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맨체스터 웨슬리연구센터 소장이자 <참으로 해방된 교회>, <교회 DNA(이상 IVP)>, <그리스도의 공동체>,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이상 생명의말씀사)> 등을 쓴 교회론 학자 하워드 스나이더(Howard Snyder·76) 교수가 방한해 강연했다.

이 강연에서 스나이더 교수는 웨슬리 주요 저작에 나타나는 '섭리' 관련 내용이 주요 연구자들로부터 간과돼 왔다며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인정은 세상의 고통과 악의 문제를 해결해 주진 못하지만, 도움이 될 만한 관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는 "웨슬리는 세상 속에 있는 고통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그것 때문에 근심했다"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만물의 회복(행 3:21)이 모든 고통을 그치게 할 것이지만 그것은 고통 없이 오지 않고(롬 8:17-24), 우리가 그 소망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또 그 분과 함께 고통받는다면 그것이 구속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웨슬리는 믿었다"고 설명했다.

강연에서 스나이더 교수는 "웨슬리는 고통을 하나의 신비로 보았지만, 하나님의 영광이 온전히 계시되도록 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보기도 했다"며 "그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고통과 궁극적으로 모든 고통을 그 분의 구속적·회복적인 목적들 속으로 짜 넣으신다고 가르쳤다"고 했다.

또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웨슬리의 강조는 하나님이 우리의 고통에 대해 모두 아심을 이해하고 확증하는 것"이라며 "하나님은 신비하게 그리고 섭리적으로 현재의 시간 동안 세상에서 악과 고통을 허용하시지만, 그 분의 지혜와 능력과 사랑, 그리고 효과적인 은혜 안에서 하나님은 새 창조 안에서 모든 고통을 끝내시고 보편적인 성결과 행복을 세우실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우리는 악의 문제가 철학적·감정적·개념적으로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대답되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성경은 악의 문제에 종말론적으로 대답한다"며 "그러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혜롭게 하나님을 신뢰하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그 분의 모든 선하신 약속들을 온전히 성취하실 것을 알기 때문이고, 우리는 현재 이 땅의 화해라는 위대한 역사에서 그 분의 동역자가 되기 위해 복음의 초대를 받은 것"이라고 했다.

하워드 스나이더 교수는 "웨슬리 신학자로서, 난민 문제와 전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가난과 기근 등 고통의 문제들과 웨슬리 신학의 연결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며 "고통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함께 아파하면서, 저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도 이를 놓고 계속 성찰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통당하는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로는 3가지를 꼽았다. 먼저 예수 그리스도를 '고난당하신 주님'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나님께서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 관여하시고 관심을 갖고 계시며 아파하신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으로는 하나님의 관심이 있는 그곳에 그리스도인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경은 참되고 거룩한 경건을 고아와 과부를 환란 중에 돌보는 것이라고 했는데(약 1:27), 우리가 그 고난을 보고서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어찌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받은 윤리적 명령은 그러한 고난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뿐 아니라, 그 고통의 근원이 되는 전쟁을 비롯한 구조적 문제들을 어떻게 예방하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중보기도'이다. 그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간절히 중보했던 모세를 비롯해 에스겔과 예레미야, 다니엘 등은 포로 생활 속에서도 민족을 위해 열심히 중보기도했다"며 "이렇듯 성경의 주요 인물들이 중보기도하는 모습에서 개인적으로 큰 감명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도 지금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계신다고 하셨고, 사도 바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스나이더 교수는 "그러므로 우리도 하나님과 함께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중보기도에 동참해야 한다"며 "기후 변화 문제부터 한국의 경우 남북 분단까지 공동체로 중보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자비를 간구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관심을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저는 매일 같이 남북한의 통일과 함께 북한 주민들이 폭압에서 풀려나도록 성령께서 역사하시길 기도하고 있다"며 "제 기도가 분명히 효력을 발휘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확신한다. 그것이 성서적이자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책임을 감당하는 것이고 우리의 소명 아니겠는가"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제가 알기로 북한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이 살고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고난이나 전쟁 등의 이슈에 관심을 갖기보다,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란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저는 여러분들보다 훨씬 오래 살았기 때문에 6·25 전쟁을 기억하고 있다. 과거로 돌아가자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하나님의 평화, 샬롬을 우리 가운데 총체적이고 통전적으로 실현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성서적"이라고 당부했다.

 

강좌 후 스나이더 교수가 서울신대 교수진과 함께한 모습. ⓒ연구소 제공
강좌 후 스나이더 교수가 서울신대 교수진과 함께한 모습. ⓒ연구소 제공

하워드 스나이더 교수는 "성경에 중보기도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언급이 있으니, 성도 개인을 넘어선 공동체로서 이 부분에 민감성과 책임감을 갖고 순종하면서 동참해야 할 것"이라며 "그리스도의 고난으로, 세계의 고난으로 공동체가 들어가서 동참하는 것이 또 하나의 영성이다. 웨슬리는 '우리가 고난이 아니면 배울 수 없는 것들을, 고난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종교개혁 500주년과 한국교회의 개혁에 대해선 "교회는 2-3세대가 지나면서 성경의 진수로부터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진정한 교회 부흥과 개혁은 새로운 모델이 다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성경과 복음의 회복, 즉 성경 속 초대교회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에 대해 강렬하게 인식했고, 성령의 은사가 모두에게 주어졌으며, 성직 제도 대신 개개인의 은사를 강조했다"며 "부흥은 기본으로 돌아가 성령과 성령 은사에 집중하고, 목회자와 평신도를 뚜렷하게 구분하는 대신 모든 이들에게 은사가 주어졌음을 기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1세기엔 대형교회도 없었고, 목사가 풀타임으로 모두를 주관하기보다 가정교회가 연결된 형태로 존재했다"며 "지금은 21세기이기 때문에 그때와는 다르고 역사를 거꾸로 돌릴 순 없지만, 신약성경 교회의 역동성은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워드 스나이더 교수는 노트르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목회하다 브라질에서 1968-1975년 선교사로 사역했고, 1996년부터 10년간 애즈베리신학교 세계선교대학원에서 선교학 교수로 가르쳤으며, 2007-2012년 토론토 틴데일 신학대학원에서 웨슬리 연구학부 특별석좌교수로 재직했다.

카우만 강좌는 동양선교회 초대 총재인 찰스 카우만(Charles E. Cowman, 1868-1924)을 기리고 서울신대와 OMS선교회가 초기 한국 성결교회의 정신을 발굴·계승하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