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법원이 수십 년 만에 기독교 출판물에 '알라'라는 단어를 허용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은 10일 정부가 35년 동안 기독교 출판물에 '알라'와 다른 3개의 아랍어 사용을 금지해 온 정책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13년 전 정부 관리들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한 기독교인에게 '알라'라는 단어가 적힌 말레이시아어 종교자료를 압수하면서 시작됐다. 그 후 기독교인 여성인 질 아일랜드 로렌스 빌은 이 정책에 대한 법적 도전을 시작했다.
마침내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이 그녀가 신앙을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판결하며 그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전 재판부는 "알라라는 단어는 기독교 신앙에서 필수적인 부분이 아니"라며 "이 단어가 종교집단들 사이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알라신은 무슬림들만을 위해 남겨져야 한다"고 판시했었다. 카바(이슬람 메카에서 가장 성스러운 장소), 바이툴라(신의 집), 솔라트(기도) 등 세 단어도 1986년 정부의 지시로 출판물에 사용이 금지됐다.
샴술 볼하산 정부 자문위원인은 최근 현지 매체 CNA와의 인터뷰에서 "법원 판결에 따라 오직 기독교인들을 위한, 십자가 상징이 그려진 기독교 출판물에도 4개의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의 변호를 맡은 안노우 사비에르 변호사는 "재판부는 기독교인들에게 '알라'라는 단어를 금지한 것은 불법적이고 위헌적이라고 판결했다"며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제 모든 말레이시아인들이 알라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비에르 변호사는 "오늘의 판결은 말레이시아의 비무슬림들에 대한 종교적 권리의 기본적 자유를 굳건히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알라' 단어 사용에 대한 논란이 몇 년째 이어지면서 종교 간 긴장이 가중돼 왔다.
말레이시아 인구의 9%를 차지하고 있는 기독교인들은 역사적으로 성경, 기도, 찬양에서 신을 지칭하는 단어로 '알라'를 사용해 왔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영어, 타밀어 또는 다른 중국어 방언으로 예배하지만, 일부 말레이어 사용자들에게는 '알라' 외에는 신을 지칭하는 단어가 없다.
그런데 2014년 말레이시아 최고법원은 가톨릭의 한 교회 신문 말레이어판에서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인했다.
기독교 박해감시단체인 국제기독연대(ICC)에 따르면, 이슬람 당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알라'라는 단어가 들어간 성경 2만 권 이상을 압수하기도 했다.
오픈도어선교회가 2021년 발표한 기독교 박해국가순위에서 말레이시아는 46위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에서 기독교인은 이슬람에 의해 다양한 형태의 핍박을 받아 왔다.
오픈도어는 "말레이시아에서는 가톨릭과 감리교가 당국의 감시를 받지만, 전통적이지 않은 개신교 단체들은 대개 복음화에 더욱 적극적이기 때문에 박해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말레이시아에서 무슬림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