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시리아 고대유적이 있는 시리아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 팔미라가 결국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 수중에 떨어졌다.
2천 년 전 고대유적이 훼손될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것은 물론 정부군이 IS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5년째 이어진 시리아 내전의 판도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은 21일(현지시간) 중부 홈스 주의 타드무르(고대 명칭 팔미라)에서 IS와 1주일에 걸쳐 치열한 교전을 벌였지만 완전히 철수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팔미라 고대유적을 포함한 시내 전역이 IS의 손아귀에 넘어갔다.
시리아의 수도인 다마스쿠스에서 북동쪽으로 210㎞ 떨어진 시리아 사막 한복판에 있는 팔미라는 '사막의 진주'나 '사막의 공주', '사막의 베네치아'라고 불릴 정도로 중동 지역에서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고대 유적지 중 하나다.
'야자수의 도시'라는 뜻으로, 시리아 사막을 지나는 이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입지를 다졌다. 이후 물이 풍부한 입지를 이용해 페르시아, 인도, 중국, 로마제국을 잇는 실크로드 무역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며 전성기를 누렸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웅장한 건축물들도 이 시기에 건축됐다.
동서가 교차하는 입지로 인해 팔미라의 건축물도 고대 로마와 그리스, 페르시아의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특히 웅장한 기둥이 줄지어 늘어선 거리와 바알신전, 대규모 묘지유적, 원형 경기장 등이 유명하다.
시리아 정부는 문화재 수백 점을 안전한 장소로 옮겼으나, 개당 1t이 넘는 돌기둥 등 건축물들은 그대로 방치된 상태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날 IS가 팔미라 유적을 파괴했다는 현지 활동가들의 보고는 아직 없다고 밝혔지만, IS가 이라크 북부 점령지의 고대 유적들을 파괴했던 전례를 볼 때 팔미라의 고대유적도 같은 운명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IS는 올해 3월 5일 이라크 북부에 있는 고대 아시리아 도시 님루드를 파괴하고, 3월 7일에는 이라크 북부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고대 파르티아 제국의 원형 요새 도시 하트라를 파괴한 데 이어 3월 8일 인근 코르사바드 유적지를 폭파하는 등 이미 이라크 북부 고대 도시들을 처참하게 파괴한 바 있다.
IS의 팔미라 점령은 5년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 내전의 판도도 바꾸고 있다.
팔미라가 IS 수중에 떨어지면서 IS는 동부와 북부를 중심으로 해서 시리아 국토의 50%를 점령하게 됐다. 다만 IS의 시리아 점령지는 사막이나 산악지대가 대부분인 반면, 정부군은 대도시들이 몰려 있는 서부를 장악하고 있어 국토 50% 점령의 의미가 크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IS가 정부군을 상대로 직접 교전을 벌여 최초로 인구가 많은 도시를 장악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IS가 그동안 점령했던 시리아의 락까와 데이르에조르, 알레포(일부) 등의 도시는 정부군이 아닌 반군으로부터 빼앗았었다.
한편,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21일 비디오로 발표한 성명에서 "시리아의 고대 유적도시 팔미라는 사막에 있는 독특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이를 파괴하는 행위는 전쟁범죄일 뿐 아니라 인류에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팔미라 지역에서 일어난 일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면서 "즉각 전쟁을 중단하고 군대를 철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팔미나는 인류 문명의 탄생지이며 인류의 자산이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종교 지도자 등 국제사회가 이 지역에서 폭력을 멈추도록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