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진주만>을 보면, 미국이 일본으로부터 진주만 기습을 당한 뒤에 보복공격을 논의하는 회의 장면이 나온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주관하는 긴급 비상대책회의였다. 루스벨트는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일본 본토를 공격해서 추락한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참석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당시 상황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루스벨트의 주장에 반대한다. 그때 루스벨트는 휠체어에서 혼자 일어나려는 시도를 한다. 다른 사람의 부축을 거절하고 가까스로 일어난 그는 단호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 앞에서 다시는 불가능하다고 얘기하지 마시오!" 결국 미국은 도쿄를 공격하는 묘안을 찾아냈으며, 그 공격은 전세를 뒤바꾸어 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루스벨트는 절대절명의 순간에 자신의 권한으로 명령하지 않았다. 그 긴급한 순간에도 자신의 영향력으로 리드하였던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땀과 피로 범벅이 된 얼굴로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수없이 실패하고 위대한 열정을 가지고 가치 있는 일에 자기를 바치는 사람이다." 이것은 루스벨트가 그의 참모들에게 언급한 말이다. 진정한 리더는 권력이나 권한으로 통솔하지 않는다. 궁극적인 가치를 위해서 조직에게 적합한 영향력을 찾는데 열정을 바친다.

국가의 운명이 최고통치권자에게 달려있듯이 교회의 운명도 목회자에게 달려있다. 참된 목회자는 목회현장에서 피땀을 흘리며 하나님의 나라 확장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다. 교회성장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목회자의 리더십에 좌우된다. 수직적 요인(vertical factor)으로서 하나님의 은혜(카리스, charis)와 수평적 요인(horizontal factor)으로서 목회자의 리더십(카리스마, charisma)은 교회성장의 마스터키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0년 간 교회성장연구소에서 175개의 한국 교회를 리서치하면서 얻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출석 성도수가 100명 미만이든, 10,000명이 넘든 간에 교회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목회자의 리더십이다. 목회자의 리더십은 교회성장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그렇다면 목회자의 리더십은 어떻게 평가되고 진단할 수 있는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목회자의 리더십은 그 그릇에 따라 결정되므로, 그에 대한 평가도 그 그릇의 크기에 따라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100명 미만이 모이는 소형교회에서부터 10,000명 이상이 모이는 초대형교회에 이르기까지 목회자의 리더십을 획일적으로 평가하고 진단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정관정요(貞觀政要)에 보면 '숲이 깊으면 새가 깃들고 물이 넓으면 고기가 논다' 라는 말이 있다. 인품과 덕망이 많을수록 사람이 따르게 된다는 의미이다. 교회도 목회자의 그릇만큼 성장한다. 그렇다면 과연 '목회자 그릇'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목회자의 영성, 관계성, 결단력, 비전' 등을 가리킨다.

구약성경에 보면 "사울의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삼상 18:7) 라는 이스라엘 여인들의 창화(唱和)가 있다. 사울의 그릇의 용량이 천(千)이라면, 다윗의 그릇의 용량은 만(萬)이다. 사울은 다윗의 스케일을 따라잡을 수 없다. 그만큼 용량이 적기 때문이다. 신약성경에서도 "각각 그 재능대로 하나에게는 금 다섯 달란트를, 하나에게는 두 달란트를, 하나에게는 한 달란트를 주고 떠났더니"(마 25:15) 라는 비유가 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하나님께로부터 '각각 그 재능'에 따라 풍성한 은사를 부여받기에 하나님을 위해 재능을 성실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교훈하셨는데, 여기서 말하는 재능도 각자의 그릇을 내포한다.

교회성장연구소 교회컨설팅 팀장 이장석(issacleejang@pastor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