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리말 성경이나 영어 흠정역 성경은 헬라어 성경에서 번역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면 그 헬라어 성경 본문은 어떻게 해서 생겨나게 되었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A.
텍스투스 레셉투스의 정체(正體)
1. 이 글의 목적
우리 한국 크리스천들은 성경을 사랑한다. 아니 참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성경을 존중하고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어느 성경이 성경이냐고 물으면 대답이 곤란해진다. 많은 신자의 경우 성경이라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성경이 성경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대개 번역된 성경에 불과하다. 가령 한국 크리스천의 경우라면, 오늘 흔히 교회 강단에서 읽고, 널리 보급되어 있는 개역 한글판(대한성서공회 1961년판)을 성경이라고 말한다. 다른 나라의 크리스천들은 또 그들이 흔히 읽고 사용하는 번역 성경을 성경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통계에 의하면 성경은 2,000여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 그런데 그 번역들은 조금씩은 내용이 다르고 의미도 다르게 번역되어 있다. 그렇게 다른 것은 성경을 번역한 언어가 다르고, 번역자들이 다르고, 번역된 시대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일 큰 원인은 번역 대본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 성경을 대본으로 삼는 경우라든가, 독일어나, 불어나, 라틴어 성경을 대본으로 하고 번역하는 등의 중역(重譯)의 경우에도 많은 차이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가령 원어 성경을 대본으로 하고 번역하는 경우일지라도, 원어 성경의 종류가 하도 많아서 그 많은 상이한 원문 성경을 대본으로 한 번역 성경들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고 존귀한 것으로 믿기에, 힘이 닿는 데까지 그것의 원본에 가까운 것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며, 그것을 대본으로 해서 번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 학자들의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나타난 구약 원문 성경이 바로 비블리아 헤브라이카 슈투트가르텐시아(Biblia Hebraica Stuttgartencia 제4판 1990)이며, 신약 원문 성경이 네슬레-알란트(Nestle-Aland)의 신약성경 그리스어(NOVUM TESTAMENTUM GRAECE 27판, 1993. 이하 NTG로)와 독일성서공회(Deutsche Bibelgesellschaft)와 연합성서공회(United Bible Societies. 이하 UBS로)가 출간한 그리스어 신약성경(The Greek New Testament 제4판, 1993. 이하 GNT로)이다.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는 이러한 최첨단의 비평판(批評版) 성경을 대본으로 해서 성경을 번역했고 또 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위에서 말한 가장 정확한 원문 성경을 대본으로 해서 번역한 것이 표준새번역(1993)이다.
이제 범위를 신약 성경으로 제한하여 생각해 보자. 위에서 언급한 네슬레-알란트(Nestle-Aland)의 NTG나 UBS의 GNT라는 결정적 비평판 성경이 나오기까지의 역사를 더듬어보면, 활자인쇄술이 발명(A.D. 1450)되기 이전의 필사본 시대와 그 이후의 인쇄본 시대로 구분된다(인쇄본 시대에도 손으로 쓴 사본들이 몇 개 있다. 예컨대 소문자 사본 1884, 2318). 신약 성경 원본은 한 조각도 남아 있지 않으며(구약의 경우도 같다), 사본만 해도 5,500여 개가 있는데, 그것이 하나도 같지를 않다. 인쇄술이 발명된 이래 몇몇 사람이 후기의 몇 개의 사본을 비교하면서 자기 나름의 신약 원어 성경을 인쇄 출판한 것들이 수십 종류 남아 있다. 그 후에 헌신적인 학자들이 여러 곳에서 사본들을 발굴 혹은 발견하여 비교 연구하면서, 또 많은 비평판 신약 성경을 내놓은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과 역사 속에, 17세기 초의 인쇄업자였던 엘제비어(Elzevir) 형제가 신약 원어 성경을 출판하면서 초판을 1624년에 내었고, 이어 제2판을 1633년에 내었다. 그 때 그 제2판을 선전하면서 자기들이 낸 신약 성경은 "모두가 수락하는 책"(textum ...... ab omnibus receptum)이라고 광고를 내었고, 그 때부터 그 신약 성경을 '텍스투스 레셉투스(Textus Receptus)'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그 앞에 나온 것이나 그 후에 나온 여러 인쇄본 성경들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1982년에 [새흠정역성서](The New King James Version)와 The Greek New Testament according to the Majority Text가 트리니티 성서공회(Trinitarian Bible Society)에 의해서 출판됨으로써 스크라이브너(F. H. A. Scrivener)의 The New Testament in the Original Greek according to the text followed in the Authorized Version(Cambridge, 1881)이 새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게 됐고, 이렇게 텍스투스 레셉투스(Textus Receptus)가 재판(再版)되면서, 미국을 위시하여 여러 나라에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그것들을 대본으로 하여 새로운 번역(1990년에 [새 성경]이 출판됨)을 시도하였고, 소위 '말씀보존학회'라는 단체가 주동이 되어 대대적으로 기존 성경 번역본들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자기들의 번역 대본인 [새흠정역성서]와 그것의 신약 성경 대본인 텍스투스 레셉투스(Textus Receptus)와 그것이 속해 있는 비잔틴 전통의 본문(그들은 그것을 '다수본문Majority Text'이라고 부르기를 좋아한다)이 유일한 영감된 번역이요 또 본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외의 것은 무가치한 것으로 평가하는 사례가 생겼다. 그래서 필자는 '텍스투스 레셉투스'의 정체를 밝혀서 그것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지게 할 뿐 아니라, 신약 원문 성경에 대한 정당한 이해를 얻어보려는 것이다.
