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신혼여행지에서 버스 투어를 다닐 때, 가이드의 제안으로 각 부부들이 나와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갖가지 만남과 사연이 있었는데, 그 중 유독 건장한(?) 커플이 있었다. 알고 보니 남자는 테니스 강사였고 여자는 수강생이었다. 두 사람 다 평범하고, 남자도 많이 수수해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의외로 자기 아내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는 것이었다.
"사실 수강생 중 여성분들이 많았는데, 이 사람이 선택된 거죠."
분위기는 싸늘해졌지만, 함께 앞에 나온 여자는 그저 웃기만 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저 양반이 누굴 고르고 그럴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하는 느낌이었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 밝고 행복해 보였다.
남자들이 조금 착각하는 것이 있다. 남자들은 대개 남녀 관계에서 자기가 선택해 대시하고 청혼하고 또 밀어붙여서 뭐가 돼도 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여자가 남자를 선택해 '데리고 사는' 경우가 많다. 사랑과 만남의 결실은 어차피 상호작용이니 이렇게 말하나 저렇게 말하나 비슷한 이야기 같지만, 속된 표현으로 여자가 쓸 만한 남자를 '꿰차는' 것이다.
여자가 꺼려하는 남자의 단점은 여러가지다. 그중 몇 가지는 너무 치명적이라서 함께 인생을 보내기 싫을 정도인 것도 있다. 남자들은 자신의 키가 작아서라든지 돈이 없거나 인물이 부족해서 여자들이 자기를 안 좋아한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그런 요소는 의외로 영향이 적다.
여자들은 남자에게 자신감이 심각하게 결여돼 있거나 극히 우유부단하거나 삶의 의욕과 뚜렷한 목표가 없는 경우에 그 남자를 선택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 때로 여자는 남자의 장점을 발견하고, 자신이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경우 그 남자를 선택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자기가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후배 중에 허우대는 멀쩡한데, 바람기가 많고 철이 없어 자기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그의 착한 성품과 인물을 본 능력 있는 연상녀가 그를 휘어잡고 사는 것을 보았다. 그 남자는 결코 그녀가 자기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여자가 앞길을 다 터주고 돈 걱정 없이 '셔터맨'으로 살 수 있도록 늘 옆에서 받쳐주니 나중에는 거부할 도리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
이 경우는 극단적인 케이스지만, 여자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를 받아주고 평생의 동반자로 수락하는 경우는 남자의 사랑이 통했다기보다 여자가 '윤허'한 것이라 해야 할 때가 많다.
남자들에게도 순정은 있지만, 마음 속에 누군가를 염두에 두었더라도 대개는 이리저리 여성들에게 작업을 걸면서 조금이라도 더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주면 그쪽으로 마음이 확 끌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여성들도 여러 남자로부터 크고 작은 신호를 감지하는데, 당연히 그중 가장 믿음직하고 쓸 만한 남자를 선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가 여자를 골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남자를 고르는 것이 맞는다고 보는 것이다.
연애와 결혼에 성공하려면 남자들은 이 순서를 착각하면 안 된다. 남자는 애초부터 선택권이 없었다.
아담은 혼자 있으면 빛이 안 나는 존재라서, 혼자 있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나님은 여성을 만들어 아담에게 주셨다. 몇 명을 만들어 골라 보라고 하신 적이 없다. 그때 이브가 거부했으면 아담은 결혼을 할 수 없었겠지만, 우리와 똑같은 자유의지를 지녔음에도 이브는 흔쾌히 수락했고, 아담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감지덕지 그 여인을 처음부터 깊이 사랑했다. 심지어 그 여인은 자기 속에서 나온 존재였지만 그 스스로 여자를 만들 수 없었고, 하나님이 만들어 주셨을 뿐이다.
남자들은 자기가 여자를 찍어 열심히 공을 들이면 무언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노력은 당연히 해야겠지만, 그것이 일을 성사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는 것을 고려해야 성공률이 높아진다. 괜찮은 여자는 남자가 어떤 친절을 보이고 선물공세를 하고 이런 것으로는 중대한 선택의 결정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남자는 우선 자기 삶을 멋지게 잘 살아야 한다. 자기에게만 잘 하는 남자를 찾는 여자는 별로다. 진짜 좋은 여자는 남자의 살아가는 방식과 그의 꿈, 삶의 태도와 능력을 본다. 그래서 지금 좀 부실해도 미래를 걸 수 있다. 그런 남자를 놓치면 그것은 여자 손해이고, 그런 남자를 못 알아보는 여자는 놓쳐도 억울할 것이 없다.
"언제 자기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가장 섹시하고 멋지게 보이는가?" 하는 설문조사 결과 1위는, 근육 자랑할 때가 아니라 '자기 일에 몰두할 때'라고 한다.
아주 작은 차이 같지만 남녀가 하나 되는 과정의 이치를 잘 파악하면 풀리지 않는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진짜 멋진 남자는 모든 것을 알고 여자가 주도권을 쥐고 선택하는 듯한 그 과정까지 내다보며 상황을 컨트롤하는 남자다.
하나님이 나를 위한 이브를 만드시고 내게 보이실 때, 그녀에게 마치 내가 세상에서 유일한 남자인 아담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여자에게 뭘 해 줄지 생각할 시간을 조금 줄이고, 자기 삶에 몰두하라. 멋진 여성이 당신을 알아볼 확률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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