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AIDS)를 유발하는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에이즈에 걸린 사람(이하 HIV/AIDS 감염인)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으나 한국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지난 10일 발표한 '2016년 HIV/AIDS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HIV/AIDS 감염인의 수는 모두 1,199명(내국인 1,062명 외국인 137명)으로 2015년 대비 47명(4.1%)이 증가했다.
이중 남성이 1,105명, 여성이 94명으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령대는 20대가 404명(33.7%)으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UN의 에이즈 국제통계에 의하면, 2016년 세계 HIV 신규 감염인 수는 180만 명(160만∼210만 명)이며 그 중 성인 감염인이 170만 명으로 2010년 190만 명(160만∼210만 명)에 비해 11%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신고된 국내 HIV/AIDS 감연인 수는 2010년 837명에서 2016년 1,199명으로 약 43%나 증가했다.
질본은 "우리나라는 1985년 HIV/AIDS 겸염인이 보고된 이후 최근에는 매년 1천여 명이 새롭게 신고되고 있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세계적 차원에서는 HIV 감염률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남성 동성애자가 AIDS 확산의 주범?
하지만 질본은, 이 같은 세계적 감소추세에 불구하고 "MSM(men who have sex with men, 남성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성산업 종사자, 마약사용자 등 고위험군 사이에서 HIV/AIDS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고도 했다.
질본에 따르면 지난해 HIV/AIDS 감염 내국인의 역학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감염경로가 조사된 사례는 모두 성 접촉에 의한 감염이었다. 이성 간이 387건, 동성 간이 325건이었다.
특히 동성 간 성 접촉으로 인한 325건의 감염은 모두 남성에게서만 일어났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특히 '동성 간 성교로 감염 확률이 높아지고, 일부 동성애자 사이 다양한 파트너를 상대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20대 남성 감염인이 는다는 것은 현재 국내 동성애자 사이에서 HIV 바이러스가 크게 유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라며 "젊은 감염자들은 이미 감염 여부를 스스로 체크한 뒤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는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다만 이 매체는 "'동성애자가 곧 AIDS 확산의 주범'이란 데 대해선 논란이 있다"면서 "이번 보건당국 통계에서도 신규 남성 감염인 중 '이성 성 접촉'(355명)이 원인인 경우가 '동성 성 접촉'(325명)보다 많았다"고 했다.
남성은 355명인데 여성은 94명?
그러나 여기에서 '이성 성 접촉 355명'이라는 통계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숫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지난해 남성 355명이 이성과의 성 접촉으로 감염이 됐다면 상대였던 여성 역시 같은 감염자라는 얘기여서, 지난해 여성 감염인 수가 94명에 불과하다는 건, 감염된 여성이 의도적으로 그 사실을 숨겼을 가능성을 감안해도, 그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
수년 간 에이즈 환자들을 돌보아 온 염안섭 연세수동병원장은 "에이즈에 걸린 여성이 평생 치료받지 않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355에 준하는 숫자의 여성 감염자도 통계에 잡혀야 한다는 게 의학적 상식"이라고 했다.
그는 또 "보통 감염경로 파악은 겸염자가 스스로 보건 당국에 신고한 것을 근거로 한다"며 "우리나라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아직 서구 만큼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남성 동성애자가 남성 간 성 접촉으로 에이즈에 걸렸다고 보고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난해 통계에서 20대 감염자가 가장 많은데, 이는 단순히 20대에 감염이 됐다는 게 아니라 10대에 이미 감염이 돼 20대에 발현됐다는 의미"라며 "HIV 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이 대략 10년이기 때문이다. 10대 청소년들에게 동성애 예방 교육이 필요한 이유"라고도 했다.
한편, 질본에 따르면 2016년까지 누적 HIV/AIDS 내국인 수(누적 보고된 자 중 사망 보고된 자를 제외함)는 총 11,439명으로 생존 감염인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성별은 남성 10,618명(92.8%), 여성 821명(7.2%)으로 남성과 여성의 성비는 12.9: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