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이민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지적하자, 트럼프 후보도 교황을 향해 "종교 지도자로서 수치"라고 맞받아쳤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교황은 18일 멕시코 방문 일정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는 사람은, 그가 어디에 있든지 상관없이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 기자가 그에게 트럼프 후보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 같이 답변한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성폭행범·범죄자로 낙인찍는 듯한 발언을 하고, 그들의 밀입국을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까지 주장했었다.

교황은 미국 대선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표심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거기에 연루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 사람(트럼프)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면,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을 뿐"이라며 "그가 정말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는지 확인해야 하고, 그런 면에서 진짜 그렇게 말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유세를 하던 트럼프 후보는 교황의 발언을 전해 들은 후 긴급 성명을 내고 "교황이 공개적으로 나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종교 지도자가 어떤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나는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지금의(오바마) 대통령처럼 기독교가 계속 공격을 받고 또한 약해지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떠한 지도자도, 특히 종교 지도자는 더욱, 다른 사람의 종교와 믿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권리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IS가 노리는 궁극적 전리품인 바티칸이 만약 IS의 공격을 받을 경우, 교황은 그제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길 기도할 것"이라며 "내가 대통령이라면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 정치인들 때문에 현재 일어나는 상황과 달리, IS를 진작 박멸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후보는 앞서 교황이 멕시코에서 이민자들을 위한 연설을 계획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황을 '정치적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교황이 멕시코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범죄와 불법 이민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