연일 매스컴을 가득 채운다. 기자들은 국민들이 궁금해 할만한 질문들을 대신 해주는 사람들이다. 나라도 질문할 수있을만한 질문들을 던지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잘 모릅니다. 저는 몰랐습니다” 이런 대답들이 많다. 30여년 전 중학생의 고민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느낀다. “저렇게 기억력이 없는데 지도자를 할 수 있을까? 저 정도로 중요해 보이는 것을 모르고 있었어도 괜찮은 것일까? 모른다는 말이 진실일까?” 그런 생각들이 마구 떠오른다.

나는 내가 탄 비행기의 기장이 모든 것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내가 먹는 음식을 요리하는 쉐프가 모든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나의 생명과 관계되어 있는 상황에서 “잘 몰랐습니다”라는 대답을 듣는 상황은 참 염려되는 상황이다. 나라를 이끌어가야 하는 지도자가 너무나 쉽게 몰랐다고 하는 말을 하는 것은 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햇갈린다. 거짓이면 문제지만, 진실이어도 문제다. 몰랐다고만 하면 되는 것일까? 모른다고 하면 책임이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 가족이 하는 일을 몰랐고, 친구가 하는 일을 몰랐고, 부하가 하는 일을 몰랐다고 하면 괜찮은 것일까? 무학인 할머니도 30년이 지난 날의 상황도 잘 기억한다. 관심이 있으면 기억할 수 있고, 정직하면 기억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기억을 잘 하는 지도자를 그리워한다. 지난 민족의 역사를 기억하고, 국민들의 요청을 잘 기억하는 지도자가 그립다.

사실 크리스천은 성령께서 기억하게 해 주시는 영인 것을 알고 있다. 성령께서 깨우쳐주시고 일깨워주시면 정직할 수 있고, 잘 기억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다원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성도라면 대통령이 크리스천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실상은 담임목회자를 모시는 것이 아닌,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임을 기억해야한다. 로마 제국 하에서 크리스천 공동체는 자기 맡은 자리에서 신실한 하나님 백성으로 살면서 위정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면서 이 땅에 임하는 하나님의 나라를 성실하게 섬겼다. 성도는 교회의 평강과 안녕을 위해서 위정자를 위해 기도해야하고, 대통령선거를 위해서도 간절히 기도해야한다. 하나님께서 고레스도 사용하시고, 느부갓네살도 허용하셨음을 기억하고, 그 안에서 다니엘과 같은 에스더와 같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키워내고, 주님의 오심을 기억하고 준비하는 동방박사들을 키워내야 할 것이다. 정직한 지도자를 원하는 만큼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성품을 닮은 거룩함과 진실함으로 빛과 소금의 정체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