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배준호) 선교사가 2년 만에 입을 열었다. 그는 2012년 11월 북한에 들어갔다 억류돼, 2013년 4월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2년간(735일) 억류됐다 지난 2014년 풀려났다.
케네스 배 선교사는 지난 2일, CNN과 첫 인터뷰를 통해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돌을 나르고 석탄을 캐는 중노동을 했고, 이러한 육체적 고통에 더해 북한 관리들로부터 온갖 언어 폭력을 당했다"며 "북한의 한 검사는 끊임없이 내게 '누구도 당신을 기억하지 못한다. 당신은 사람들과 美 정부로부터 잊혔다. 금방 돌아갈 수도 없다. 여기서 15년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배 선교사는 "아직도 여기서 당신과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는다"며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주신 많은 분들께 매일 감사하고 있다. 북한 억류 기간은 충분히 길었다"고 전했다.
지난 11일에는 美 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몇몇 주민에게 '한국의 경제 규모가 북한보다 40배 크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했을 때 '모른다'고 했고,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으니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 답하더라"며 "나는 어떻게 한 나라가 크고 거대한 감옥처럼 될 수 있는지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케네스 배 선교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북한 정권과 주민들을 분리해서 봐야 하고, 외부 사람들이 함께 일어서 주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며 "대화와 외교적 교류가 군사력 증강이나 유엔 제재보다 북한을 다루는 더 좋은 방법"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제재나 군사력은 북한 최고 엘리트 계층의 라이프스타일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일반 주민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
배 선교사는 한국인들을 향해 "북한 동포들을 기억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봐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북한에 억류됐을 당시 일을 담아 비망록 <잊을 수 없다(Not forgotten)>을 펴내기도 했다. 책에는 석방 1년 전 美 대통령 특사를 만났던 일, 북한에서 겪은 각종 고문과 협박 등을 기록했다.
비망록에 따르면 중국에서 여행사업을 하던 배 선교사는 자신이 중국에서 하던 선교활동 자료와 주요 사진들, 다큐멘터리 'Inside North Korea' 등이 저장된 외장하드를 실수로 북한에 갖고 들어갔다가 억류됐다고 한다. 북한 조사관들은 배 선교사가 美 오바마 행정부와 중앙정보국 사주하에 북한 정부를 전복시킬 목적의 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조사 도중 구타를 당하진 않았으나, 무릎을 콘크리트 바닥에 댄 채 상체는 꼿꼿이 세우는 자세를 강요받았고, 사형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는 조사관들의 지시에 따라 수백 장의 진술서와 사과문을 작성하고, 가족들과 소통할 때도 사전 지시 사항 그대로 해야 했다.
노동교화형 선고 후에도 북한 측은 "미국 정부의 반응이 가장 중요하다"며 가족을 통해 미국 대통령의 특사를 요청하도록 그에게 강요했으며, 고된 노동을 시키면서 '사상을 전향하면 유명하게 만들어 주겠다'며 회유와 함께 주체사상 학습을 종용했다.
배 선교사는 "수용소 시절 배급이 형편없었지만, 간수 등 수용소 관리들 모두 먹을 것이 충분하지 못했다"며 "건강 악화로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지만, 북한 당국은 미국 정부에 연락해 이제까지 소요된 병원비와 숙박비 등 13만 달러를 받아내라고 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