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쉬키루(내 새끼)'들의 멘토 '써나쌤' 오선화 작가가 교회학교 교사들을 위한 책 <교사, 진심이면 돼요(좋은씨앗)>를 펴냈다. 머리색부터 옷차림과 성격까지 '찬란한 무지갯빛'인 청소년들을 모아 학년과 상관없는 '비전반'을 만들고, 치킨을 함께 뜯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죽고 싶다'며 밤늦게 '톡'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나도 그랬어' 하고 공감하며 지낸 10여년의 생생한 이야기들이다.
책 제목 '진심이면 돼요'는 오 작가의 교사 강의 제목이자, 이 책을 관통하며 흐르는 한 마디이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교회학교 현장에서 버텨내기 위해 각종 선물이나 맛있는 간식 등 '다른 것들'로 다가가려는 우리에게, 이 책은 잠시 잊어버린 '진심'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오랜만에 나온 묵직한 감동을 전하는 책에 독자들도 응답하고 있다. 한 달도 안돼 2쇄를 찍었고, 교회에서 교사 대상 강의 요청도 몰리고 있다. 특히 '교회학교 교사가 쓴 교사를 위한 책'이 전무했기에, 교사들의 필독서로 자리잡고 있다. 다음은 '쉬키루들' 이야기만 나오면 눈가가 촉촉해지는 오선화 작가의 '진심어린' 이야기.
-교사들을 위한 책을 쓰게 되신 동기가 궁금해요.
"교사가 되고 거리 청소년들을 위한 '비전반'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3년 전쯤 처음 교사 강의를 가게 됐어요. 해외에 있는 한인 청소년들을 만나러 갔을 때 한 목사님이 제 강의를 들으시고는 '교사들에게도 이런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애들에게 교사는 부담스럽다'고 말씀드렸지만, '다른 교사들과도 공유해야 같이 할 수 있지' 하는 말씀이 마음에 닿았어요.
그때 사고를 친 아이가 있었거든요.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너무 힘들어서 강의를 해야 했어요. 그래서 같이 하자는 이야기를 못하겠는데, '그래도 같이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교사 강의에 가서도 그렇게 말했지요.
그 이후로도 몇 번 교사 강의를 가서 솔직한 마음을 나누던 중에 '교사들을 위한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확 들어왔어요. 하지만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 아니라 제 생각이겠지' 했어요.
작가로서 살고 있었기에 기독교 분야로 들어오기도 좀 그랬어요. 한국 기독교 분야의 책들은 대부분 유명한 목회자들이 주도하고 있잖아요(웃음)? 게다가 종교 분야로 들어오면 작가의 폭이 좁아진다는 시선들도 많이 있어요. <니가 웃었으면 좋겠어(좋은씨앗)>도 <야매상담(홍성사)>도, 크리스천 마인드를 담은 일반 도서이지, 종교 분야의 책이라고 할 수는 없거든요.
무엇보다 비전반 이전 교사 생활까지 합쳐도 10년이 조금 넘는데 20-30년 하신 분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가르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기도할 때마다 책에 대한 마음이 들었지만, 계속 아닌 것 같다고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작년 초쯤 누군가 말씀하셨어요. 교사들에게 권할 책들을 찾고 있는데, 정작 교사를 해본 사람이 쓴 책이 없다고요. 그 말에 꽂혔어요. 알고보니 제가 그 동안 가르치는 것을 거부했던 거예요. 이렇게 살아보자는 책이 필요했는데 말이에요.
저 하나 특별하면 다른 사람들은 편하겠지만, 같이 특별해져서 같이 연대하자고, 같이 살자는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왜 그런 마음을 거부만 하고 있었지?' 하는 마음이 들어서 기획안을 짜고 출판사의 동의를 얻어 작년 1년간 썼어요.
그리고 저 자신의 역사를 기록해 두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지금까지는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 뜨겁지만, 언제 사그라들지 자신이 없거든요. 그래서 편하게 강의하듯이 써 내려갔어요. 제 글의 특징이 '입말체'예요. 어른들 글도 그냥 옆에서 얘기하듯 썼어요.
'진심이면 돼요'는 실제 제 강의 제목이기도 해요. 보통 교사 강의는 가르치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저는 가르칠 것도 없고 그저 진심으로 하는 거니 같이 하자는 마음을 나누고 있어요."
-요즘 교사 하기 힘들다는 말이 많아요. 예전처럼 아이들이 많지도 않고....
