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가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를 점령한 탈레반이 소수민족인 하자라 남성 9명을 학살했다는 새로운 조사를 23일 공개했다. 현지 조사단이 만난 목격자들은 말리스탄 지역의 문다라크트 마을에서 지난 7월 4일부터 6일 사이 남성 6명이 총살을 당했고 3명은 고문 끝에 숨졌다고 증언했다.
아프간 정부군과 탈레반 사이의 충돌이 격화됐던 지난 7월, 일부 가즈니 주민들은 산 속 대피소가 있는 방목지로 피난했다. 하지만 식량이 부족해 마을로 다시 내려갔을 때, 그들의 집은 이미 약탈당해 있었고 탈레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중 남성 3명은 잔혹한 고문을 당한 뒤 살해됐으며, 특히 자파르 라히미(Jaffar Rahimi, 63)는 메고 있던 스카프로 교살됐다.
더불어, 다른 남성 3명은 방목지를 떠나 근처의 작은 마을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가기 위해 문다라크트를 지나가려다, 매복하고 있던 탈레반에게 습격당해 처형됐다. 또 다른 남성 3명은 거주하던 마을에서 무자비하게 살해됐다. 시신 매장을 도왔던 한 목격자는 "탈레반에게 '왜 이런 짓을 하느냐' 물었더니, '분쟁 기간에는 모두 다 죽는다. 총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지금은 전쟁 중'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국제앰네스티 아녜스 칼라마르 사무총장은 "이러한 살인 행위에서 보이는 잔혹성은 탈레반의 과거 행각을 상기시키고 그들의 통치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를 보여주는 끔찍한 지표다. 이러한 표적 살인은 탈레반이 집권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민족적·종교적 소수집단이 특히 위험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 결의안을 채택하여, 탈레반에 국제인권법을 존중할 것과 출신 민족 또는 종교적 신념에 상관없이 모든 아프간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 또 유엔 인권이사회는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 및 인권 침해의 증거를 기록·수집·보존하기 위해 강력한 조사기구를 발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최근 다수의 점령 지역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것을 통제하기 위해 휴대폰 서비스를 차단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사건은 탈레반의 만행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무력 분쟁 중 고문 및 살인은 제네바 협약을 위반하는 행위다.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Rome 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에 따르면, 이는 전쟁범죄에 해당된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아프간 분쟁을 범죄로 규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