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아틀란타새교회 2대 담임목사로 조영천 목사가 부임했다. 그의 부임은 지역사회와 교계에 여러모로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부족하고 서툴러 무슨 선한 것이 나올지 모르겠다’는 서두로 인터뷰에 응한 그는, 지금까지의 귀한 사역을 이어가는 동시에 건강한 신학에 뿌리내린 균형잡힌 신앙이 다음 세대로 전수되는 새교회를 꿈꾼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단 한번의 추천으로 이뤄진 청빙
1.5세인 심수영 목사가 개척해 22년간 한어권뿐 아니라 영어권이 함께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새교회에서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담임목사로 1.5세나 2세가 아닌 1세 목사를 청빙한 점도 그렇지만, 담임목사 청빙 과정이 물 흐르듯 단 한번의 추천, 단 한번의 인터뷰, 단 한번의 설교, 단 한번의 투표로 이뤄졌다는 점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아직은 서로를 알아가는 ‘허니문’ 기간이기는 하지만, 누가 오더라도 기쁘게 맞을 준비가 된 성도들과, 이를 감사히 받고 개혁주의 신학의 본질에 충실한 교회를 향한 비전을 가진 40대 젊은 목사의 열정이 더해져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조영천 목사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교육(B.A.)을 전공하고, 개신대학원 대학교에서 M.Div를 마친 뒤,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2006년 도미해, 올랜도Reformed Theological Seminary에서 M.A.를, 필라델피아 Westminst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Ph.D를 마쳤다. 2008년 필라델피아에 가면서 부터 기쁨의교회(담임 박성일 목사) 부목사로 다양한 사역을 경험해 왔는데, 부목사로 10년을 넘어서면서 다음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새교회와 기쁨의교회는 5년 전부터 선교사역의 동역자로 협력하면서 한 선교사 가정을 공동파송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를 추천한 심수영 목사와는 한 컨퍼런스에서 만난 것 이외에는 별다른 개인적인 인연이 없었는데, 교회의 요청에 ‘뜬금없이(?)’ 조영천 목사를 추천한 것이다. 처음 추천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많이 놀랐다.
“심수영 목사님께서 교단 사역을 위해 조기 은퇴를 결정하실 때, 장로님들께서 후임자에 대해 전적으로 목사님을 믿고 추천을 부탁하셨다는 점이 심 목사님께서 목회자로 인정받으셨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또 청빙과정이 보통 목사들끼리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추천받은 한 분만 놓고 투표하겠다고 결정하고 진행해주신 새교회 역시 참 귀하다. 한번 와서 인터뷰하고, 설교하고, 투표하고 여기까지 왔다. 모든 과정에 한번의 브레이크도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됐다는 것이 생각하면 할 수록 참 감사한 일이다.”
준비된 목회자, 고민하는 목회
조영천 목사는 작은 교단(개혁)의 크지 않은 교회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나 교회 안에서 성도들의 많이 기도를 받고 자랐다. 목회자 자녀로 목회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던 중, 대학에서 한 선교회(IVF)를 섬기며 말씀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일에 탤런트를 발견하고, 공동체의 추천도 있어 목회의 길 역시 ‘자연스럽게’ 들어섰다. 사실 고등학생 때 부르심을 받은 그가, 신학대학에 진학해 목회자가 되야 하나보다 생각하던 차에, 목회자인 아버지께서 오히려 “어차피 목회할 대상은 일반적인 과정을 겪은 분들이 대부분인데, 우선 일반 대학에서 비슷한 과정을 겪은 뒤 소명이 확실해 지면 신학대학원을 가도 늦지 않다”는 조언하셨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교육 전도사로, 이후 기쁨의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기면서 1.5세지만 완벽한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박성일 담임목사의 지도 하에 한어권과 영어권이 동등한 위치에서 모든 일을 같이 결정하고, 다른 언어지만 담임 목사로부터 같은 설교 말씀을 듣고 함께 성장해 가는 모델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최선을 다해 목회하는’ 삶이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깊은 배움을 가슴 깊이 전달해 줬다.
훈련받고 준비된 성도들, 이제는?