"책에도 많이 실었지만, 결국 관계 밖에 없는 거 같아요. 아이들은 좋은 말을 듣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들의 말을 듣는다고 하잖아요. 아이들은 마음을 열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정말 찬란해요. 우리가 지레 결정해 놓고 대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어제도 교사 강의 가서, 선생님들께 '눈을 감으시라'고 했어요. 노란 머리니까, 담배 피니까, 그렇게 우리가 이미 '스캔'을 해 놓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아이는 아이에요. 아무런 베이스 없이 아이를 아이로 바라봐 주시면 좋겠어요.
관계가 되지 않으면 아이들은 아무것도 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내 새끼'로 받아들일 진심이 없으면 불가능해요. 아이들이 마음을 열 수 없어요. 우리가 '1년 때우고 말지' 하고 대하면, 아이들도 '1년 때우고 말지' 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청소년들과 처음 어떻게 만나신 건가요.
"그때 제 삶이 너무 힘들었어요. 알콜 중독이던 친정 아버지에게서 도망치려고 결혼을 했는데, 시아버지도 알콜 중독이셨어요. 100만원 정도 수입으로 친정과 시댁을 도우며 살아야 했지요. 장녀에 맏며느리였고요. 모든 삶이 너무 힘든 때였어요. 고등학교 때 시집이 나오고 문학상까지 탔는데 소설은커녕 아무것도 못하고 잡지에 기고만 하고 있었지요.
모든 것들이 저를 내밀 때였어요. 그래도 자존심은 너무 세서, 친한 친구에게조차 말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매일 놀이터에 가서 울기만 했지요. 그런데 거기서 매일 보는 아이들이 생겼어요. 모르는데 얼굴만 익숙해지는 거 있잖아요.
그런데 하루는 걔들이 '열라 배고프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하도 울어서 배고팠고요(웃음). 그래서 '너네도 배고프냐?'고 물었더니, '왜요? 치킨이라도 사줄래요?' 하더라고요. 그 정도 돈은 있는 거 같았어요. 정말 '배달 전화번호'를 건네주더라고요. 거기서 시켜먹은 게 계기가 됐어요.
보통 사역자들은 일부러 다가가고 그렇게 시작하는 분들이 많지만, 저는 그런 게 전혀 없었던 거예요. 그때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너무 힐링이 됐어요. 힘든 이야기를 듣는데, '애나 어른이나 다 힘든데 왜 나만 힘든 것처럼 이렇게 살고 있을까' 하면서 뭔가 다른 문이 열렸어요.
그리고 미안했어요. '애들이 뭐 힘든 게 있을까' 생각했는데, 힘들겠더라고요. 그래서 '미안한데, 다음에도 치킨은 사줄 수 있을 것 같으니 만나자'고 하면서 시작됐어요. 아이들이 늘어나고, 몇몇 아이들은 교회도 데려왔지요.
그런데 걔들이 '교회는 가면 안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고등부', '1-1반'이라고 써 있는데, 학교에 다니지 않았거든요. '이런 것들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폭력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그래서 건의했더니, '학년 없는 반'을 하나 만들자고 해서 '비전반'을 만들게 됐어요(이 이야기는 책에 자세히 나온다- 편집자 주).
생각해 보면 도미노가 쓰러지듯 너무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결심하거나 기도한 적이 없었어요. 애들을 만나다 보니 사명이 생긴 거지요. 이런 이야기들이 가슴 아프니 공감해 줄 수 있을 때까지는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담당 목사님도 기존 교회에서 '또래 집단들의 모임' 때문에 아이들이 더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분이었어요. 그래서 평신도 교사에게 이례적으로 예산도 지원해 주셨죠. 1년에 20만원이었지만."
▲"선생님이 준 사랑은 선생님의 생각보다 크거든요. 그러니까 선생님은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큰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한 영혼의 마음 속에 꽃을 피우고 별을 빛나게 하고 있으니까요(<교사, 진심이면 돼요> 中)." ⓒ이음 제공 |
-비단 학생과 교사들뿐 아니라, 인간관계 모두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민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책은 어쩔 수 없이 포지션이 있어야 하니까요. 청년이나 장년들, 크리스천 모두가 읽어 주셨으면 해요. 애들과도 복잡하게 가다 보면, 진짜 원인이 없어져요. 애들을 혼낼 때 5분 이상 혼내지 말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왜 혼나는지 모르게 돼요.
