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방대법원이 여권에 '제3의 성'을 선택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를 기각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5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유럽인권협약 제8조에 따라 여권에 성별이 아닌 'X표'를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판결문은 "결론은 최소한 현재 협약이 그러한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판결문은 "유럽 법원은 이러한 절차에서 제기된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인권법의 적용에 있어서 유럽 차원의 입장에 대한 판결을 국내에서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로버트 리드 대법원장이 작성한 이 판결문은 "이러한 상황에서는 상고가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은 활동가인 크리스티 엘란 케인이 동일한 결정을 내린 잉글랜드·웨일스항소법원의 2020년 결정을 검토해 달라고 법원에 항소를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엘란 케인은 이중 유방절제술과 자궁적출술을 받은 인물로, 30년 전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현재는 성이 없는 정체성(non-gendered indentity)을 가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엘란 케인의 여권과 관련된 법적 투쟁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녀는 영국 여권에 제3의 성(X)옵션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 유럽인권협약 제8조와 14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인권협약 제8조는 "모든 사람은 그의 사생활, 가정생활, 주거 및 통신을 존중받을 권리를 가진다. 법률에 합치되고, 국가안보, 공공의 안전 또는 국가의 경제적 복리, 질서유지와 범죄의 방지, 보건 및 도덕의 보호, 또는 다른 사람의 권리 및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경우 이외에는, 이 권리의 행사에 대하여는 어떠한 공공당국의 개입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제14조는 "성, 인종, 피부색,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소수민족에의 소속,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 등에 의한 어떠한 차별도 없이 이 협약에 규정된 권리와 자유의 향유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리드 대법원장은 "성별은 출생·입양 또는 성 인식 증명서 및 기타 공식 기록과 대조해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생물학적 세부 정보이다. 따라서 법적 목적을 위해 인식되고 관련 문서에 기록된 성별"이라며 "여권에 기록된 성은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여권 소지자의 내면의 생각보다 외모 및 생리적인 기능과 관련된다"고 밝혔다.

리드 대법원장은 "이 결정은 '영국에는 성별이 아닌 범주의 개인을 인정하는 법률이 없다"며 "젠더 마커(gender markers) 정책은 '모든 개인이 2개의 성별 또는 젠더 중 하나로 분류될 수 있다고 가정하는 법이며, 법령 전반에 걸친 법률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엘란 케인은 이번 판결에 대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인권재판소에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