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7일 취임 후 5번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 행정명령의 이름은 '미국에 입국하려는 외국 테러리스트들로부터 나라를 보호하기'(Protecting the Nation from foreign terrorist entry into the United States).
이 행정명령에 따라 그날부터 이란, 이라크, 시리아, 수단, 소말리아, 리비아, 예맨 등 7개국 사람들에 대한 미국 비자발급 및 미국 입국이 90일동안 일시적으로 정지되었다. 이날 미국 주요 공항에 도착한 7개국 출신 사람들이 이 명령으로 갑작스럽게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자 많은 미국인들은 공항으로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트럼프의 이 명령은 무슬림들의 미국 이민을 금지하는 '반 무슬림', '반 이민' 조치라며 이것은 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모습이 아니라고 반발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반 트럼프' 입장의 언론들은 이 명령으로 미국에 들어오지 못한 7개국 출신 사람들의 딱한 사정들을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 명령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비판했다.
결국, 워싱턴주 연방법원이 이 행정명령 발효를 일시 중단하는 판결을 내렸고 트럼프 행정부는 항소했지만 제9 순회 연방항소법원은 워싱턴주 연방법원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 행정명령은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법원에서 보자며 항소 의지를 밝혔고 최근에는 새 행정명령에 대한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행정명령은 '반 무슬림', '반이민'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기보다 극단적 이슬람 테러리스트들로부터 미국 시민들을 보호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국가안보 수호'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극단적 이슬람 테러리즘(radical Islamic terrorism)과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보스톤 마라톤 테러, 텍사스 포트 후드 테러, 테네시 차타누가 테러, 캘리포니아 샌버나디도 테러, 폴로리다 올랜드 테러 등이 극단적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자행된 것임에도 '극단적 이슬람(Radical Islam)'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비판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극단적 이슬람이라고 표현하면 IS와 같은 테러 단체에 종교적 합법성을 주고 이슬람과 전쟁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이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통령이 먼저 해야할 것은 문제가 무엇인지 말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지적해왔다.
그리고 트럼프는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했고 이들을 제거하고 이들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이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스트들로부터 미국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그 선상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 행정 명령의 핵심은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미국 입국을 막기 위해 미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들의 신원조회가 철저히 이뤄지도록 비자 심사와 미국입국 절차를 전면 검토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행정 명령의 주요 내용이다.
- 미국에 테러 공격을 하려는 외국인들로부터 미국 시민들을 보호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다.
- 테러와 연계되어 있는 외국인들을 찾아내어 이들의 미국 입국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비자 발급시 신원조회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다.
- 미국과 미국의 건국 원칙에 적대적이고 미국의 헌법과 법을 지지하지 않으며 폭력적 이념을 가진 자들과 (명예살인, 여성 폭력, 자기들과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학대하는 등의) 증오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미국 입국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 국토안보부 장관은 국무부 장관, 국가정보부 국장과 협의해 미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기 위해 미국 입국 비자 심사가 각 국가들에서 철저히 진행되고 있는지 검토 작업을 즉시 실시할 것이다.
- 적합한 비자 심사 절차인지, 외국인 신원조회를 위한 자료들이 충분히 활용되고 있는지, 외국 테러리스트 혹은 범죄인들의 미국 입국을 예방하기 위한 적합한 기준이 있는지 등을 검토하는 이 기간동안 관련 부서들의 조사 부담을 임시적으로 줄이기 위해 나는 이민국적법(section 212(f))에 근거한 권한으로 이민국적법(section 217(a)(12))에 언급한 나라들 사람들의 미국 이민*비이민 입국이 국익에 해롭다고 보고 이들의 입국을 90일동안 정지한다. (편집자 주: 이 나라들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수단, 소말리아, 리비아, 예맨이다)
- 국무부 장관은 국토안보부 장관과 함께 미국에 오려는 난민들의 심사과정에 추가로 필요한 조치가 있는지, 난민 수용이 미국 안보와 복지에 위협이 되지 않는지 등을 확실히 하기 위해 난민 심사과정을 전면 검토하고 이를 위해 120일동안 난민들의 미국 입국을 정지한다. 이미 난민 신청을 한 사람들에 대한 수용절차는 이 검토가 완료된 후 재개될 것이다.
- 난민 수용이 재개되면 국무부 장관은 종교적인 이유로 박해를 받는 자들에 우선권을 주도록 한다. (편집자 주: 트럼프는 특별히 시리아 기독교인들이 해당된다고 밝혔다)
- 시리아 국적의 사람들이 난민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것은 국익에 해롭다고 보고 이들의 입국이 국익에 부합된다고 판단된 때까지 이들에 대한 난민 수용을 중단한다.
- 5만명 이상의 난민을 수용하는 것은 국익에 해가 된다고 생각된다.
- 국무부는 외국에서 미국 입국 비자 심사를 하는 영사들의 수와 현지 근무기간을 늘리고 언어훈련을 강화해 비이민비자 인터뷰를 잘 하도록 한다.
반 무슬림, 반 이민 아닌 국가안보 목적이라는데...
행정명령에 따르면 이란 등 7개국 출신국 사람들의 미국 입국을 90일동안 정지하고 난민수용을 120일동안 중단하는 것은 미국에 들어오려는 외국인들에 대한 철저한 신원조회가 이뤄지는 비자심사 과정을 구축하기 위한 준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지 모든 무슬림들의 미국 입국을 원천적으로 금지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정명령은 종교에 대한 것이 아니라 테러로부터 이 나라를 안전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무슬림이 다수인 이집트, 인도네시아, 사우디 아라비아 등 다른 40여개 나라는 이 명령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제9 연방순회 항소법원이 이 행정명령의 발효 중단을 지지한 것도 이 명령이 '반 무슬림'이기 때문이 아니라 '적법 절차'(due process)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명령이 미칠 파급효과를 염두해 미리 광고를 하고 공청회 등의 적법 절차를 밟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서 미국 입국을 90일동안 금지한 7개국은 2015년 샌프란시스코 샌버나디오 테러 후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가 마련한 '테러리스트 여행금지법(Terrorist Travel Prevention Act of 2015)'에 따른 것이다.
케이아메리칸포스트는 이 법이 "이란 등 7개국이 테러리스트들을 보호하는 가장 주의해야 할 국가들이라며 이들 국민들이 미국에 비자없이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이 법에 근거해 7개국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일시 정지하고 그 사이에 외국인들의 입국 심사를 위한 신원조회 과정을 완비하도록 하려는 것이 이 명령의 배경이라고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트럼프는 외국인들 중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을 사랑하기 원하며 결국 미국을 사랑하게 될 사람들이 미국에 들어오록 하고 미국인들과 미국을 파괴하기 원하는 사람들은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했다.
/글·사진=케이아메리칸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