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서 깊은 흑인교회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남부연합기'(The Confederate Battle Flag)가 남부의 상징이냐 백인 우월주의의 산물이냐 하는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고 21일 크리스천포스트가 보도했다.
남부연합기는 1861년부터 1865년까지 이어진 미국 남북전쟁 때 노예제도를 지지한 남부연합정부가 사용한 깃발로, 남부 백인들에게는 문화적 정체성과 지역의 자존심을 대변하지만 흑인계 미국인 및 인권운동가들에게는 인종차별주의와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폭력적인 인종차별'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남부연합기'는 남부 캐롤라이나 전역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딜란 루프가 "인종전쟁을 시작하고 싶었다"며 흑인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한 것과 관련해 남침례회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 러셀 무어 위원장이 "남부연합기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자, 남부 캐롤라이나 린제이 그래함 상원의원은 반대 의사를 밝힌 것.
러셀 무어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남부연합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스스로를 '베테랑 (남부)연합군의 자손'이라고 밝힌 무어 학장은 "백인 기독교인들은 남부연합기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우리의 흑인계 미국인 형제·자매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면서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서 베레랑 연합군의 자손인 나는, 비기독교인이면서 백인인 미시시피인들보다 나이지리아 기독교인들과 더욱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무어 학장은 "이 깃발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노예제 철폐'과 '인권'에 대한 도전 뿐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어린 형제·자매들을 노예로 삼거나, 교회와 목회자와 가정을 테러하고 십자가를 불태우는 데 이 같은 상징이 사용되기도 했다. 십자가와 남부연합기는 공존할 수 없다"면서 "백인 기독교인들은 우리의 흑인 형제·자매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역사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한 역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 연합기를 내리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린제이 그래함 상원의원은 "깃발을 유산으로서 이곳에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화당 대선후보이기도 한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남부연합기는 인종차별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 안에 있는 것'을 불러일으킨다"면서 "시민전쟁에서 패한 연합군들을 기념하는 이들과 흑인계 미국인들을 기념하는 이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주의회 역시 동의한 것이다. 이 주에는 여러 기념 장소들이 있으니 그 중에서 여러분에게 맞는 곳을 방문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래함 의원은 이번 총기 사건 발생 이후 남부 캘리포니아에서의 행사를 취소했다.
역시 남부 출신이자 이라크전 참전 군인이기도 데이비드 프렌치 내셔널리뷰 인턴기자는, 그래함의 견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렌치 기자는 칼럼을 통해 "남부연합기는 흑인계 미국인들에게 고통스러운 상징이다. 우리가 나눈 시민적인 경험이 지향하는 바가 '고통을 피하는 것'이었다면, 우리는 이 깃발을 다 내려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이 역사를 통해 미국의 복합성을 이해하고,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며, 어려운 진리를 알아가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쟁은 노예제 철폐라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시작됐던 것이 아니다. 수백만 명의 남부인들이 무기를 들고 일어났을 때, 그 중 많은 이들은 '본국에서의 분리를 스스로 결정한, 나라를 세운 이들을 대변한다'는 분명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그들이 자신의 주와 마을과 농장을 침범한다고 보았고, 그래서 저항을 선택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