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지난 7일 실시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둠에 따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캐머린 총리는 이미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과 접촉했다면서 곧 EU 협약 개정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총선에서 EU 역내를 이동하는 이민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영국의 자치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EU 회원국들과 EU 협약 개정 협상을 벌인 뒤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캐머런 총리는 10일(현지시간) 현지 채널4 방송과 인터뷰에서 "첫 번째는 협상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며 조만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이미 유럽 정상들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다음이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라며 "우리가 옳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EU 협상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EU 협상 지휘는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는 EU 회원국들과 협상에서 이민자, 인권보호, 그리고 일부 권한의 환수 등을 다룰 것을 바라고 있다. 

보수당은 총선에서 공약을 통해 급증하는 이민자 수를 줄이기 위해 ▲EU 역내 이민자들은 최소 4년을 거주해야 영국 내 복지 혜택이나 주택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실업수당과 영국 밖 거주 가족에 대한 아동수당을 지원하지 않고 ▲EU와 협상을 통해 외국인 범죄자 송환과 재입국 금지를 위한 강력한 권한을 가질 것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또한 EU 차원의 인권보호법이 아니라 영국의 인권법을 적용받기를 바라고, 금융산업을 포함한 EU 차원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도 반대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가 이 같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EU 협약 개정과 회원국 전체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EU 회원국들은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신성불가침'의 권리를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EU 통합의 원칙인 '이동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의 페테르 자보르치크 유럽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에 "노동 이동 자유권을 손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헝가리의 서볼츠 타카츠 EU장관도 "이동 자유권은 EU의 가장 큰 성취 중 하나로 '레드라인'(협상 한계선)"이라며 "우리는 헝가리 노동자들이 이민자로 불리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유럽 어느 나라에서도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EU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폴란드의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 유럽장관은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의논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이주 부분에 있어서는 레드라인이 분명하다"면서 "경쟁과 역내시장은 신성불가침이며 이동의 자유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EU 역내에서 이동한 이민자 고용 규제를 강화하고 복지 혜택 사기를 막을 수 있는 "노동 유동성 패키지"를 제안할 것이라고 그의 한 측근은 전했다. 
한편, 조제 마누엘 바호주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영국과 EU 회원국들 간 협약 개정 협상과 관련, EU 회원국들이 영국이 제기하는 우려들을 받아들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EU 역내에서 이동한 이민자들이 4년이 지난 뒤에야 복지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려는 캐머런의 구상이 합의에 이르는 데 어려운 지점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