2. 텍스투스 레셉투스(Textus Receptus)의 의미
'텍스투스 레셉투스'라는 말은 라틴(Latin)어 술어이다. '텍스투스'(textus)는 원래 망(網 web)을 의미하고, 따라서 직물(織物), 구조물(構造物)을 기리킨다. 거기서부터 파생되어 생각이 얽히고 짜여 있는 글을 가리키게 됐다. '레셉투스'(receptus)는 레시삐오(recipio)라는 동사의 수동분사로서 '받아진' '수락된' '용납된'(accepted, received)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므로 그 두 단어를 합하면 '공인된 글'(Received Text)이라는 말이 될 것이고 좀더 풀어서 '공인된 본문'이란 말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텍스투스 레셉투스(Textus Receptus)라는 술어의 유래
'텍스투스 레셉투스'라는 말은 누구나 쓸 수 있는 평범한 보통명사지만 그것이 지금은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어 특정 문헌을 지칭하는 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이미 1번 항목에서 언급한 대로 신약 원문 성경 인쇄본들이 1514년 이래 여러 사람들에 의해서 160여 종류 발행되는 과정에 있어서, 라이덴(Leiden)의 기업적 두뇌를 가진 인쇄업자 보나벤투라 엘제비어(Bonaventure Elzevir)와 아브라함 엘제비어(Abraham Elzevir)라는 두 형제가 베자(Beza)의 인쇄본(1565)을 거의 닮은 인쇄본을 1624년에 출판했고, 1633에 둘째 판을 내면서 그 서문에다가 그 책을 자랑하는 글을 아래와 같이 넣었다.
"Textum ergo habes, nunc ab omnibus receptum: in quo nihl immutatum aut corruptum damus."(Therefore you [dear reader] now have the text received by all, in which we give nothing changed or corrupted = 그러므로 귀하 [친애하는 독자]는 이제 모두에 의해서 수락된 성경을 가지게 ?습니다. 우리는 본문에다 변경되거나 잘못된 것을 결코 넣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엘제비어(Elzevir) 형제가 자기들의 책을 많이 팔기 위하여 상술적(商術的)으로 사용한 말 Textum. . .Receptum이 계기가 되어, 그 이후 그 텍스트 계통의 인쇄본이 100여 종류가 출판되는 동안, 그 인쇄본들을 "유일한 참 본문"(the only true text) 또는 "표준 성경"(Standard text)이라는 의미로 수령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텍스투스 레셉투스'가 물론 원본 신약 성경이 아니고, 많은 신약 성경 인쇄본 중의 하나를 가리킨 것이며, 1881년 전까지의 구라파의 많은 번역 성경의 대본으로 사용된 텍스트 계통을 통털어 '텍스투스 레셉투스'라 칭하는 것이다. 그러나 '텍스투스 레셉투스'가 과연 실질적으로 얼마나 원본에 충실하며, 과연 "유일한 참 본문"이라는 이름을 가질 만한가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인쇄업자라면 누구나 자기가 출판하는 책이 많이 팔리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 온갖 그럴 듯한 선전을 하기 마련이다. 1633년에 엘제비어 형제가 제2판 신약 원문 성경을 출판하면서 그것이 많이 팔리기 위해서 거창하게 쓴 선전문의 일부를 마치 하나님이 주신 명사(名詞)인 양 받아들여 온 많은 사람들의 처사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맹랑하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선전에 현혹되고 있기에 '텍스투스 레셉투스'의 정체를 밝혀 그들의 꼬임에서 풀려 나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텍스투스 레셉투스'를 대본으로 하여 번역된 많은 성경들 중, 유독 [영어흠정역]만을 유일 무이의 영감된 번역이라고 고집하고, 그 전과 후에 번역들은 하나 같이 무의미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서, 오늘까지 하나님의 많은 충성된 종들이 이룩한 공로와 노고를 무효화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자행되고 있기에, 어째서 [영어흠정역]만이 가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할 것이다.
영어를 사용하는 영국인과 미국인 중, 일부 광신자들의 제국주의적 우월감과, 그들을 맹종하는 사대주의(事大主義)적 신자들의 어리석음이 [영어흠정역]과 텍스투스 레셉투스를 우상화하는 과오를 범하고 있으면서, 오히려 대다수 신자들의 정상적 사고와 판단을 정죄하고 있기에, 정견(定見)을 밝히고, 극단주의자들의 편견과 오해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출처:biblenar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