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딸랑!
매년 연말이 되면 어디서든지 볼 수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 사람들은 “아, 벌써 연말이 되었구나”라고 말하는가 하면 “올해는 이웃사랑을 조금은 실천해야겠구나”라고 말하는 등 구세군 자선냄비는 이웃사랑 실천의 대명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한인사회에서 구세군 자선냄비를 찾아보기가 힘이 든다. 그나마 몇 개 안되는 한인 마켓들 중 한 마켓이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 속에 물건도 없고 손님도 발길이 끊어져 자선냄비 설치가 힘이 든다.
다른 마켓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한남체인과 김스전기 앞에서의 자선냄비만이 운영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몇몇 분들은 “왜 사람들이 많은 커다란 몰에 자선냄비를 설치하지 않느냐?”고 물어온다. 나름대로 비즈니스를 하시는 운영진들의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점점 사람들의 인심이 야박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미국에서 살면서 느끼는 것 중에 참 우리가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소수를 위한 배려이다. 장애인들을 위해서 버스가 정차하고 그들을 태우기 위해서 직접 운전수가 내려서 그들을 태우고 안전벨트까지 채워주는 모습은 감동을 준다. 버스 승객들 중 어느 누구도 시간이 없는데 지체한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공공장소나 마켓 등지에서도 불편한 사람들을 배려하고 그들을 섬기는 모습은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내가 빨리 가기 위해서 장애인들은 거리로 나오면 안 되고 내가 볼 일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서 어려운 사람들은 집 안에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돕고 섬김을 통해서 같이 살아가는 사회가 진정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진정한 성숙함은 내가 편하기 위해서 어려운 사람을 무시하는 행동이 아니라 내가 조금은 불편해도 배려하는 모습일 것이다.
사람들이 편하게 쇼핑하게 하기 위하여, 방해받지 않게 하기 위하여 자선냄비 설치를 허락하지 않는 마켓이 늘어가고 있다. 정말 슬픈 우리의 현실이다.
여전히 밤이면 흑인들이 거리로 나와서 시위를 하고 있다. 오래 전 LA의 4.29 폭동을 기억하시며 불안해 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유가 어떻든 당시 언론들은 지역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한인들을 뉴스로 내보냈다. 나만 편하고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은 이제 버리고 사라져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없이 서로 배려하고 섬기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조금은 불편해도 양보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모습이 필요하다.