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장 합동 부총회장 선거 결과에 불복해 사회법정에 선거무효 및 부총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던 민찬기 목사(예수인교회)가 이를 취하하기로 했다.
9일 오후 용인 새에덴교회(담임 소강석 목사)에서 열린 예장 합동 총회 실행위원회에서 민찬기 목사는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민 목사의 결단은 직전 총회장이자 한교총 대표회장인 소강석 목사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민찬기 목사는 "지금까지 많은 억측과 추측이 오가는 데 대해 매우 섭섭했다. 재검표라도 했으면 정당하게 승복할 준비가 돼 있었다. 심지어 1,436명이란 숫자가 맞으면 묻지도 않을 생각이었다"며 "선거가 끝나고 보니 가족같은 사람들조차 나를 배반했다. 정치꾼들은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각종 언론에서 이 문제를 다루려 했지만 일절 거부했다"고 말했다.
민 목사는 "저는 무슨 거래를 주고 받아 물러날 쩨쩨한 사람이 아니다. 미련 없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그동안 소 목사님과 긴밀하게 대화를 나눴다. 소 목사님의 입장을 존중하고, 그 입장에 대해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다. 모든 걸 내려놓고 소 목사님의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이날 소강석 목사는 "오랜 시간 민찬기 목사님과 만남을 가지면서, 아무리 속상하고 억울해도 총회에 상처를 입힐 일은 해서는 안 된다는 부탁을 드렸다"며 "그동안 민 목사님은 총회를 어지럽히고 교권을 쟁탈하려 하지 않으셨다. 이번 소송 역시 민 목사님의 유일한 목적은 총회 질서를 세우는 것이었다. 부정선거 관련자를 영구히 퇴출하자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소 목사는 "총회의 공익과 공공선을 위해 공적으로 부탁드린다. 총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든 상처와 아픔을 하나님과 총회로 반납하면 감사하겠다"며 "하나님과 총회를 위해 소송을 취하한다는 용단을 내려주시기를 바란다"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소 목사의 간청에 민찬기 목사는 "말씀대로 하겠다"며 "106회 총회 선거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철회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이에 배광식 총회장은 "민찬기 목사님께서 넓은 마음으로 총회의 은혜로운 동행을 위해 결단해 주신 부분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총회와 민 목사님을 섬기고 돕는 일에 총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부총회장 권순웅 목사도 "평소 존경해 왔던 민찬기 목사님의 귀한 결단은 총회를 사랑하고 세우기 위해 다 품고 내려놓으신 것이다.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며 "민 목사님의 총회를 사랑하는 마음과 뜻을 잘 품고, 하나님 뜻을 바라보라는 기회로 알고 주어진 사명을 잘 감당하겠다"고 발언했다.
소 목사는 실행위 후 SNS에서 이에 대해 "저희 교단의 선거 문제로 얽히고 설킨 일이 있었고, 사회법 소송으로까지 갔다"며 "그런데 오늘 민찬기 목사님께서 대승적 차원에서, 대의적 길을 가기 위해 모든 것을 덮고 소 취하를 하시기로 큰 결단을 하셨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소강석 목사가 민찬기 목사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
소강석 목사는 "저는 오늘 민찬기 목사님이 어쩜 그렇게 거목으로 보이고 거산으로 보였는지, 민찬기 목사님께 완전 매료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며 "저는 너무 감사해서 민찬기 목사님께 90도 각도로 절을 몇 번이나 했다"고 전했다.
그는 "민찬기 목사님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저는 앞으로 민찬기 목사님 마음의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져 드리고, 그분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아니, 저는 선관위원장이 끝나면 그 분의 사역의 동행자요, 아니 그분의 더 큰 사역과 명예회복을 위해 사나이로서 마음껏 수종을 들겠다"고 밝혔다.
▲소강석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
끝으로 "실행위원들께 한 가지 죄송한 것은 연합기관 통합을 위한 한교총 회의가 있어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먼저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지난 9월 13일 총회 당시 부총회장 선거에서는 기호 1번 권순웅 목사(주다산교회)가 727표, 기호 2번 민찬기 목사가 709표를 얻어 민 목사가 18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