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람들은 사랑을 꿈꾼다. 아름답고 찬란하며 빛나는 사랑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들의 마음은 사랑의 기쁨과 눈부심과 웃음에 부풀곤 하지만, 그 사랑에 슬픔과 아픔과 눈물이 섞여 있다는 것은 자주 망각한다.
사랑은 괴롭고, 아프고, 지긋지긋한 것이다. 이것을 외면하는 사랑은 모두 이기적 열망이고 소유욕이며 철없는 그리움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을 기대하고 바라보되 그것이 아픔이라는 뒷모습을 감추고 찾아오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랑은 아픔 때문에 더욱 애틋해지고 강해지며 지울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픔을 제쳐두고 하는 사랑이나 역경 없이 순탄하기만한 사랑보다는 어려움을 겪은 사랑이 더 견고한 것이다.
내 친구 하나는 대학 2학년 때 과 대표를 맡았다. 벌써 25년 전 일이다. 그때 1학년 신입생들이 들어왔는데, 같이 엠티를 가게 됐다. 신입생 중 괜찮은 아가씨가 있었는데, 동기 중 한 친구가 그녀를 진작에 점찍었다고 한다. 그 친구는 다리가 조금 불편해 한쪽을 저는 사람이었다. 내 친구는 그의 새로운 사랑을 돕기 위해 조언도 해 주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산행을 하고 내려오는 도중 그 후배가 가벼운 부상을 당해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됐다. 누군가 그녀를 업어야 했다. 그녀를 점찍은 사람에게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그는 불편한 다리 때문에 마음에 둔 후배를 업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과 대표인 내 친구가 그녀를 업고 산을 내려오게 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후배는 내 친구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고, 내려오면서 나누던 이야기에서 남녀의 풋풋한 애틋함이 생겨 작은 사랑이 싹튼 것이다.
세 사람은 산을 내려와 마음을 터놓고 함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마음을 두었던 남자와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둔 여자, 그리고 친구를 도와주려다 그녀의 마음을 알게 된 남자, 이렇게 세 사람의 청춘은 다같이 펑펑 울며 그 안타까운 상황과 서로에 대한 연민에 안타까운 눈물을 쏟았던 것이다.
얄궂은 운명 속에서 결국 내 친구는 그녀와 오래 사귀었고, 중간에 헤어지기도 했지만 결국 다시 만나 결혼까지 해서 잘 살고 있다.
사랑이 두 사람을 잇는 끈이라면, 너무 큰 아픔은 그 줄을 결국 끊을 것이다. 그러나 적당한 아픔은 줄을 팽팽하게 만들어 두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 강하게 그 줄을 당기게 만든다. 그러는 동안 서로를 당기는 힘은 둘의 사랑을 견고하고 아련하게 만들 것이다.
좋은 것만 누리고 싶어하고 힘든 것을 참지 못하는 세상의 많은 이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바라볼 때 찬란한 기쁨과 아름다움과 감동만을 보지 말아야 한다.
모든 사랑은 아픔을 먹고 자라며 슬픔과 상처를 품고 있다. 두려움 없이 사랑하는 이의 눈부신 모습 뒤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부터 사랑하라. 그것이 오히려 예고 없이 닥칠 아픔을 더 잘 이기는 길이 될 것이다.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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