그처럼 우리도 계속 고민만 하다 보면 원래 고민들을 잊어버릴 때가 많아요. 제 책이 어쩌면 촌스럽죠.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관계에 대한 고민이 읽으신다면 '그래, 이거였지. 별 거 아닌데' 하고 실마리를 푸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 고민을 가진 분들도 읽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말씀처럼 교회가 점점 '멀쩡한 아이들만의 모임'이 되어가고 있네요. 비록 악의는 아닐지라도.
"교회만은 그렇지 않게 바꿀 수 있으리라 믿고 있어요. 믿지 않으면 제가 너무 힘드니까요.
보통 아이들에게 하나님 이야기를 하기까지 3-5년씩 걸려요. 그런데 아이들이 교회 세습이니 이런 뉴스 보면서 하나님 이야기에 반박해요. 그럴 때면 마치 밭을 겨우 개간해 놨는데 시멘트를 뿌리는 느낌이에요. 변화하리라는 희망마저 없으면..., 그래서 바꿀 수 있다고 막 우겨요(웃음).
세상은 행정과 복지라는 게 있어서 편모·편부 가정을 구분해야 하지만, 교회만큼은 '결손가정'이 아니라 그저 가정의 다양한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죠. 성경에도 그런 가정들이 무수히 나오잖아요? 저는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회는 그러한 세상의 것들이 그대로 옮겨지지 않는 곳이라는 걸 보여줘야죠.
세상에는 아빠의 성(姓)이 다른 애들이 많지만, 교회에는 없어요. 낮은 자를 품으셨던 예수님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 아닌가요? 여기서 만들어진 걸 그대로 옮기기는 쉽지만 바꾸기는 힘들죠. 하지만 무던히 노력해야죠.
여전도회 성도님들끼리 모이면, 우리끼리는 자녀의 성적 이야기 하지 말아야죠. 우리도 무뎌져 있어서, 각성이 필요해요. 저도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다시 각성하는 거예요. 그렇게 매일 각성하지 않으면, 너무 빠르게 굳어지기 때문이에요. 우리 교회, 우리 교회학교만이라도 아이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받지 못할 자들을 사랑할 수 있어야죠. 그 믿음마저 없으면...."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어느 날 한 쉬키루가 '추리닝'을 입고 왔더라고요. 뭐라고 했더니 '내 모습 그대로 좋아하는 게 하나님이라면서요?' 하더라고요. 저도 애들이 아니면 깨지지 않아요. 알고 보니 제일 깨끗한 추리닝을 입고 왔더라고요. 각자의 기준을 존중해 줘야죠.
'아줌마'가 되고부터 너무 힘들었어요. 그냥 야상 입고 다니는 스타일인데 구두 신어야 한다고 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요. 이런 기준들이 왜 정해졌는지 모르지만, 기준이 생겨버렸어요.
하루는 명품 가방만 들고 다니는 집사님이, 보세에서 짜깁기로 짠 제 가방을 보더니 '너무 예쁘다'고 하셨어요. 이런 것들을 보면 내 모습 그대로 사는 게 더 멋지다는 걸 다 아는데, 그게 안 될까봐 못하고 우리끼리 조심하는 거지 사실 각자의 모습들이 다 예뻐요. 그래도 가르칠 건 가르쳐야겠지만, 그렇게 아이들 모습도 다양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애들이 물들까봐' 겁내시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우리 애들한테 콘돔 사준다고 바로 섹스하러 가지 않아요. 날라리 애들한테 콘돔을 사 줬더니, '더 문란해지면 어떡하냐'고 걱정하세요. 하지만 어른들이나 그렇지, 애들은 그러지 않아요. 선생님의 진심을 알고 더 조심해요. 우리가 타락해서 그렇게 보이는 거예요.
에로스적인 그림이 있었어요. 넓게 보면 돌고래처럼 보이죠. 애들은 돌고래를 봐요. 그런데 어른들은 에로스만 보고 '이거 애들 보여주면 안 된다'고 해요. 그런 일들이 너무 많아요. 우리 기준과 색깔만으로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건, 우리가 그래서인 거지 걔들이 그래서가 아니에요.
우리 토끼(써나쌤의 자녀- 편집자 주)가 학교 안 다니는 쉬키루에게 '오빠는 1년 내내 방학이니까 좋겠다'고 했더니, 걔가 뭐랬는 줄 아세요? '안 좋다'고 말해줬어요. '방학도 5년 동안 계속 있으니 안 좋아.' 그랬더니 토끼가 '그럼 학교 열심히 다녀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영향도 많이 받아요. 해 봤기 때문에, 그게 아니라는 걸 얘기해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다 '친구 따라 그렇게 됐다'는 문화가 많지요."
