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가 국민투표로 동성결혼 합법화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영국 크리스천투데이가 14일 보도했다.
아일랜드는 오는 22일 동성결혼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하는 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이번에 유권자들은 "결혼은 성별과 상관 없이 법에 따라 두 사람 간 맺을 수 있는 결합"이라는 문구를 헌법에 추가하느냐 여부를 두고 투표할 예정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적 가톨릭 국가였던 아일랜드는 1993년부터 동성애를, 2010년부터 시민결합법을 인정했다. 특히 2013년 영국 결혼법(동성커플)의 영향으로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다.
아일랜드가 이번 투표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면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민투표로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국가가 된다.
게이레즈비언평등네트워크(Gay and Lesbian Equality Network, GLEN)의 키에란 로즈는 "이번 결정은 동성애법 개혁에서부터 아일랜드 동성애자들의 완전한 헌법적 평등에 이르는 20년 여정에서 있어, 또 다른 역사적 발걸음"이라고 환영했다.
동성애 합법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아일랜드 엔다 케니 총리는 최근 "주민투표는 더 많은 이들에게 결혼을 확대함으로써, 결혼제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투표는 동성커플들이 온전한 법적 보호를 받도록 하는 것이며, 교회에 동성결혼에 대한 입장을 재고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결혼 평등을 위한 동성결혼 합법화는 종교의 자유를 위협하지 않을 것이다. 동성결혼은 결혼제도에 어떤 악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주요 정당들 역시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표를 던져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아일랜드 개신교와 가톨릭 교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장로교와 감리교는 교인들에게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일랜드장로교회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결혼에 대한 역사적·기독교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이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필요함을 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을 재정의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규범을 설정하는 것이며,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탐구되지 않았다. 동성결혼은 의도적으로 감정을 자극하는 주제이기 때문에, 주민투표에 접근하는 과정과 관련된 모든 논쟁은 예의와 존중을 갖추고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로마가톨릭교회도 "아일랜드 사제들은 이번 국민투표를 지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아일랜드인들은 매우 신중하게 기도하고 투표해 달라"고 요청했다. 올아앨린드의 이맘 마틴 대주교는 "동성 간 결합을 결혼과 가족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과 비슷하거나 또는 어느 정도 흡사한 것으로 고려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사전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 가량이 '결혼 평등'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젊은 투표자들의 경우에는 찬성하는 입장이 80% 가까이 됐다. 65세 이상일 경우에는 반대하는 입장이 많았다. 그러나 약 12만 명이나 되는 젊은이들이 투표자 등록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일랜드에서는 역사적으로 가톨릭교회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지난 1984년 아일랜드 가톨릭교회 신자들은 거의 90% 이상 주일 미사에 참석했으나, 2011년에는 18%로 떨어졌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는 "많은 아일랜드인들에게 있어서 교회가 무엇인가에 반대한다는 사실은, 그들로 하여금 더욱 투표에 나서게 하는 동기가 된다. 그러나 만약 찬성표가 사전 여론조사처럼 많이 나온다면, 이는 교회의 무관심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 18개국이 의회 입법이나 법원 판결 등을 통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으나, 국민투표로 이를 결정한 국가는 아직 없다.
과거 크로아니타와 슬로베니아가 동성결혼 합법화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친 것이 있지만 부결됐으며, 슬로베니아는 이후 올해 3월 의회 입법을 통해 동성결혼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