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북도서 해역에서 무력 도발 위협을 한 데 이어 9일(현지시간) 동해상으로 함대함 미사일 KN-O1 3발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급속히 고조되고 있다.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이 일련의 무력 시위와 도발 위협을 한꺼번에 연출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는 남북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사적 긴장 상황을 만들어 남측을 압박하고 남북관계를 주도하겠다는 것. 즉, 정부가 문화·학술·체육 분야 교류를 중심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데 대해 북한이 정치·군사 문제를 부각시키며 남북관계를 북한식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잠수함 탄도 미사일이 위협적인 이유는 대응할 수 있는 방어 체계를 우리 군이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이날 잠수함 탄도탄 사출시험 발사 사실을 공개하며 미사일 기술을 과시한 것은 남한뿐 아니라 미국까지 겨냥한 무력 시위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합참은 이날 "북한이 오후 4시 25분부터 5시 23분까지 동해 원산 호도반도 부근 해상에서 북동쪽으로 KN-O1 함대함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들 미사일의 사거리는 100여 ㎞인 것으로 알려졌다.
함참은 "북한이 지난 2월 6일 동해에서 김정은 참관 하에 발사한 미사일과 동종이며, 성능 개량을 병행한 무력시위성 발사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올해 2월 6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참관 하에 자체 제작한 KN-O1 함대함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바 있는데, 북한 함정이 함대함 미사일을 발사한 첫 사례여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KN-O1 미사일도 지난 2월 초와 같이 고속함에서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KN-O1은 지대함과 함대함으로 모두 운용할 수 있는 미사일로, 길이 5.8m, 지름 76cm, 무게 2.3t가량이다. 중국에서 개발한 실크웜 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관측된다.
군 당국은 북한 잠수함에서 발사된 이 미사일이 수면 위 100미터 정도 날아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사일을 물 밖으로 솟아오르게 하는 초기 단계 사출실험으로, 본격적인 비행실험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전력화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상이 아닌 수중에서의 시험 발사를 전격적으로 실시하면서 탄도미사일을 잠수함에서 쏘아 올리는 기술을 확보했음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지상과 해상에서 발사의 전 단계인 사출 시험, 즉 미사일을 물속에서 물 밖으로 튕겨 내보내는 시험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특히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이틀 연속 서북도서 해역에서 대남 무력 도발을 하겠다고 위협한 것과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북한은 8일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보낸 서남전선군사령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서해 북측 '해상분계선'을 침범하는 남측 함정에 대해 "예고 없는 직접 조준타격"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여기에서 언급된 해상분계선은 2007년 12월 제7차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한 '서해 경비계선'을 가리키는 것으로 우리 군은 보고 있다.
서해 경비계선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남쪽과 서북 5개 도서의 북쪽을 지나는데, 정부는 NLL을 남북한의 유일한 해상경계선으로 보고 서해 경비계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어 북한은 9일에도 "맞설 용기가 있다면 도전해보라"는 위협성 메시지를 담은 통지문을 같은 방식으로 청와대에 보냈다.
이틀 연속 서해상 무력 도발 위협을 담은 경고장을 청와대에 직접 보낸 것이다. 북한이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청와대에 통지문을 보낸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서해 해상분계선을 다시 문제삼으면서 이번에도 전격적으로 남북간 군사회담을 제의해 북한이 주도하고 남한이 따라가는 구도를 만들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동해상으로 함대함 미사일까지 발사하며 군사적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자 군은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도발에 대비해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북한이 연이틀 협박성 전토운을 보내 서해상에서 '조준타격' 위협을 해오고 잠수함 발사 미사일 실험을 공개한 것과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오후 소집된 회의에는 상임위원장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비서실장, 외교·통일·국방 장관, 국가정보원장, 안보실 1차장, 외교안보수석 등 상임위 멤버들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북한의 위협 의도와 추가 위협 가능성 및 실제 무력시위 및 도발 가능성 등을 면밀히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희 합참의장은 해군 2함대를 찾아 북한이 도발하면 도발원점과 지원세력까지 응징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할 경우 우리 군은 오는 2020년대 중반을 목표로 구축하고 있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와 킬체인 등 북핵과 대잠수함 전력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
이 체계는 북한 지역 지상에서 발사하는 핵과 미사일을 탐지하고 방어하는 무기 체계인데, 북한이 지상이 아닌 공해나 우리 영해 깊은 곳에 잠수함을 보내 수중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탐지해서 요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KN-01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우리 군의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은 2020년대 중반에나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