-가족 얘기가 나왔는데, 가족들의 희생도 많았을 거 같아요.
"그 질문을 되게 많이 받아요. 그런데 사실 저는 밖에 나와서 활동하던 사람이 아니거든요. 짱박혀서 글 쓰던 사람이에요. 남편도 유통 쪽 직장을 다녀서 밤늦게 들어와요. 그래서 저는 우리 애들 데리고 쉬키루들 만났어요. 그래서 서로 사촌 이상으로 친해요.
다들 제가 일을 하다가 아이를 낳아서 아이는 맡겨놓고 사역한 줄 아세요. 하지만 저는 온전히 혼자 육아만 했어요.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쯤 청소년들을 만나기 시작했는데, 아이를 데리고 갔던 거죠. 애들이 저희 애를 데리러 갈 정도로 친해요.
남편이 제가 밤에 뛰어나가는 걸 보고 걱정하긴 했어요. 그런데 쉬키루들을 한 번 보더니, 걱정을 안 해요. 애들이 보디가드로 옆에 있으면 아무도 못 건드리니까요(웃음).
그 때는 운전면허가 없었거든요. 애들 때문에 차를 팔아서 치킨값에 썼어요. 그리고 아직까지 차가 없어요. 팔아봐야 얼마 안 나오는 차였어요. '그런데 40대가 되니 체력이 딸려서, 이래서 차가 있어야 하는 구나 싶어요(웃음).
그리고 1년에 두 번 해외 한인 청소년들을 위해 나가요. 비행기값을 할부로 끊어서 가요. '이것이 더 가치있다'는 것에 목숨을 거는 케이스이긴 한 거 같아요."
◈"부모님들도 희생만 하지 말고... 함께 꿈꾸며 연대해요"
-사실 그런 청소년들은 결국 가정에서 생기는 것일텐데, 우리가 가정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부모가 어떻게 했길래...' 라고 하시지만, 가정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물론 이미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을 보면 깨진 가정의 비율이 많아요. 하지만 깨진 가정이라고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지금은 온전한 가정에서도 그런 애들이 많이 나와요. 보호감찰기관에서 운영하는 쉼터가 있는데, 5개국어 하는 애를 봤어요. 그런 걸로 늘 시달렸던 거죠.
기본적인 건, 아이들은 아이들이라는 거예요. 인격이에요. 인간이에요. 내가 이렇게 해야 아이가 잘 되는 게 아니라, 타고난 성품과 성향이 있어요. 특히 크리스천이라면 이 아이를 향한 하나님의 꿈이 있다고 믿잖아요? 그걸 내 꿈이라고만 우길 수 없어요.
이런 광고가 있었어요. 교실에서 애들이 앞에 나와 꿈을 이야기하면, '내가 5억 줄테니 꿈 말고 이걸 가져라'고 해요. 아이들은 꿈을 선택해요. 그런데 칠판에 화면이 나오면서, 아빠에게 같은 질문을 해요. 그런데 아빠가 아이들을 생각해서 '5억'을 선택하는 거였어요.
▲"사람에게는 그 '한 사람'이 필요해요. 저를 믿어준 한 사람, 저를 용서해준 한 사람, 저를 응원해준 한 사람.... 살다 보면 힘든 날도 오잖아요. 세상이 끝난 것처럼 힘든 날, 우리의 목소리가 떠올랐으면 좋겠어요(<교사, 진심이면 돼요> 中)." ⓒ이음 제공 |
저는 부모도 꿈꾸고 아이도 꿈꿨으면 좋겠어요. 돈 잘 벌어서 아이 좋은 데 보내려다가 '부모' 아닌 '학부모'가 되잖아요. 우리가 아이를 품어야 하는데 학원 같은 데 돈을 많이 줘서 거기서 품게 하고 우리는 거기서 제대로 안 하면 화내는 존재가 됐어요. 아이들이 엄마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대요.
애들은 소유가 아니에요. 많이 사랑해 줘야죠. 크리스천 부모들이라면, 청지기로서 아이들이 스무 살 넘으면 하나님 자녀로 잘 파송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죠. 그러려면 '이 나이에 무슨 꿈이야' 할 게 아니라 부모들도 꿈을 꾸셔야 해요.
