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코로나19 기원에 대해 재조사를 지시하면서 그 배경에 관한 관심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표면적으로는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범유행 질병(팬데믹)의 유래를 찾아 다음 팬데믹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그 중심에 중국이 있는 만큼 미국의 대중 압박 강화 정책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당국에 "최종적인 결론에 가까워질 수 있는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노력을 배가하라"라고 지시했으며, 재조사 기간을 90일로 한정했다고 알려졌다.
이는 '중국 우한 실험실 유출설', '자연 발생설'등 어느 쪽에 대해서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이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지만, 애초부터 중국 편향성 논란이 있었으며 중국 정부가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가 있다. 지난 3월 WHO가 내놓은 보고서에서 '우한 실험실 유출 가능성은 낮다'라고 했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전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초 받은 보고에서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2곳은 동물에서, 1곳은 실험실에서 유래했다고 보고를 받았다"라며 "어느 쪽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재조사 배경에는 미 정부 비공개 보고서를 통해 우한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시사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가 결정타였다.
◈ 백악관 "편견 안 갖겠다...90일 뒤 평가"
백악관은 대중 강경 정책 평가를 경계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재조사 지시는 코로나19 기원을 찾기 위한 노력의 연속성 상에 있을 뿐,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할 것이란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정보당국에 같은 지시를 내렸지만 결론을 내릴 수 없음을 성명을 통해 밝힌 바가 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수석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초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중국에서 조사할 수 있게 할 것을 요구했다"라며 "기원을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 진행돼 온 것이고 바이든 대통령이 주력해 온 것의 연속일 뿐이다"라고 정례 브리핑에서 말했다.
피에르 대변인은 이어 "코로나19로 거의 60만 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했다"라며 "기원을 규명하는 것은 코로나19를 종식하고 다음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정례 브리핑에서 '우한 실험실 유출설'이 사실로 드러나면 중국에 책임을 물을지 등을 물어보는 거듭된 질문에 그는 "우린 아직 거기까지 가지 않았다. 편견을 갖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다음 단계를 밟는 것이고 90일간의 검토가 끝나면 다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협조를 요청했는지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나눈 사적 대화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라며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90일 동안 검토할 것이다"라는 답변만 거듭했다.
◈전면에 나선 바이든...中과 갈등 불가피
이번 재조사에 미국의 행보가 세간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조사를 위해선 중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선 만큼 그 무게감이 한층 더해졌다는 평이며, 일각에선 '신냉전'에 비유하고 있다.
CNN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엄청난 정치적 결과를 초래한다"라며 "최근 며칠간 실험실 유출설에 집중한 결과 중국 책임론이 밝혀지기도 전 워싱턴에선 중국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증폭됐고 새로운 냉전을 촉발할 수도 있는 지정학적 경쟁에 더 많은 독을 뿌렸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중국은 "음모론"이라고 주장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과학을 존중하지 않고 중국에 책임을 돌리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라고 비난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도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일부 정치 세력이 정치적 조작과 비난 놀음에 집착하고 있다. 이는 무책임한 행동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비밀 생물무기 실험실 등에 대해서 조사해야 한다"라고 역공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국 언론도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영 환구시보 영문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가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라고 했으며 "과학보다는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라며 "미국은 글로벌 정의나 전 세계적인 대응 노력에 관심이 없고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을 억압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다"라고 맹비난했다.
◈中 반발..."결론 못 낼 수도"
일각에선 90일간의 재조사에도 불구하고 결국 실험실 유출론을 밝혀내기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완전하고 투명한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스콧 고틀립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내부 고발자가 나타나거나 중국 체제에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진실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비관했다. CNN은 "중국은 부상하고 있고 세련된 강국으로서의 위신을 더럽힌 바이러스를 은폐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라며 "결국 답을 찾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