““한 선배 목사님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들은 적이 있다. ‘한 교회에 부임하게 되었을 때 착각하기 쉬운 게 있다. 내가 부임한 이후에 나타난 열매는 나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착각이다. 목회의 열매는 곧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부임한 이후 나타난 열매라 하더라도 사실은 전임자들이 뿌려 놓은 것을 수확하는 것일 뿐이다.” 그 때 들었던 조언을 늘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새교회는 전임 목사님께서 귀한 씨앗을 열심히 뿌려 놓으셨고, 저는 그저 그 열매를 감지덕지 맛보고 있는 중이다. 그 중 한가지가 바로 ‘제자훈련’이 아닐까 싶다. 사실 30대는 어느 교회에서나, 버티는 것만도 쉽지 않은 그룹이다. 심수영 목사님은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드라이브 하셔서 현재 든든하게 자리잡고 계신 40대 안수 집사님들을 훈련시키고 세워오셨다. 이런 분위기에 도전 받아 30대도 사역에 뛰어들고 훈련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느껴진다. 좋은 에너지를 올바른 방향으로 터트려주는 것이 목회자의 역할인데 아직 지혜가 부족해 고민 중이다.”
앞으로의 목회 방향을 묻자 그는 ‘아직은 이전 것을 배우고 성도님들을 한분 한분 알아가는 중인만큼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구상해가는 중이다. 하지만 중요한 밑그림 중 하나는 신학적 정체성이 있는 교회’라고 답했다. 교회가 속한 미국장로교(PCA)를 비롯해, 한국 교회 대부분이 장로교회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장로교회가 장로교회되게 하는 교리에 대한 관심과 공부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현대사회에서 교회의 신학적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득보다는 실인 경우도 종종 있지만, 신학적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교회를 오래 다녀도 자신이 가진 신앙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사실 저부터 목사 안수를 받을 때, 웨스터민스터 신앙고백을 따르고 가르칠 것을 서약 했지만 깊이는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박사과정에서 교회사를 공부하고 논문을 쓰면서 이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 깨달았다. 적어도 우리의 뿌리가 무엇인지 알고, 뭘 믿는지는 알아야 잘못된 교리, 잘못된 해석을 전하는 이단의 침투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 지난 1월부터 매주 금요일, 교회 전체가 리디머쳐치에서 52개 주제로 정리해 발간한 교리문답을 매주 공부하고 있다. 전 세대가 같은 주제를 놓고 성경적인 답을 찾고자 함께 고민 하고 적용도 해보면서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혹은 ‘새교회에 오래 다녀서’가 아니라 ‘동일한 신앙고백으로 하나된 신앙고백의 공동체’를 지향해가고 있다.”
조영천 목사는 또한 올바른 교리를 공부하면서도 자칫 자신만 옳다 주장하는 배타적인 신앙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하면서, 뿌리가 깊고 건강한 신학의 토대 위에 그리스도를 닮은 성품과 균형잡힌 영성이 열매로 맺어질 수 있도록 함께 배우고 실천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제자훈련을 이어가는 한편, 주일예배는 성경 순 강해설교로 말씀을 하나 하나 깊이 보고, 평일 성경공부도 시작해 함께 진리를 알아가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What is new?’가 아닌 ‘What is old?’
세상은 ‘What is new?’를 절대적인 것으로 추구하지만, 교회에서는 ‘What is old?’를 추구할 때 진리에 가까워 질 수 있다고 믿는다는 그는 마지막으로 다음 세대에 대한 부담 그리고 믿음의 시작과 회복이 일어나는 교회의 꿈을 나누며 인터뷰를 마쳤다.
“새교회가 젊은 교회지만, 젊은 사람들만 있으면 안된다. 부족함도 있었고, 실수도 많았지만 1세들이 하나님과 교회를 사랑하고 헌신적으로 섬겼던 그 진실된 마음과 열정을 2세와 3세들이 배워가는 교회가 되면 좋겠다. 앞 세대와 뒷 세대가 단절되지 않는 교회는 늘 숙제다. 가족중심 예배를 통해 부모가 예배드리는 모습을 자녀들이 보고 배우며, 믿음의 유산이 흘러가는 교회를 꿈꾼다. 또 새교회를 통해 예수님을 처음 만나고, 잃었던 신앙이 회복되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