인간이 인간을 가르쳐서 변화되는 일은 많지 않아요. 우리가 품을 수 있을 때 품고, 같이 품고, 서로 품고 연대하면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죠. 아이가 꿈꾸게 하기 위해 내가 희생하는 게 아니라, 같이 꿈꾸면서 가시면 좋겠어요. 이렇게 하면 '보상심리' 때문에 힘들지 않으실 거예요. 이만큼 투자했으니 이만큼 뽑아내야 하는 건 사랑이 아니잖아요.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같이 한 살이 되는 거라고 해요. 같이 태어나서 같이 꿈꾸고, 같이 어린아이가 되기도 하고, 도움을 줄 때는 함께하고 연대하는 가정이 되면 좋겠어요."
-어른들은 정말 진심만으로 안 되는 건가요.
"저는 된다고 믿어요. 사실 활동하면서, 진심이라고 믿었지만 그게 도구였던 적이 너무 많았거든요. 우리 애들은 '사기도 진심으로 치면 된다'고 하던데(웃음), 진심의 방향이 잘못됐을 때가 있었어요. 진심의 이면에 너무 큰 목적이 있는 경우도 있었고요.
애들도 '밥 먹자'고 하면 '싫다'고 할 때가 있어요. 그건, 그저 그때 밥 먹기 싫은 거예요. 그런데 어른들이 '싫다'고 할 때는 전에 서운한 게 있었거나 마음의 앙금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어른들은 진심이 앞서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어른들도 진심이면 된다고 생각해요."
-친구들 만나면서 기억 남는 장면들 많으시죠.
"너무 많아서..., 최근 이야기를 할께요. 요즘에는 거꾸로 부모가 말썽을 부려서 애들이 힘든 경우도 많아요. 아빠는 안 계신데 엄마가 우울증에 자살 시도를 하고, 술 먹고 난동을 부려요. 그래서 나라에서 아이를 쉼터로 보냈어요. 그런데 엄마가 쉼터에 찾아가서 난동을 부려서 주변에서 안 좋아해요.
계속 온라인으로 상담을 하는데, 엄마를 너무 걱정해요. 저 같으면 그런 엄마랑 같이 안 살고 싶을텐데. 아이 언니도 그런 엄마가 싫어서 떠났거든요.
'어떻게 기도해 주면 좋겠어?'라고 물었더니, '엄마랑 함께 있는 힘껏 행복하고 싶어요' 라는 답이 왔어요. 우리도 정말 있는 힘껏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요. 책에도 썼지만, 애들에게서 나오는 '맑은 샘물'이 있어요.
우리가 아이의 시기를 지나왔기 때문에 알지만, 없어지는 순수함이 있잖아요. '이건 뭐지' 싶을 때가 있어요. 너무 반성이 돼요. '어떻게 엄마랑?' 그래서 제가 너무 좁게 생각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답장을 보냈어요.
처음 강의를 갈 때도 너무 떨렸어요. 처음엔 치킨값 벌러 갔어요. 애들은 먹이고 싶은데 돈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애들이 '우리한테 말하는 것처럼 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거기 관계자들이 뭐라고 하겠느냐고 하니 '아이들한테 강의하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럼 아이들이 잘 듣는 게 중요하죠' 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배워요. 저도 아이들 아니었으면 정말 좁은 인간이었을 거예요. 예전보다는 조~금 넓어진 거 같아요. 제가 작가라서 좀 센서티브하게 받아들이는 면도 있지만, 글뿐 아니라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아요.
글도 애들을 배려하는 쪽으로 변했어요. 원래 어렵게 썼거든요. 이기적으로 보면 문체를 잃었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소설을 쓰고 싶은데, 아이들이 알아듣게만 글을 쓰다 보니 싫어질 때도 있어요(웃음)."
-교사들이 아이들을 대할 때 꼭 유념했으면 하는 '팁'이 있을까요.
"우선 아이들도 아프다는 거예요. 제가 처음 했던 실수가 '너네가 뭐 힘들 게 있어?' 였어요. 하지만 아이들도 같이 힘들고 아파요. 그리고 우리가 품고 같이 어깨동무해야 할 벗으로 주신 것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아이를 딱 보면 자동으로 머릿속에 들어오는 '데이터'가 있을 거예요. 교사를 오래 하실수록 '이 정도 아이는 이럴 것'이라는 데이터가 생기는데, 다 지우시고 그 아이만의 데이터를 보시면 좋겠어요. 우리의 판단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를 받아요.
