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가 시리아 고대유적이 있는 시리아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 팔미라의 북부를 장악했다.
이 고대유적은 팔미라의 남서쪽에 있어 IS에 손아귀에 넘어가지 않은 상태인데 팔미라가 IS를 완전히 장악할 경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팔미라의 고대유적이 완전히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IS는 올해 3월 5일 이라크 북부에 있는 고대 아시리아 도시 님루드를 파괴하고, 3월 7일에는 이라크 북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고대 파르티아 제국의 원형 요새 도시 하트라를 파괴한 데 이어 3월 8일 인근 코르사바드 유적지를 폭파하는 등 이미 이라크 북부 고대 도시들을 처참하게 파괴했었기 때문에 기우가 아니라 현실화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IS는 현재 팔미라의 정부 건물과 수도회사 등을 포함해 팔미라 북부를 대부분 장악했으며 팔미라를 완전히 수중에 넣기 위해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이에 기둥이 줄지어 있는 거리와 묘지, 원형경기장 등 팔미라 남서쪽에 있는 팔미라의 고대 유적도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시리아의 수도인 다마스쿠스에서 북동쪽으로 210㎞ 떨어진 팔미라는 '사막의 진주'나 '사막의 베네치아'라고 불릴 정도로 중동 지역에서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고대 유적지 중 하나다.
'야자수의 도시'라는 뜻으로, 시리아 사막을 지나는 이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입지를 다졌다. 이후 물이 풍부한 입지를 이용해 페르시아, 인도, 중국, 로마제국을 잇는 실크로드 무역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며 전성기를 누렸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웅장한 건축물들도 이 시기에 건축됐다.
동서가 교차하는 입지로 인해 팔미라의 건축물도 고대 로마와 그리스, 페르시아의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특히 웅장한 기둥이 줄지어 늘어선 거리와 바알신전, 대규모 묘지유적, 원형 경기장 등이 유명하다.
3세기 팔미라를 다스렸던 '팔미라의 클레오파트라'로 불리는 제노비아 여왕은 어린 나이에 왕위를 물려받은 아들 와발라트를 대신해 섭정에 나서 로마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한 때 군사원정을 통해 시리아 전역과 이집트 일부로 제국을 확장해나가기도 했지만 이후 273년 로마의 공격을 받아 쇠락의 길을 걸었고 6세기 아랍인에 정복됐다.
오랜 세월 폐허로 남았던 팔미라는 17∼18세기 이곳을 지나던 여행객들 등에 의해 아름다움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1980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마모운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은 16일 AFP와의 인터뷰에서 "두려움 속에 지내고 있다. IS가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라며 "IS가 고대유적에 진입한다면 팔미라는 제노비아 여왕 시대보다 더 처참하게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팔미라는 시리아와 전세계 사람들에게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보물"이라며 "팔미라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달라"고 호소했다.
팔미라 고대유적 훼손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