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병원 전경. ⓒ병원 제공
(Photo : ) ▲예수병원 전경. ⓒ병원 제공

 

 

35년 전 치료비를 갚겠다는 전화가 전주 예수병원(병원장 권창영)에 걸려 왔다. 서울에 사는 강◯◯ 씨(63세)는 1982년 예수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남편(진◯◯ 씨, 66세)의 치료비 710만 원을 6월 30일 예수병원 계좌로 송금했다.

 

강모 씨는 35년 전 그때 일이 지금도 사진처럼 선명하다고 한다. 당시 28세로 결혼하고 갓 1년이 지난 새댁은, 4월 어느 날 아침 날벼락 같은 남편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게 됐다. 남편이 몰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8톤 덤프트럭과 정면 충돌을 한 것.

끔찍한 사고 현장에 도착한 사람들은 동승자들을 병원으로 싣고 갔지만, 강 씨의 남편은 사망했다고 생각해 그 자리에 그냥 뒀다고 한다. 그러나 마침 지나가던 한 군인이 진모 씨가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을 우연히 봤고, 그를 차에 실어 예수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남편은 수 차례의 수술로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중환자실과 병실을 오가며 투병을 했다.  

당시 강 씨 부부는 전주 태평동에서 채소가게를 하다 실패해 좌절에 빠져 있을 때였다. 그녀는 돌이 채 지나지 않은 젖먹이를 등에 업고, 사경을 헤매는 남편의 간병을 시작했다. 길고 힘든 3개월여의 투병 끝에 남편은 목숨을 다시 찾았지만, 그녀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치료비가 남았다.

당시 예수병원 설대위 병원장은 부부의 사정을 전해듣고, 입원비 780만 원 중 70만 원만 내게 했다고 한다. 그녀는 남편을 퇴원시키면서 이 고마움을 마음에 담았다고 한다.

남편은 그 후 사고 후유증으로 직업을 구하지 못했다. 대신 강 씨가 미싱을 장만해 바느질로 살림을 꾸려 나갔고, 서울로 이사해 온갖 궂은 일을 마다 하지 않고 자녀들을 키웠다. 몇 년 전 간병사 일을 하다, 팔을 다쳐 이마저도 그만뒀다.

35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이제 그때 사연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 속에 '마음의 빚' 하나가 있었다. 다니는 교회 목사를 찾아,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전주예수병원 이야기를 털어놨다. 목사님은 "그 돈을 현재로 치면 아마 8천만 원이 넘겠지만..., 원금이라도 갚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듣자 그녀의 가슴에 시원한 해방감이 밀려왔다고 한다.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오래된 남편의 병원비를 지불했다. 강 씨는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지금의 삶에 감사한다고 했다. 강 씨 부부의 두 자녀는 잘 자라서 교수와 회계사가 됐고, 최근 둘 다 결혼했다.

이와 함께 부부는 당시 사고 현장에서 진 씨를 구해 준 군인(육군 제1697부대 정훈참모부 김◯◯ 상사, 전화 5-5935)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