선생님이 어린아이가 되셔도 좋아요. 우리 안에도 '10대'가 있잖아요. 어른처럼 더 잘해주고 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지치실 수 있어요. 하지만 말씀드렸듯 벗이고 동지이기도 해요. 인간이 거기서 거기잖아요(웃음). '내 안의 10대'를 꺼내셔도 괜찮아요."
▲"우리는 아이에게서 비전을 볼 수 없어도 하나님은 비전을 보시잖아요. 하나님이 비전을 품은 아이들이니, 하나님이 우리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있는 모습 그대로 포용해 주세요(<교사, 진심이면 돼요> 中)." ⓒ이대웅 기자 |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죄의 '강도'를 정해놓아요. 하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다 같은 죄인 아닐까요. 힘듦의 정도도 정해져 있는 거 같아요. '이렇게까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물론 힘들지 않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싫은데 힘들어도 하는 것도 아니에요. 힘들긴 해요. 그래도 좋아서 하는 거예요. 힘듦의 강도를 정해놓고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리고 꼭 이렇게까지 하진 않으셔도 돼요. 다들 있는 모습만큼 하시면 돼요. 선생님도 선생님 나름대로 이렇게까진 안 하셔도 되는데, 할 수 있는 정도는 해 주셨으면 해요. 우리끼리 비교선상에 놓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비교하는 거 지치는데, 우리끼리라도 막 비교하지 않아야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강도를 정하지 않고 하시면 좋겠어요."
-애들은 선생님들끼리 놓고 비교하지 않나요.
"애들은 날 사랑한다는 걸 알면 안 그래요. 떡볶이 한 그릇밖에 못 사는데 두 그릇 사 주는 걸 알아요. 우리의 비교 순위가 문제죠.
애들한테 간식을 너무 사주고 싶은데 돈이 없었던 선생님이 있었어요. 치킨 한 마리는커녕 떡볶이도 못 사준다는 거예요. 남편이 교회 다니는 걸 반대해서 헌금도 잘 못하지만 교사는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질문하셨어요.
그래서 '반찬 잘 하시냐'고 여쭤봤어요. 살림을 20년간 해서 웬만큼 다 하신대요. 반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반찬 물어보고 한 달에 한 번씩 도시락을 싸가시면 어떠냐고 했어요. 그건 안 힘들다고 하셨어요. 다른 교사들은 그게 힘들어서 사 주는 거라고 했더니, 옆 교사는 아웃백 데려가는데 밥을 좋아하겠느냐고 하셔서, 진짜 좋아할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나중에 전화가 왔어요. 말씀대로 아이들에게 반찬을 해 줬더니 너무 좋아하더래요. 한 아이가 '아웃백보다 맛있다'고 했대요. 우리의 비교순위를 건드리니 팍 와닿는 거죠(웃음). 진심이면 알아요."
-참담하게 실패했던 경험도 있으신가요.
"너무 힘들어서 몇 년 전 그만뒀다면 그런 경험들이 있겠지만, 그때 그렇게 돌아섰던 아이들에게서 다시 연락이 와요. 교회로 돌아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은 그런 경험이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교사들을 위해 작가님의 또 다른 책을 추천해 주신다면.
<너는 문제없어(틔움)!>라는 책이 있어요. 일반 문제집에 연재된 원고들을 모은 책인데, '써나쌤의 멘토 레터'라는 제목으로 고민을 듣고 이야기로 풀어서 썼어요. 교회 안 다니는 아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니가 웃었으면 좋겠어(좋은씨앗)>는 애들을 위해 썼지만 어른들이 보기에도 좋은 책이에요."
-마지막으로, 교사 여러분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같이 하자고 썼지만, 정말 힘든 일이잖아요.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드리고 싶을 정도예요. 요즘 교회학교 교사가 더럽고(Dirty) 힘들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일(3D)이라고 하잖아요. 그 자리에 계셔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에요.
지금 이 사회가 자리를 이탈해서 생기는 문제가 많잖아요. 그 자리를 지켜주시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예요. 지켜주셔서 감사하고, 지금도 힘드시고 앞으로도 힘드시겠지만 같이 하면서 주님께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이 더 열리는 건 확실하니까..., 그렇게 조금 더 계셔 주셨으면 좋겠어요.
교사들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어제(주일)도 오후 4시에 교사 강의를 했는데, 우리 '평민'들은 일하다가 토요일에 잠깐 쉬고 주일에 와서 아침부터 오후예배에 교사 강의까지.... 그래서 '가능한 웃겨 드리겠다'고 불을 토했어요(웃음). 일과 사역을 같이 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그 자리에 계셔주셔서 너무 많이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